단순 투자 목적이라지만 업계서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 제기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호반그룹이 대한항공을 계열사로 둔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을 대거 사들이면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호반 측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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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각사] |
호반그룹은 최근 대한항공 경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작년부터 물밑에서 주식을 계속 사들였을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처음으로 회사 측 임원 보수 인상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호반건설은 지난 2022년 사모펀드 KCGI로부터 지분을 인수하며 한진칼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2023년에는 팬오션으로부터 5.85%를 추가로 사들이며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앞서 호반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한진칼 주식 37만4519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12일 공시했다. 매입금액은 총 294억원이다. 지난해 말 호반건설 등 호반그룹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17.9%였는데, 이번에 18.46%로 0.5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말 기준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 지분 포함)은 20.13%다. 이번 장내 매수를 통해 호반 측과 조 회장의 지분 격차는 1.67%p로 좁혀졌다.
호반 측이 단순 투자목적이라고 밝혔으나 재계에선 호반이 장기적으론 경영 참여를 시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호반건설이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을 가지고 있던 금호산업 인수를 시도했던 점을 고려하면, 한진칼 지분 확대가 항공업 진출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반건설의 지분 매입에도 조 회장의 경영권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진칼 지분 구조를 보면 산업은행(10.58%)과 델타항공(14.9%)을 포함해 총 45.71%가 한진그룹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델타항공과 산업은행 모두 조 회장의 동맹군으로 분류된다. 산업은행은 직전 경영권 분쟁에서 조 회장의 편을 들었으며, 델타항공은 전략적 파트너로서 백기사 역할을 수행했다. 델타항공과 산업은행 지분을 더하면 조 회장의 지분은 45%를 웃돈다.
한진그룹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LS그룹과의 공동전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호반그룹은 지난 3월말 기준 LS그룹의 지주회사인 ㈜LS의 지분도 3%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 측도 이 같은 이유들로 호반 측이 적대적 M&A에 나서더라도 경영권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입은 양사간 특수한 상황 때문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며 “향후 호반 측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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