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소주 인수 오비맥주, 이형병 '승부수' 던질까?
[메가경제=정호 기자]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오비맥주 주류 3가 모두 소주를 앞세워 해외로 눈을 돌리는 가운데 이형병을 앞세운 '차별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이트진로가 해외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가운데 브랜드 마케팅에 활용될 가능성 때문이다.
20일 주류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 살구 과즙을 더한 '새로 살구'가 해외에 출시되기 시작했다. 한국 소주라면 초록색병으로 각인된 상황에서 다른 이질적인 병 모양으로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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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 진열대에서 판매 중인 주류들.[사진=정호 기자] |
미리 시장 점유율을 선점하면 가져오기 어려운 주류업계 사정상 '이형병'을 내세운 롯데칠성음료의 도전은 해와 젊은 고객층의 수요를 노리겠다는 계산이 밑바탕에 깔린다. 참이슬이 초록병 소주로 브랜드 점유율을 높이는 가운데 새로만의 개성으로 시장 확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신세계로부터 사업 다각화를 위해 인수한 이상 차별화 방법 또한 주목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현재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기전을 추구하고 있다. 주조 기술을 앞세워 신제품 개발 및 품질 강화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병모양을 다르게 해 차별화된 브랜드를 런칭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비맥주는 앞서 맥주 브랜드 '카스'를 투명병으로 교체해 시각적으로 청량한 느낌을 살리는데 주력하기도 했다. 해당 디자인은 내용물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 신선도를 나타내기 적합하다. 오비맥주를 뒤따라 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 크러시', 하이트진로 '테라 라이트' 등도 투명병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투명명 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보틀 제품을 통해 20대 Z세대를 겨냥하는 오비맥주 입장에서는 향후 제주소주 라인업 확대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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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서 판매되는 제주소주의 '고래소주'[사진=고래소주 홈페이지 캡처] |
오비맥주 관계자는 "제주소주는 2022년부터 베트남, 싱가폴, 태국 등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소주 수출을 확대해 나가며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며 "아직 진출 초기이고 해외 시장에 영향력을 넓히는 단계이므로 초 장기전으로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새로는 캐릭터·도자기 모양 병·제로를 전면에 내세워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새로는 '헬시플레저' 열풍 속에 7개월 만에 1억병 판매고를 달성하며 출시 2년 만에 시장 점유율을 8%대까지 안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음료가 매출 4조원을 목표로 삼은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 제고도 필수가 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주류기업 미국 E&J와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은 시장영향력 본격 확대를 위한 발판 마련으로 풀이된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서는 과일 소주 수출액이 1억141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2013년 이후 10년만에 성과다.
영화, 드라마 등 K컬처를 통한 관심이 주류에도 이어진 것이 주된 요인으로 평가된다. 특히 해외에서는 과일 소주가 잘팔리는 데 맞춰 '새로 살구'는 해외 MZ세대를 겨냥한 사업성 검토에 있어 '첨병' 역할을 한 것으로 정리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K컬쳐에 대한 관심사가 K푸드 문화로 이어진 만큼 젊은층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디자인을 본 딴 모방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며 "국내 소주 시장의 관심이 해외로 옮겨지는 가운데 소주가 언제까지 초록병일 수는 없으며 변화조차 시도하지 않으면 정체될 뿐이다"고 말했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 높은 소주 점유율을 점한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타 국내 주류사와 경쟁에서 '게임이 되겠냐'는 입장이다. 1968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소주 수출을 시작한 하이트진로는 2016년 '소주의 세계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 회사는 현재까지 일본, 중국은 물론 미국, 유럽권 등 80여개국에 소주를 수출하고 있다. 시장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각 나라별 시장 성장세는 ▲영국 42% ▲동남아 15% ▲유럽 및 아프리카 매출 50% 등 높아지는 중이며 2020년부터 꾸준히 1000억원대 매출을 돌파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반기보고서에서는 과일소주 수출액만 413억원으로 국내 판매액 83억원 대비 5배에 달한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2030년까지 소주 해외 매출 5000억원을 기록할 것을 목표 삼았다. 2026년 베트남 북부에 첫 해외 생산 기지를 완공해 이 계획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 계획을 뒷받침하는 것은 과일 소주 제품 및 도수의 다양화다. 공장 완공은 이 계획에 모터를 다는 셈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하이트진로가 해외에서 '소주'라는 이미지를 고착화시키는 가운데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고 시장은 커가는 단계"라며 "내수 시장에서는 참이슬과 진로가 모두 대중적인 소주로 자리잡은 만큼 해외시장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형병 전쟁은 하이트진로가 2019년 단종됐던 진로이즈백을 복고주의 컨셉으로 재출시하며 촉발됐다. 당시 '소주공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을 통해 이뤄졌던 소주는 초록병이라는 인식을 깬 최초 시도였다. 당시 롯데주류에서는 진로이즈백의 공병 350만병을 수거했지만 돌려주지 않아 소주병 전쟁이 촉발된 바 있다.
다만 해가 갈수록 소주와 맥주병이 투명해지고, 다른 모양이 경쟁력이 된 상황에서 '소주공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이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이형병이 경쟁력이 된 상황에서 해외 소주 시장 경쟁에 하나의 무기가 될 가능성 또한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외마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접근 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그 나라에서 인지도 높은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는 등 방식이 이뤄지고 있다"며 "새로운 디자인을 입히는 것은 기존과 다른 색다름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MZ' 세대 공략 지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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