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 5㎕의 비밀 풀었다”…망막질환 진단·치료 반응 예측 AI기술 개발

김민준 기자 / 기사승인 : 2026-07-13 15:44:22
서울아산병원, 나노 광학·AI 결합 진단 플랫폼 개발
진단 정확도 96.45%·항-VEGF 치료 반응 90% 이상 예측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국내 연구진이 안구 내 액체에 존재하는 바이오마커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주요 망막질환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치료 반응까지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은 김준기 융합의학과 교수·이준엽 안과 교수팀이 고감도 바이오마커 검출법과 인공지능을 결합해 망막질환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치료 반응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통합 진단 플랫폼을 자체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진단 정확도는 96.45%에 달했다.

 

▲이준엽 안과 교수·김준기 융합의학과 교수. [사진=서울아산병원]

 

안질환을 진단하고 치료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빛간섭단층촬영(OCT)이나 안저 촬영 등 ‘영상 검사’가 주로 사용된다.

 

망막이 붓거나 혈관 모양이 변화했는지 등 구조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지만, 질병이 생기는 근본적 원인인 생물학적 변화는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특히 치료 반응을 확인하기까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어, 치료 효과가 없는 환자들도 효과 여부를 알기 전까지 반복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했다.

 

반면 질환과 관련된 바이오마커를 분석하는 ‘생화학 분석법’은 최소 100 마이크로리터(µL) 이상의 방수가 필요하다. 생물학적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지만, 비교적 많은 양의 검체를 확보해야 하고 분석 과정도 복잡해 실제 임상에서 널리 활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방수는 각막과 수정체 사이의 공간에 차 있는 맑은 액체다.

 

이에 연구팀은 ‘표면 증강 라만 분광법(Surface-Enhanced Raman Spectroscopy, 이하 SERS)’이라는 고감도 바이오마커 검출법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결합해 망막 질환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통합 진단 플랫폼을 개발했다.

 

먼저 연구팀은 ‘금 코팅 아연산화물(Au-ZnO) 나노로드 기반 칩’을 자체 개발했다. 이 나노 구조체에 방수 샘플을 떨어뜨리면 방수 속 생체분자들이 막대 모양의 나노로드 사이 틈으로 스며든다. 질환과 관련된 생체분자를 효과적으로 모아주는 ‘나노 필터’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연구팀은 진단 플랫폼의 SERS 기술을 기반으로 이러한 생체분자의 농도를 높였다. 금속 물질의 ‘국부적 표면 플라즈몬 공명(LSPR) 모드’로 감도를 높임으로써 라만 신호를 30만 배 이상 극대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어떠한 복잡한 전처리 없이 단 5 마이크로리터(µL) 이하의 소량의 방수로부터 생화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방수에서 얻은 생화학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적용해 정밀 진단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상 대조군(망막 질환이 없는 백내장 환자) 12명과 망막 질환자 26명 등 총 38명을 대상으로 질환 유무를 선별한 결과, 96.45%의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또한 세부적인 망막질환 종류까지 선별 가능한 인공지능 분석 알고리즘인 선형 판별분석(PC-LDA)과 이차 판별분석(PC-QDA) 모델에서도 각각 87.63%, 86.45%의 정확도를 달성했다.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망막정맥폐쇄 등 복잡한 망막질환 간의 생화학적 패턴을 정밀하게 구분한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로 환자별 항-VEGF 주사 치료에 대한 반응성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연구팀이 개발한 통합 진단 플랫폼은 치료 후 영상검사에서는 아직 관찰되지 않는 안구 내 생화학적 변화를 먼저 포착했으며, 90% 이상의 높은 정확도로 치료 반응군과 비반응군을 사전에 선별해냈다. 치료 효과가 있는 환자군을 미리 선별할 수 있고, 실명 위험 환자에게 개인 맞춤형 최적 처방을 내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기존 구조 중심의 안과 진단을 분자 수준의 생화학 분석으로 확장해 치료 반응이 낮은 환자를 조기에 선별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노 광학 기술과 AI 분석을 결합해 소량의 안구 내 검체만으로도 정밀한 생체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안질환 조기 진단과 치료 가이드를 제공하는 실용적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NRF)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의 보건의료기술 및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및 융합공학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머티리얼즈 투데이 어드밴시스(Materials Today Advances, 5년 피인용지수 10.0)’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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