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 그린 인테리어 붐으로 힙해지다

김형규 / 기사승인 : 2021-05-21 08:12:40
BTS 멤버의 분재 사랑, 팬들에게 이어지기도
자연을 축소하는 일본식 조경 개념
정원‧마당 소유 힘든 MZ세대 수요 충족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분재가 소위 ‘힙’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나무를 미니어처처럼 축소해 작은 화분에서 키우는 분재는 난과 함께 1980~1990년대 이전부터 기성세대의 대표적 취미로 각인돼왔다.

최근 잘 관리된 식물 등으로 실내를 꾸미는 ‘그린 인테리어’ 유행과 고즈넉한 이미지의 옛 유행을 재해석하는 ‘뉴트로’열풍의 교집합으로 분재 역시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도심속 분재원 컨셉의 카페 겸 와인바 '에세테라' [사진=김형규 기자]

 

집 안에 작은 정원을 꾸민 듯한 만족감과 시각적으로도 다소 신선하다는 점이 젊은 세대에게 통하고 있다.

이같이 젊은 감각의 분재 문화를 다시 알리고 있는 업체 중 잘 알려진 곳은 서울 압구정 소재의 ‘에세테라 서울’이다. 낮에는 카페, 저녁에는 와인바로 운영하는 이곳은 외부 테라스와 실내 정중앙에 분재를 소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에세테라는 내‧외관의 경계가 없는 듯 벽 대신 큰 통유리창이 있어 내부가 훤히 보인다. 실내는 절제미에 집중한 듯 노출콘크리트로만 구성됐다. 여기까지는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노출콘크리트를 유행시킨 뒤 어느덧 친숙해진 고급 카페의 모습이다.

하지만 차갑고 현대적인 에세테라의 내외관은 동양적 곡선의 분재들과 조화돼 신비로운 공간 분위기를 연출한다. 무게감 있는 조도도 이런 무드에 한몫하며 여타 카페나 와인바와는 강한 차별점을 드러낸다.


이 곳의 분재는 단순히 인테리어 소품용이 아니다. 에세테라는 엄연히 주문을 받아 판매하는 분재숍으로도 영업하고 있다. 겐지 고바야시, 시무 디자인 등 분재 전문 디자이너 브랜드를 주로 취급한다. 커피와 와인을 마시러 온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곳곳에 비치된 분재를 감상하게 되고 이는 구매로도 이어진다.

지난 2018년도에 창업해 에세테라를 이끌고 있는 방수미 대표는 “도심 속의 분재원을 컨셉으로 의도했다”며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분재를 구매하신다, 특히 소형 분재는 젊은 층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계적 인기의 아이돌 그룹 BTS 리더 RM이 이곳을 즐겨 찾고 분재를 구입한다는 사실이 방송 등을 통해 알려지며 BTS의 20대 팬들 방문도 더욱 늘었다고 방 대표는 덧붙였다.

지난 19일부터 오는 24일까지는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에서 에세테라의 분재 팝업스토어 행사가 진행돼 분재를 비롯한 관련 공예품으로 더 다양한 고객을 맞이하는 중이다.
 
▲ 에세테라의 분재 및 공예품 팝업스토어가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19일부터 24일 까지 열리고 있다. [사진=갤러리아백화점 제공]

 

분재는 과거 일본에서 시작된 조경 취미생활이다. 그 방식에서도 일본이 자연을 보고 다루는 정서가 녹아있다.

예로부터 한국은 자연 경관을 담아내거나 인공적으로 건들지 않고 시각적으로만 빌려오는 ‘차경’ 문화가 발달했다. 지금도 한옥에서 보이는 횡으로 넓은 창문이 그 차경을 담기 위한 액자 개념이다. 조상들은 그저 창을 통해 바라보는 행위만으로 집안에 자연을 담을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일본은 과거 전국시대를 거치며 벽과 성을 지어 생활하던 귀족들이 자연을 그대로 즐길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생긴 문화가 자연을 축소해 벽 안에 소유하는 개념인 정원이다. 그리고 이 정원을 더 축소해 실내로까지 들여온 고급 취미가 바로 분재였다.

이런 분재의 탄생 이유는 지금 한국 MZ세대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마당과 정원의 조경을 마음껏 누릴 수 없는 20~30대 젊은이들은 실내에서라도 정원을 소유한 듯한 만족감을 주는 분재에 관심을 가질 만한 상황에 놓였다.

2010년대 초부터 유행한 친환경 생활양식 킨포크가 자연스레 식물 인테리어 붐으로 이어진 점도 유효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본인 할머니가 즐겼을 법한 옛 유행을 즐긴다는 뜻의 신조어 ‘할메니얼’과 ‘뉴트로’ 열풍도 무시할 수 없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28세 직장인 A씨는 “평소 어항 등을 꾸미며 집안에서 소소하게 자연을 감상하길 즐겨왔다”며 “분재는 나만의 작은 정원을 가꾸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일반적인 화분보다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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