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 0.3%p 오를 듯…물가 다시 6%대 가능성
정부 일단 ‘10월 정점론’ 고수…산업용 전기도 올라 기업 부담
오늘부터 대표적인 공공요금인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동시에 오르게 됨에 따라 가뜩이나 어려운 물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월 1일부터 가정용 전기요금은 약 5%, 도시가스 요금은 약 16% 각각 인상된다.
서울 기준으로 통상 4인 가구당 월 7000원 넘는 추가 부담이 생기게 돼 1년 동안 내야 하는 전기·가스 요금은 10만 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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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1일부터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이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7천원 넘게 오른다. [서울=연합뉴스] |
지난 6∼7월 6%대를 찍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5%대로 내려왔다. 정부는 ‘물가 10월 정점론’을 고수하고 있으나 전기·가스요금 인상의 여파로 물가 상황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걱정이 제기된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30일 일반 가정용 전기요금을 1kWh(킬로와트시)당 2.5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이달(10월)부터 적용이 예고된 기준연료비 잔여 인상분 1kWh당 4.9원에 연료비 인상 요인 등을 반영해 1kWh당 2.5원을 추가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전기요금은 1kWh당 7.4원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평균 전력량을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으로는 전기요금이 월 2270원가량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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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요금 조정 내역. [한국전력 제공] |
산업용 전기요금도 이달부터 kWh당 최대 11.7원(고압A 7.0원, 고압BC 11.7원)까지 인상된다. 그만큼 기업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이미 잡아둔 기준연료비 잔여인상분까지 더하면 실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폭은 kWh당 11.9~16.6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전체 전기 사용량 중 산업용의 비중은 절반이 넘는 55%지만 주택용은 15%에 불과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요금 1% 인상 시 전력소비가 연간 3%인 약 1925GWh(기가와트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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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요금 얼마나 오르나. [그래픽=연합뉴스] |
한전은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 가격신호를 제공하고 효율적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산업부의 인가를 받아 전기요금 조정 및 요금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한전은 “연료비 폭등으로 인한 도매가격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해 전기를 팔수록 적자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국가적 에너지 수급위기 극복을 위해 가격시그널 적기 제공을 통한 에너지 소비절약 및 효율 향상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인상 불가피론을 설명했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만 14조3천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8월까지 사채 총 19조8천억원을 발행했다. 지난해 38조 원이었던 한전의 회사채 누적 발행액은 내년에 1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라면 최악의 경우 회사채 발행이 막히면서 채무 불이행으로 전력 거래 자체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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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됴시가스 요금 조정 내역.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민수용(주택용, 일반용) 도시가스 요금도 이달부터 메가줄(MJ) 당 2.7원 인상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은 이미 확정돼 있는 정산단가 인상분인 메가줄당 0.4원에다, 추가로 기준원료비를 2.4원 더 올리기로 하면서 이달부터는 메가줄당 2.7원이 오르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요금 인상에 따라, 주택용 요금은 현행 메가줄당 16.99원에서 2.7원 인상된 19.69원으로, 일반용(영업용1) 요금은 19.32원으로 조정된다.
인상율은 주택용 15.9%, 일반용 16.4%(영업용1) 혹은 17.4%(영업용2)로,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은 서울시 기준으로 월 3만3980원에서 3만9380원으로 약 5400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및 유럽 가스 공급차질 등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시장 불안이 가중됨에 따라 국제가격이 높은 추세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천연가스 수입단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수입단가 상승 추세에 비해 가스요금은 소폭만 인상됨에 따라 작년 하반기부터 미수금이 급증하고 있으며, 올해 미수금 누적치는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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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스요금 얼마나 오르나. [그래픽=연합뉴스] |
산업부는 “미수금이 지나치게 누적될 경우, 동절기 천연가스 도입대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천연가스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필요 최소한 수준에서 가스요금 인상을 불가피하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미수금이란 가스공사가 수입한 천연가스 대금 중 요금으로 덜 회수한 금액으로, 실제 천연가스 수입단가가 판매단가(요금)보다 높은 경우에 발생한다.
한국가스공사의 지난 2분기 기준 미수금은 사상 최대인 5조1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기요금과 천연가스의 인상이 불가피한 현실이지만, 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에너지 공공요금까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물가 상승과 민생 불안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전기·가스 요금은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는 거의 전 산업 부문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타 물가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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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에너지 가격(현물기준) 및 SMP 추이. [한국전력 제공] |
정부는 이번 공공요금 인상에 따라 전년 동월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포인트(p) 가량 추가 상승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률을 0.1%포인트, 가스요금 인상은 0.2%포인트 밀어 올릴 것이라는 계산이다.
8월 물가상승률은 5.71%로 집계됐다. 9월과 10월에도 이같은 수준을 이어간다고 가정하면 공공요금 인상에 따라 물가가 다시 6%대로 올라설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소비자물가 항목 중 전기·가스·수도의 상승률은 지난 4월 전기·가스요금 동반 인상으로 5월부터 9.6%로 뛰어올랐고, 동반 인상이 또 한 번 진행된 7월부터는 더 크게 올랐다. 8월에는 15.7%까지 상승했다. 이는 2010년 1월 집계 시작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달부터 전기·가스요금 동반 인상이 또 이뤄지게 되면서 해당 항목 추가 상승은 불가피해졌다. 산업용 전기·영업용 가스는 인상 폭이 더 크기 때문에 연쇄 작용으로 전기·가스·수도 외 다른 항목의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있다. 8월 소비자물가 5.71% 중 전기‧가스‧수도의 기여도는 0.49%포인트였다.
다만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에도 '물가 10월 정점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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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
물가 상승을 주도해온 유가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고, 지난해 10월부터 3%대를 기록했던 상승률에 대한 기저효과가 작용하면 올해 10월 이후에는 물가상승률이 어느 정도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일회성이 아닐 수 있다는 데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9일 “전기요금이 독일의 2분의 1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금보다 “훨씬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단계적 추가 인상을 예고한 셈이다.
원유,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가 에너지 가격을 다른 나라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다 요금 현실화 요인을 방치하면 지금도 엄청난 한전이나 가스공사와 같은 공기업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세금으로 메꿀 수밖에 없게 된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물가 불안 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후속 대책을 마련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한편 에너지 취약 계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의 적극적인 검토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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