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착취물 제작 공소시효 폐지…범죄수익은 재판·기소 전에도 몰수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앞으로 디지털 성범죄를 중대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정형량이 상향 조정되고 중대 성범죄 예비·음모죄가 신설된다.
독립몰수제를 도입해 디지털 성범죄로 인한 범죄수익을 환수하고 디저털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확대한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온라인 그루밍 처벌이 신설되고,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을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높인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대한 구매죄를 신설해 소지하지 않고 구매만 해도 처벌하도록 하고, 소지행위에 대한 형량도 상향 조정한다.
성매수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에 대한 피해자 지원의 내실화를 기하고, 피해영상물의 신속한 삭제도 지원한다.
정부는 23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처벌은 무겁게 하고, 피해자 보호는 철저하게 하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심의?확정했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하연 경찰청 차장, 김오수 법무부 차관, 노 국무조정실장, 오른쪽이 김희경 여성가족부 차관. [사진= 연합뉴스]](/news/data/20200423/p179566178996616_540.jpg)
정부는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2017년 9월)에 이어 ‘웹하드 카르텔 방지대책’(2019년 1월) 등 2차례에 걸쳐 디지털 성범죄 방지대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른 범죄수법의 진화 및 폐쇄적 해외 플랫폼 사용 등 신종범죄에는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텔레그램을 이용한 n번방, 박사방 사건과 같이 온라인상에서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사건은 피해자 중에 미성년자가 다수 포함되어 있고, 악질적 범죄 수법으로 많은 국민들의 염려를 초래하고 공분을 사고 있다.
이번 범죄의 특성은 특정인이 지속적으로 착취를 당하고, 유료화를 통한 범죄수익 창출로 기업화되거나 다수가 역할을 나누어 조직화하는 등 새로운 양상을 띠었다.
이런 가운데, 국무조정실이 주관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이번 근절대책은, 종전 대책들이 불법촬영 등 범죄수단별 타겟형 대책이었던 것과 달리, 신종범죄에 대한 사각지대가 없도록 디지털 성범죄 전반을 포괄하는 종합대책으로 마련됐다.
우선 ‘디지털 성범죄물’의 범위를 넓혀 대책을 추진한다. ▲ 변형카메라 이용 불법촬영물, ▲ 합성·편집물(딥페이크 등), ▲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협박, 강요, 그루밍 등에 의한 촬영물 포함), ▲ 당사자 동의 없이 유포한 영상물 등을 모두 포괄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 성범죄 근절’ 목표 아래, ▲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 확립, ▲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보호강화, ▲ 처벌 및 보호의 사각지대 해소, ▲ 중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확산 등 4대 추진전략을 설정했다.
또 4대 분야에서 17개 중과제 및 41개 세부과제를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출처= 국무조정실]](/news/data/20200423/p179566178996616_258.png)
우선 디지털 성범죄 처벌의 실효성을 강화한다.
범죄의 중대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아 처벌이 충분치 않았으나, 앞으로는 디지털 성범죄물 제작 등을 중대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정형량을 대폭 높이고, 아동·청소년 성범죄물 제작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도 폐지하기로 했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판매 행위에 대한 형량의 하한을 설정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고, SNS·인터넷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광고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도 신설해 수요자 유인 행위를 막는다.
최근 디지털 성범죄는 SNS 등을 통해 성폭력을 모의한 후 오프라인에서 실행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이번 근절대책에는 중대 성범죄 예비·음모죄가 신설된다.
예비·음모죄를 처벌하는 살인 등과 마찬가지로 합동강간, 미성년자 강간도 중대범죄로 취급해 실제 범행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준비하거나 모의만 해도 예비·음모죄로 처벌하기로 했다.
또한, 그동안 법정형량을 높였음에도 적용기준이 미비해 국민 눈높이보다 낮은 형량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불신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양형기준도 마련된다.
검찰의 경우 이달 9일부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화된 사건처리기준과 구형기준을 우선 마련해 시행 중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도 대폭 강화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출처= 국무조정실]](/news/data/20200423/p179566178996616_695.png)
기업화되고 수익구조화 되는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 범죄수익 환수도 대폭 강화한다.
해외도피, 사망 등의 경우에 기소나 유죄판결 없이도 몰수가 가능한 독립몰수제를 신규로 도입하고, 범행기간 중 취득재산을 범죄수익으로 추정하는 규정도 신설하는 등 범죄수익을 원천봉쇄할 계획이다.
독립몰수제는 검사가 기소 없이 법원에 몰수ㆍ추징만을 별도 청구하면 이를 법원이 결정하는 제도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신상공개도 더욱 확대된다.
수사단계에서부터 사안이 중한 피의자는 얼굴 등 신상정보를 적극 공개하고,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의 신상공개 대상이 종전에는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 등 성폭력범으로 한정되던 것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판매한 자도 추가한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확실한 보호장치도 마련된다.
아동·청소년을 유인하고 길들임으로써 동의한 것처럼 가장해 성적으로 착취하는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처벌을 신설, 아동·청소년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계획이다.
