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김형규 기자] 금융노조가 기업은행 노조 추천이사 무산에 대해 명백한 합의파기로 당·정·청이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집권세력이 더 큰 패배를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노조는 12일 오후 2시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무산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성명을 내고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은 2020년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 취임 당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금융위가 함께 금융노조에게 약속한 사항이다. 이번 사태는 명백한 합의 파기이자 10만 금융노동자에 대한 기만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차일피일 공개를 미루다 금융노조가 더불어민주당의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총력 지원을 마친 다음날 발표한 것도 비열하다"며 "금융노동자들이 민주당에게 이런 대접을 받으려고 정권 재창출에 앞장서고 지난 총선 압승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가? 더불어민주당에게 금융노조는 제사 때만 쓰고 창고에 처박아 놓는 놋그릇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김정훈 단국대학교 행정복지대학원 겸임교수와 정소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기업은행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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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원 기업은행장.(사진=IBK기업은행) |
김 교수와 정 교수는 모두 사측에서 추천한 인물로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지난해 1월 취임 당시 '은행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 기관에 적극 협의해 추진한다'는 내용에 노동조합과 합의하면서 기업은행에서 금융권 최초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무산됐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2019년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추천한 인사들이 결국 최종 임명까지 가지 못하면서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9일 기업은행 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IBK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물거품됐다"며 "금융위원장과 기업은행장의 기만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노조는 "윤 행장이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이인영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함께 IBK 노조에 약속한 사항"이라며 "이후에도 여러번 은 위원장은 IBK 노조위원장에게 노조추천이사 도입에 대해 긍정적 의사를 내비쳤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수많은 약속을 파기한 것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동이사제의 과도기적 제도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은 더불어민주당 대선공약이자, 대통력 직속기관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노정 합의사항이며 지난 해 제21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금융노조 간 맺은 정책 협약사항이다. 지난 4월 2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노동이사제 도입 추진을 금융노조에게 약속한 바 있다.
금융노조는 "이렇게 수차례 약속한 사항도 지키지 않는다면, 금융노동자의 또다른 현안 해결을 위한 협약들은 과연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인가. 보궐선거가 끝났으니 이제 더 이상 10만 금융노동자의 지지가 필요 없다는 뜻인가 아니면 혹시 패배의 책임을 금융노조에게 돌리는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또한, 집권세력이 더 큰 패배를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선거를 지배하는 정권 심판 정서에도 불구하고 금융노조가 가장 앞장서 더불어민주당 지지를 선언했지만 배려는 커녕 정부는 금소법 졸속 시행, 전자금융거래법 일방적 개정, 실효성 없는 사모편드 규제 등으로 오히려 금융노동자를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이대로라면 내년 대선에서 금융노동자의 민심은 싸늘히 돌아서고 더이상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할 수 없다며 더 큰 패배를 할 것인지 아니면 금융노동자와 함께 다시 강팀이 될 것인지. 올바른 선택을 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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