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척당 선가의 5%인 100억여원 로열티지불
시공실적 전무…산·학·연·관 연구협력 절실
[메가경제= 임준혁 기자]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조선 ‘빅3’가 최근 고부가가치 선박의 대명사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소식을 가끔 전해오고 있다. 향후 발주 수요가 많아 국내 대형 조선사의 전성기가 머지않아 회복될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국내 조선업체들은 올해 남은 2개월 간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추가 수주를 위해 영업에 전념하고 있다.
올 들어 카타르에서 100척이 넘는 초대형 LNG선 수주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6월 1일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과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그룹,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약 23조원 규모의 카타르 LNG선 발주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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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조선해양 제공] |
이번 계약 내용은 오는 2027년까지 LNG선 건조슬롯을 확보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건조슬롯은 배를 만드는 공간으로 슬롯 예약은 정식 발주 전에 건조 공간을 확보하는 절차다.
QP는 계약 규모가 100척 이상, 700억리얄(약23조6천억원)이라고 밝혔다. 건조 계약은 빠르면 올해부터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대규모 LNG선 발주는 세계 1위 LNG 수출국인 카타르가 LNG 수출을 급격히 확대하는데 따른 것이다. 카타르는 LNG생산량을 2027년까지 연간 7700만톤에서 1억2600만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카타르뿐만 아니라 러시아 Arctic LNG 2 프로젝트의 잔여 분 10척과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에서 다수의 LNG선 발주가 연내 나올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형 계약 체결에도 불구하고, 실제 국내 조선 빅3가 거둘 이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 조선 3사가 웃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LNG 화물창 설계 기술 때문이다. LNG 화물창 설계 라이선스는 프랑스의 GTT社가 갖고 있는데 이 때문에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로열티로 지급될 것이라는 것이다.
GTT(Gaztransport&Technigaz·프랑스 선급인증)는 1994년 가즈트랑스포르와 테크니가즈가 합병해 탄생한 회사로 LNG 저장운송 시스템 기술에 대한 특허 및 원천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전 세계 LNG선 저장고(화물창)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과점 업체로 주요 고객은 한국 조선사다. 한국 대형 조선 3사에서만 86%의 로열티 비용을 챙겼다. 보통 로열티 비용으로 1척당 선가의 5%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LNG=GTT’라는 등식도 등장했다. 이번 LNG선 수주로 GTT가 챙길 이익은 1조가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GTT의 LNG선 화물창 기술인 MARK-III는 1차 방벽으로 멤브레인을 가지며, 2차 방벽은 RSB(Rigid Second Barrier)와 FSB(Flexible Second Barrier)가 사용된다. 2차 방벽은 유리섬유, 알루미늄 호일, 유리섬유로 이뤄진 트리플엑스(Triplex) 형태다. 선체에 직접 시공하는 방식으로 공간효율이 높고, 건조비용도 경감되고, 시야확보가 용이한 장점이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LNG 화물창 설계 기술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와 한국가스공사가 2014년 출자해 설립한 케이씨엘엔지테크를 통해 순수국산 LNG화물창 기술인 KC-1이 탄생했다.
KC-1은 순수국산 멤브레인 타입 LNG 화물창 시스템으로 국내외 선급 인증, 특허를 획득했다. 삼성중공업에서 SK세레니티, SK스피카호에 시공한 실적이 있다. 하지만 운행도중 외벽에서 결빙이 발생했고, 한척의 경우 가스창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두 척 모두 운행을 중지하고 현재 수리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솔리더스라는 독자 LNG 화물창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GTT보다 30% 정도 성능이 좋고 로이드 인증도 완료했지만 아직 시공 실적이 없고, 보수적인 조선업계 관행상 쉽게 채택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LNG선의 경우 폭발시 선원 전원이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배로 선주와 선원의 배에 대한 신뢰도가 중요한데 최초 시공 2척에서 모두 결함이 발생함에 따라 신뢰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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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NG선박 건조 [사진= 연합뉴스] |
전문가들은 이러한 위험성 없이는 국내 LNG 화물창 설계 기술을 확보할 수가 없는 만큼 수많은 데이터 축적과 고객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실적을 쌓기 위해서라도 국내 기술의 확보 및 적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 최근 일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전라남도는 지난달 21일 국내 조선·해양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대학, 연구소, 기업들과 ‘친환경 선박용 극저온 단열시스템 기술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에는 전남도, 영암군, 목포대,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선급 연구본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서남본부, 현대삼호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중앙연구원, 삼성중공업 연구소, 대한조선, KC LNG TECH, TMC, 한국카본, 동북아 LNG HUB 터미널, 전남대불산학융합원 등이 참여했다.
협약에 따라 이들 참여 기관들은 친환경 선박의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LNG선 극저온 화물창'의 국산화를 위해 관련 기관과 기업이 실증사업과 기술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참여 기관과 기업은 LNG 화물창 국산화를 앞당길 수 있도록 친환경 선박 극저온 단열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책 연구개발과 기술 인력 정보 교류, 미래 조선 해양산업을 위한 연구개발 등에 협력하게 된다.
전남도는 협약을 바탕으로 국내에 축적된 화물창 제작 기술을 실증하고 국제표준을 만들 계획이다.
이와 관련 LNG선 화물창 국산화 기반구축 사업은 내년 정부 예산(안)에 20억원이 반영됐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초 사업을 주관할 광역자치단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부산에 위치한 조선해양기자재 글로벌지원센터의 한 간부는 “정부와 대기업이 LNG선 화물창 국산화에 앞장서야 한다”며 “부품 기업들도 강점을 지닌 상선 분야 부품으로 외국시장을 적극 공략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나 산·학·연 공동 연구·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LNG선을 수주해도 건조공간(도크)만 제공하고 실익은 GTT가 거둬가는 한국 LNG선 건조 산업의 민낯’을 계속 볼 개연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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