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치료 필요성 확인…환자별 정밀치료 토대 마련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같은 류마티스질환을 앓고 같은 치료를 받아도 환자마다 약효가 크게 달라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특정 염증물질 하나가 아니라 면역과 신경, 대사, 세포 스트레스 등 여러 생물학적 시스템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환자의 몸을 일종의 ‘질환 상태’에 고착시킬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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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성수·전찬홍·정혜민 류마티스내과 교수. [사진=순천향대 부천병원] |
25일 순천향대 부천병원에 따르면 정성수·전찬홍·정혜민 류마티스내과 교수팀은 류마티스질환의 치료 불응성을 설명하는 수학 모델 ‘3축 통합 프레임워크(3-AIF)’를 개발했다.
류마티스관절염과 루푸스 등 자가면역 류마티스질환 치료에는 생물학적 제제와 표적치료제가 사용되고 있지만 여러 치료제를 투여해도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거나 치료 초기 효과를 보인 뒤 다시 악화되는 환자가 존재한다.
특히 여러 약제를 순차적으로 사용해도 관해에 도달하지 못하는 ‘난치성(D2T·difficult-to-treat) 류마티스관절염’은 치료 현장의 대표적인 난제로 꼽힌다.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는 2021년 이를 공식적으로 정의했지만 환자별 치료 반응이 달라지는 생물학적 원인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기존 류마티스질환 치료는 염증에 관여하는 특정 사이토카인이나 면역 경로를 차단하는 방식이 주축을 이뤘다. 하지만 실제 환자 가운데는 염증 수치가 정상화됐는데도 통증이나 피로, 기능 저하가 지속되거나 반대로 증상이 개선됐음에도 염증 지표가 남아 있는 경우가 관찰됐다.
연구진은 여기서 치료 불응성을 하나의 염증 경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데 주목했다.
이에 인체의 복잡한 생물학적 시스템을 ▲장 점막·미생물·면역 관용 ▲신경·지방조직·면역세포 ▲세포 대사·스트레스 반응 등 3개 축과 6개 핵심 변수로 압축한 3-AIF를 구축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환자의 신체 상태는 단순히 ‘건강’과 ‘질환’ 두 단계로 나뉘지 않았다. 건강 상태부터 잠재적·아관해 상태, 만성 활동성 질환 상태, 치료 불응성 상태까지 여러 안정적인 상태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의 상태는 일종의 서로 다른 ‘골짜기’처럼 작용했다. 같은 질환을 진단받은 환자라도 유전적 배경이나 환경, 질병 경과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상태에 자리 잡으면서 치료 반응 역시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정 수준 이상의 자극이 가해지면 신체 시스템이 건강 상태에서 질환 상태로 이동했고 자극이 더욱 강해지면 치료 불응성 상태까지 진행했다.
문제는 일단 질환 상태에 들어간 이후였다. 질병을 일으킨 자극을 다시 줄이더라도 신체가 이전의 건강 상태로 쉽게 복귀하지 않는 ‘히스테리시스(hysteresis·이력현상)’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질환이 특정 상태에 고착되기 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수학적으로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치료 전략 측면에서도 단서가 발견됐다. 질병 상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상위 3개 변수는 모두 ‘신경·지방조직·면역세포 축’에 집중됐다. 특히 미주신경을 통한 부교감신경의 염증 조절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3개 축 가운데 하나를 제거하는 분석도 진행했다. 그 결과, 여러 안정 상태와 히스테리시스 현상은 각각의 축이 따로 작용할 때가 아니라 서로 결합했을 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경로 하나만 겨냥하는 치료보다 여러 생물학적 축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 환자 데이터를 통한 검증도 이뤄졌다. 연구팀은 류마티스관절염과 루푸스, 강직척추염, 피부근염, 전신경화증 등 5개 질환의 공개 유전자 데이터 6건을 분석했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혈액과 활막 조직에서는 모델이 예측한 유전자 패턴이 다른 유전자보다 뚜렷하게 이상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당장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향후 환자별 치료 불응성을 예측하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설계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치료가 잘 듣지 않는 원인을 하나의 유전자나 염증 경로에서 찾기보다 여러 생물학적 시스템의 상호작용으로 바라봤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장기간의 임상·다중오믹스 데이터로 모델을 검증한다면 환자마다 치료 불응성을 주도하는 요인을 구분하고 이에 맞는 치료 전략을 찾는 연구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스프링거 네이처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npj Systems Biology and Application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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