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종자 이름·고향 등 신상정보 소상히 파악"
"인터넷 도박으로만 채무 2억6천만원…전체 빚 3억원 넘어"
피격 공무원 A씨 친형 “해경, 일방적으로 월북으로 단정”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해경은 지난주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했다.
해양경찰청은 29일 오전 언론 브리핑을 갖고 지난 21일 실종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A(47)씨와 관련해 군 당국으로부터 확인한 첩보 자료와 표류 예측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이같이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의 형 이래진(55)씨는 이날 "해양경찰청이 최소한의 사건 현장조사, 표류 시뮬레이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월북을 단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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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소연평도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수사에 대한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인천= 연합뉴스] |
윤성현 해경청 수사정보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동안 실종 경위를 규명하는데 중점을 두고 단순 실족사고, 극단적 선택 기도, 월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했다”며 “그동안 어업지도선 현장조사, CCTV 녹화영상 분석, 실종자 주변인 및 금융관계 조사, 실종자 이동관련 표류예측 분석, 국방부 방문을 통한 사실관계 확인 등 다각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제 해양경찰 수사관들이 국방부를 방문해 확인했다"며 "첫째,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탈진된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사실, 둘째,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본인의 이름, 나이, 고향 등 신상 정보를 북측이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던 점, 셋째,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국장은 “특히 수사팀은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을 감안, 단순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 시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이어 어업조사선 실황조사와 주변 조사 등에 대한 수사진행 사항을 설명했다.
A씨가 실종 전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현장조사와 동료 진술 등을 통해 “선미 갑판에 남아있는 슬리퍼는 실종자의 것으로 확인되며 현재 국과수 유전자 감식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내 CCTV는 고장으로 실종 전날인 9월 20일 오전 8시2분까지 동영상이 저장되어 있었고, 동영상 731개를 분석한 결과 실종자와 관련된 중요한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현재 정밀감식을 위해 CCTV, 하드디스크 원본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제출해 추가로 분석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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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관별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표유 예측 결과. [그래픽= 연합뉴스] |
윤 국장은 공무원 A씨가 실종됐을 당시 소연평도 인근 해상의 조류와 조석 등을 분석한 '표류 예측' 결과도 그의 월북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A씨가 실종됐을 당시 단순 표류의 경우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표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해경이 키 180㎝에 몸무게 72㎏인 A씨의 신체 조건과 유사한 물체를 소연평도 해상에 투하하는 실험을 한 결과도 표류 예측 시스템과 거의 유사하게 나왔다.
하지만 A씨는 소연평도에서 북서쪽으로 38㎞ 떨어진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피격됐다.
윤 국장은 “이러한 표류예측 결과와 실종자가 실제 발견된 위치와는 상당한 거리 차이가 있었다”며 “따라서 인위적인 노력 없이 실제 발견위치까지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상태가 일정한 상황이면 부력재나 구명조끼를 착용할 때 이동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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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관련 해경 중간수사 결과 주요 내용. [그래픽= 연합뉴스] |
윤 국장은 결과적으로 “해양경찰 수사팀은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고, 북측에서 실종자에 대한 인적사항을 소상히 알고 있었던 점,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있었던 점, 연평도 주변해역을 잘 알고 있었던 점, 그리고 표류예측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실종자는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지금까지 확인된 사항과 현재 진행중인 CCTV 감식, 인터넷 포털 기록과 주변인 추가조사, 또한 필요시에 국방부의 협조를 받아 수사를 계속 진행해 나갈 방침도 밝혔다.
다른 해경 관계자는 "국방부 자료를 확인한 결과 해당 부유물은 사람 키의 절반에 가까운 1m 길이로 엉덩이를 걸칠 수 있고 상체를 누워서 발을 저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경은 국방부 자료를 통해 해당 부유물의 사진 등을 본 것은 아니라며 색깔이나 정확한 크기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A씨의 사망 사실도 확인했지만 시신 훼손 정도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해경은 실종 시점도 21일 오전 2시부터 오후 11시 30분 사이로만 추정했으며 그가 실종 당시에 무궁화 10호에서 구명조끼를 입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와 함께 21일 0시부터 당직 근무를 한 동료는 해경에 "A씨가 조타실에서는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당직 근무에 들어가기 직전에 휴대전화로 아들과 통화를 하면서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대화가 실종 전 마지막 통화 내역이었다.
해경 관계자는 "10년 가까이 어업지도선을 탄 A씨는 수산계열 고등학교를 나왔고 연평도 주변 해역도 잘 알고 있었다"며 "지금까지 수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A씨의 전체 채무는 3억3천만원 정도"라며 "그중에 인터넷 도박으로 지게 된 채무는 2억6800만원으로 총채무에서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남측에 채무가 있었다는 정황만으로는 월북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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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해경이 A씨의 실종을 월북으로 판단한 것과 달리, A씨의 형 이씨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기 전 기자들과 만나 “해경이 일방적으로 월북을 단언하고 있다”며 해양경찰청장의 사과와 대면 면담을 요청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씨는 "동생의 죽음과 관련해 해상전문가와 대담을 한다든지, 아니면 국민이 보는 앞에서 진지한 공개 토론을 하고 싶다"라고도 했다는 것.
이씨는 자신의 동생이 인터넷 도박으로 2억6천만원의 채무가 있었다는 해경 발표와 관련해 "전혀 몰랐다. 발표를 보고 알았다"면서 "동생이 그런 부분(까진)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신 기자회견에서 "내 동생이 업무수행 중 실종돼 북한 영해로 표류하는 과정까지 대한민국은 과연 무엇을 했느냐"면서 "동생을 실종이 아닌 자진 월북으로 몰아가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두 번이나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적대국인 북한의 통신감청 내용은 믿어주면서 (동생을) 엄청난 범죄로 몰아간다"며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법치국가"라고 말했다.
이씨는 동생과 자신의 해양 관련 활동 경력을 언급하며 "이러한 경력을 월북으로 몰아가는 정부에게 묻고 싶다. 미래는 어디에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동생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군과 정보 당국은 지난 21일 실종된 A씨가 월북을 시도하다가 북측 해상에서 표류했고, 22일 북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A씨가 연평도 인근 해역의 조류를 잘 알고 있고 해상에서 소형 부유물을 이용했으며, 북한 선박에 월북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토대로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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