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보다 주가 상승 효과 확실...M&A 분쟁 늘 것"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고려아연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제2의 고려아연 사태’와 같은 인수·합병(M&A)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이 대두된다. 이미 금융권을 중심으로 이와 같은 잠재적 이슈가 있는 대상 기업을 거론하면서 M&A 시장은 주가 상승 효과에 더해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경영권 분쟁, 금융 선진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NH투자증권은 이 보고서에서 “2021년 이후 아시아 국가 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적대적 M&A 공격 횟수가 확대되는 추세이고, 한국도 201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ESG) 도입, 밸류업 프로그램 등에 따라 나타난 주주 가치 개선 및 주주권리 강화 움직임은 경영권 분쟁이나 적대적 M&A 시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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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이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2차전지 공급망에서 니켈 등 핵심 원소재를 생산하는 국가기간산업에 속해 있다.
이와 같은 규모와 상징성을 지닌 회사가 M&A 시장에 더 나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보다 M&A 활성화가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더욱 강력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고려아연 주가는 M&A 이슈로 한 달새 46% 오르고,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한 영풍정밀 주가 또한 같은 기간 242% 상승했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연구원은 "적대적 M&A는 기업 가치를 재평가하고 주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효과적인 전략"이라며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는 시장이 기업의 잠재력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싸고 기술력 있는 기업이 많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고 있어 강제력이 부족해 단기적인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M&A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포함했다면 기업 가치를 더 빠르고 확실하게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모펀드가 관심 가질만한 M&A 대상 상장사로 ▲고려제강 ▲사조대림 ▲신도리코 ▲삼목에스폼 ▲동원개발 ▲태양 등을 꼽았다.
시장에서는 다른 M&A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최근 대명소노그룹은 PEF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보유 중이던 티웨이항공 지분을 사들이며 2대주주로 올라섰다. 최대 주주 예림당과지분율 격차가 2%대로 좁혀진 상황에서 양측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대명소노그룹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이사회 장악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티웨이 등기임원 7명 중 4명이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업계에서는 2011년부터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이 항공업을 숙원사업 중 하나로 추진해왔다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메가경제에 “고려아연 사태 이후 한국도 기업 인수·합병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미국처럼 M&A 이슈가 활발히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모든 경영권 분쟁이 주가 상승으로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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