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신용등급 발주업체도 하도급업체에 공사대금 지급보증 의무화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0-04-02 17:12:41
3월 31일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신용 등급 관련 지급 보증 의무 면제 제도 폐지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 직불 합의 기한 설정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건설 하도급 업체의 공사 대금 보호 조치가 공사를 발주하는 원사업자의 신용등급과 관련 없이 적용된다.


공정위원회에 따르면, 신용 등급이 높은 원사업자도 하도급 업체에게 공사 대금 지급을 보증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같은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 등의 절차를 거쳐 공포될 예정이며, 공포일로부터 3개월 후에 시행된다.


하도급법은 건설 위탁할 때 원사업자가 하도급 업체에게 공사 대금 지급을 보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시행령에서는 원사업자의 신용 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이거나 직접 지급 합의(직불 합의)한 경우 등은 그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의무 면제되는 경우는 원사업자가 회사채 A0 이상이나 기업어음 A2+ 이상으로 신용도가 높거나, 발주자가 하도급 대금을 직접 하도급 업체에게 지급하기로 발주자·원사업자·하도급 업체가 합의한 경우였다.


그러나 신용 등급이 높은 업체라 하더라도 단기간에 경영 상태가 악화되기도 하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법 위반이나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회사채 평가 등급이 2011년 A-에서 CCC로 급격히 하락하고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된 모 개발사의 경우가 그같은 사례다.


신용 등급이 높아 의무가 면제된 회사 27개 사의 2016년∼2018년 법 위반 사례는 7건이었고, 분쟁 조정 건수는 187건(조정금액 583억6천만 원)에 이르렀다.


이같은 현실적인 이유 외에도, 국토교통부가 건설 산업 기본 법령상의 ‘회사채 등급이 높은 사업자에 대한 지급 보증 면제 조항’을 이미 폐지해 양 법령 간의 정합성도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이에 개정안에서는 공사 대금 지급 보증 의무 면제 사유 중 ‘원사업자가 신용 평가에서 공정위가 고시하는 기준 이상의 등급을 받은 경우’가 삭제됐다.


다만, 원사업자의 부담 등을 고려해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하면 시행하도록 하고, 시행일 이후 체결하는 원도급 계약과 관련된 하도급 계약부터 개정 시행령을 적용하도록 했다.


그간 직불 합의 기한 설정 관련도 불합리성이 지적돼 왔다 .


하도급법은 지급 보증을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직불 합의가 같은 기간 내에 이루어지면 보증 의무를 면제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전 시행령은 직불 합의의 기한을 설정하고 있지 않아 악용되는 사례들이 있었다.


이에 원사업자가 지급 보증 의무를 30일 내에 이행하지 않고 이후에 법 위반 회피를 위해 직불 합의를 악용할 우려가 있는 상황이었다.


일례로, 계약 체결일로부터 400여 일 이후에 이루어진 직불 합의를 지급 보증 면제 사유로 주장하는 사례 등을 들 수 있다.


이에 개정안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직불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만 지급 보증이 면제되도록 바꿨다.


개정 하도급법 시행령이 시행되면 기존에 지급 보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하도급 대금(2018년 기준 16조 원)에 대한 보증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원사업자의 부도·폐업 등으로 인해 하도급 업체가 연쇄 부도나 부실화되는 것을 막고, 하도급 대금과 관련해 원사업자와 하도급 업체 간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하도급 업체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사업자의 부도·폐업 등 뿐만 아니라 원사업자가 2회 이상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도 하도급 업체가 보증기관에 보증금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변경되는 제도가 건설 하도급 현장에 빠르게 안착될 수 있도록 권역별 사업자 교육, 관련 사업자 단체 누리집 게시, 안내 책자 배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개정 내용을 홍보하고, 법 위반 행위를 적발하며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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