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합의' 헌재 각하 결정 "헌법소원 대상 아냐" 판단 이유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19-12-27 21: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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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에 체결된 한일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는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는 27일 강일출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 29명과 유족 12명이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된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발표’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헌재는 “당시 합의는 절차와 형식 및 실질에 있어서 구체적 권리·의무의 창설이 인정되지 않고, 이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되었다거나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한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헌법소원심판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한·일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와 관련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전원일치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한·일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와 관련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전원일치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사진= 연합뉴스]


이날 결정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3년 9개월만에 이뤄졌다. 각하는 헌법소원 청구가 헌재의 심판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때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내리는 처분이다.


한일 관계는 지난해 대법원이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계기로 급속히 냉각됐고, 급기야 올해 7월에는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하며 수교 이후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이에 따라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이 나올 경우 한일 관계가 또 한 번 큰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헌재가 아예 본안 심리를 하지 않으면서 외교적 파문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심판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당시 양국 합의의 법적 구속력 여부였으나 헌재는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국민의 기본권 등 법적 권한이 침해받을 가능성 자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심판 대상 합의는 외교적 협의 과정에서의 정치적 합의이며, 과거사 문제 해결과 한일 양국 간 협력 관계의 지속을 위한 외교 정책적 판단이라, 이에 대한 다양한 평가는 정치 영역에 속한다"고 규정했다.


헌재의 이러한 판단은 당시 합의를 조약이 아니라 비구속적 합의로 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조약과 비구속적 합의를 구분함에 있어서는 합의의 명칭, 합의가 서면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 국내법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와 같은 형식적 측면 외에도 합의의 과정과 내용·표현에 비추어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려는 당사자의 의도가 인정되는지 여부, 법적 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의무를 창설하는지 여부 등 실체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며 “비구속적 합의의 경우, 그로 인하여 국민의 법적 지위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비구속적 합의의 근거로 “일반적인 조약이 서면의 형식으로 체결되는 것과 달리 이 사건 합의는 구두 형식의 합의이고, 표제로 대한민국은 ‘기자회견’, 일본은 ‘기자발표(記者發表)’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일반적 조약의 표제와는 다른 명칭을 붙였으며, 구두 발표의 표현과 홈페이지에 게재된 발표문의 표현조차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였다”며 “또한 이 사건 합의는 국무회의 심의나 국회의 동의 등 헌법상의 조약체결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래픽= 연합뉴스]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주요 일지. [그래픽= 연합뉴스]


헌재는 이날 각하 결정 이유에서 정부가 합의 내용에 애매한 표현으로 어떠한 일본 측의 법적 책임도 규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비판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헌재는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시하는 부분의 경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지 여부가 드러나지 않아 법적 의미를 확정하기 어렵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법적 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 근거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과 일본 정부의 출연에 관한 부분은, ‘강구한다’, ‘하기로 한다’, ‘협력한다’와 같은 표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구체적인 계획이나 의무 이행의 시기·방법, 불이행의 책임이 정해지지 않은 추상적·선언적 내용으로서, ‘해야 한다’라는 법적 의무를 지시하는 표현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한 일본 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의 견해 표명 부분도, ‘일본 정부의 우려를 인지하고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만 할 뿐, ‘적절한 해결’의 의미나 방법을 규정하지 않았으며, 해결시기 및 미이행에 따르는 책임도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양국의 권리·의무를 구체화하고 있다고 볼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국제사회에서의 비난·비판 자제’에 관한 한·일 양국의 언급은, 근본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공통의 인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한·일 양국의 법적 관계 창설에 관한 의도가 명백히 존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일본 정부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당시 정부 합의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엔(약 100억원)을 출연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후, 위안부 피해자들을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정부 발표 이듬해인 2016년 3월 27일, 한일 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된 합의의 내용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의 심판대상은 당시 합의 내용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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