이런 사건의 경우 ‘성적 영상물·사진 요구-유포협박-만남요구-만남‘ 등 일련의 단계를 처벌하도록 할 방침이다 .
이번 n번방 사건 등에서 미성년 피해자가 다수 발생하는 등 미성년자 보호공백이 드러남에 따라 보호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의제강간 기준 연령도 16세 미만으로 높이기로 했다.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는 13세 미만에만 적용됐으나, 그동안 미성년자 보호가 충분치 못하다는 논란이 있어 오랫동안 그 기준연령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강간과 동일하게 간주되는 의제강간의 기준연령을 일본 13세, 독일 14세, 영국 16세로 하고 있고, 미국은 주마다 16~18세로 상이하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기능 강화. [출처= 국무조정실]](/news/data/20200423/p179566178996616_603.png)
디지털 성범죄의 탐지 및 적발이 용이하도록 수사관이 미성년자 등으로 위장해 수사하는 잠입수사를 디지털 성범죄에 도입한다.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이 갈수록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등 폐쇄성과 보안성 때문에 탐지가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잠입수사는 현재도 마약 수사 등에 활용되고 있는 수사기법으로, 우선은 수사 가이드라인 마련을 통해 즉시 시행하고, 잠입수사 과정에서의 수사관 보호 및 향후 재판과정에서의 증거능력 등을 고려해 법률에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도 도입된다.
온라인상 디지털 성범죄물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적발이 가능하도록 국민들이 디지털 성범죄물을 발견하면 신고할 수 있도록 해 국민들이 참여하는 촘촘한 감시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신고포상금은 신고된 사람이 해당 범죄로 기소되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경우 지급한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수요 차단 및 인식개선 노력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아동·청소년 성범죄물의 소지·구매 등 수요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성범죄를 찾아보는 행위도 범죄라는 경각심 고취를 위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행위에 대한 형량(현행 1년 이하 징역)을 높이기로 했다. 일단 '3년 이하 징역'으로의 상향을 추진중이지만, 하한을 두되 상한은 없애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이와 함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로 벌금형을 받은 자는 그간 학교·어린이집 등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새로이 취업제한 대상에 추가한다.
또한, 현재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물에 대해서만 소지죄 처벌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성인 대상 성범죄물 소지의 경우도 처벌조항을 신설해 처벌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구매죄도 신설해 소지하지 않고 구매만 해도 처벌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n번방 사건에 미성년자 및 군장병이 연루되어 많은 국민들의 우려가 있었다. 이에 학생, 학교밖 청소년 및 군장병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예방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올바른 성 가치관과 태도를 함양하는 포괄적 학교 성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번 근절대책에는 피해자 지원 내실화 방안도 담겼다.
우선, 성매수 연루 아동 등을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피해자’로 변경해 처벌 대신 보호를 강화한다.
현재는 성매수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이 ‘자발적 성 매도자’인 피의자로 취급되어 소년원 감치 등 보호처분 대상이 됨에 따라 신고를 주저하게 되고, 가해자는 이를 악용해 착취를 강화하는 등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다.
![[출처= 국무조정실]](/news/data/20200423/p179566178996616_272.png)
디지털 성범죄 피해 영상물의 신속한 삭제도 지원한다.
온라인상 유포피해가 주로 발생하는 취약시간대인 야간에도 신속한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기능을 강화해 삭제지원, 상시 상담, 수사지원 및 2차, 3차 유포에 대한 추적 삭제 지원 등 24시간 원스톱 지원체계를 내실있게 가동할 방침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삭제 절차도 더욱 간소화해 선(先)삭제, 후(後)심의 절차를 도입하는 등 신속한 삭제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현재는 ‘피해자 신고-심의-사업자에게 삭제 요청’ 단계에 24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성범죄 대응 전 과정(예측–유포 차단–검거–삭제)에 걸쳐 신속하게 탐지해 자동 필터링 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유통정보와 영상물에 대한 인터넷 사업자의 책무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측면에서, 인터넷 사업자의 책임도 강화된다.
인터넷 사업자가 발견시 바로 삭제해야 할 성범죄물이 종전에는 불법촬영물로 국한되어 있었으나, 앞으로는 이를 디지털 성범죄물 전반으로 확대한다. 유통방지를 위한 삭제·필터링 등 기술적 조치의무도 웹하드 사업자에만 적용되던 것을 모든 사업자로 확대한다.
또한, 위반시 제재수단으로 징벌적 과징금제를 도입해 사업자의 성범죄물 유통방지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 유통금지 의무를 해외사업자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역외적용 규정도 도입할 계획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개인정보 유출 방지 조치도 강화한다.
개인정보 유출을 통한 온라인상 2차 피해 및 오프라인상 직접적인 범죄위협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이 필요한 경우 처리기간을 종전의 3개월에서 3주 내로 단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n번방 사건 등에서도 문제 됐던 사회복무요원의 행정기관 내 개인정보 취급을 전면 금지하고 복무중 정보유출 등의 경우 제재를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를 반인륜적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끝까지 뿌리 뽑는다는 자세로 온 역량을 모아 철저히 대응해 국민 여러분께서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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