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장관 첫 사임...깜짝발탁 후 자질논란 속 청문회 없이 임명
尹 교육개혁 동력에 타격 불가피...학제개편안 폐기 수순 밟을 듯
‘만 5세 입학’ 발표 이후 반발 여론에 직면했던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결국 임명 35일만에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박 부총리는 8일 오후 5시30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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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박 부총리는 “제가 받은 교육의 혜택을 국민께 되돌려드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달려왔지만 많이 부족했다”며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한다”고 말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박 부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재가한 다음 날인 지난달 5일 임명장을 받고 취임식을 했다. 임명 재가일로부터 35일만에 사퇴한 것이며, 사퇴일까지 재임한 기간으로 계산하면 36일간 일한 셈이다. 역대 교육부 장관 평균 재직 기간은 1년 3개월이다.
이로써 그는 역대 교육부 장관으로는 다섯 번째 단명한 장관이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무위원 첫 사임 사례가 됐다.
아울러, 최장수 교육부 수장 직후 단명 장관이라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교육부 수장이었던 유 전 부총리는 2018년 10월 2일부터 문 전 대통령의 임기 최종일인 올해 5월 9일까지 3년7개월(1316일) 동안 재직했다.
박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1년 하향하는 내용을 담은 학제개편 추진안을 내놓은 뒤 학부모와 교육계, 정치권으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외국어고 폐지 방안까지 졸속 추진 논란이 일면서 그간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최근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윤 대통령이 학제개편안과 관련해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박 부총리를 인적 쇄신 카드로 꺼내면서 사실상 경질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첫 여름휴가를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행한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질의응답) 당시, 박 부총리 등 인적 쇄신에 관한 질문에 “모든 국정동력이라는 게 다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 국민들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잘 살피겠다”고 답했다.
앞서 박 부총리는 윤 정부 출범 직전에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이 ‘풀브라이트 장학금 아빠찬스 의혹’ 등 각종 논란 끝에 자진 사퇴한 뒤 깜짝 발탁됐다.
그러나 만취 음주운전, 논문 표절 의혹, ‘조교 갑질’ 의혹 등 각종 논란이 제기되면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럼에도 국회 구성이 늦어지면서 인사청문회 없이 지난달 5일 취임했다.
박 부총리가 결국 사퇴함으로써 윤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한 교육개혁의 동력도 크게 약화하고, 논란의 중심이 됐던 학제개편안도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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