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재산가 24명 탈루사례 백태] 회사명의 고가 슈퍼카 유용·가족 고액 거짓급여에 해외법인 통한 자녀 유학비 변칙부담까지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0-06-09 21: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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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평균 1500억원 대재산가 24명 탈루 세무조사 착수
‘무늬만 회사차’ 고가 슈퍼카 총 41대 102억원 보유
자녀·고령의 노모 등 근무하지 않은 가족에 고액 급여지급
현지법인에 외환 송금 뒤 유학비용 등 해외 체재비에 사용
회사 명의로 고급 콘도 구입·법인카드로 명품구입·해외여행
회사 명의로 강남 최고급 아파트 구매해 가족 주거용으로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미국·영국 등은 업무차량의 ‘출퇴근’ 이용도 사적 사용으로 간주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최근 슈퍼카를 법인이 보유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현상이 다수 보도되는 등 사적 사용과 탈세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져 왔다.


국세청이 실제 근무하지도 않은 사주 가족을 근무하는 것처럼 명의만 등록해 수억 원의 고액 급여를 지급해 왔거나, 초고가 슈퍼카를 회사 명의로 취득하고 사주일가가 사적으로 사용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대재산가 24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8일 밝혔다.


일부 대자산가들의 비뚫어진 세금 탈루 소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위기 속에서 무급휴직, 급여 삭감 등으로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많은 기업과 근로자를 허탈하게 만든다.



[출처= 국세청]
국세청이 최근 4년 간의 연매출 100억 이상 법인 세무조사 사례를 토대로 '딥-러닝(Deep learnig)' 기법을 활용해 탈세위험을 예측·분석한 결과, 실제 근무하지 않은 가족 등에 1억원 이상 급여 지급이나 고가차 사적 유용이 적발된 법인조사 평균 추징세액이, 동일 매출구간에 속한 일반 법인조사 평균 추징세액을 전 구간에서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딥러닝은 다량의 데이터·사례를 분석해 결과를 예측하는 기법이다. [출처= 국세청]


이번 국세청 조사 대상자들은 평균 1500억 원의 재산을 보유 중임에도, 전업주부인 배우자, 해외 유학 중인 자녀, 고령의 노모 등 실제 근무하지도 않은 사주일가를 근무한 것처럼 꾸며 1인당 평균 21억원에 달하는 고액의 급여를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슈퍼카에 관심이 많은 사주가 6대를 회사 업무용으로 등록하고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2대 합계 13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스포츠카를 전업주부인 배우자와 대학생인 자녀가 업무와 관계없이 자가용으로 사용하면서 법인이 그 비용을 부담케 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위장계열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매출 누락을 통한 회사자금 유출, 서류상 회사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변칙 증여 등 편법 탈세를 통해 기업의 이익을 편취하는 방식으로 사주일가의 재산을 증식해 온 혐의도 포착됐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서는 사주 및 이익을 분여받은 가족들의 재산형성 과정 전반과 탈루 혐의가 있는 관련 기업까지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라며 “조사 과정에서 증빙자료의 조작, 차명계좌의 이용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중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또 “앞으로 코로나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올해 세무조사 건수를 대폭 축소하되, 회사 이익 편취 등 반사회적 탈세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가족 고액급여 지급·고가 슈퍼카 사적 사용 등 탈루 혐의 사례들



[출처= 국세청]
근무사실 없는 고령의 부모에게 거짓급여 지급 및 자녀 유학비 변칙 부담 사례. [출처= 국세청]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탈루 혐의 조사대상자의 재산은 1인당 평균 재산 보유액이 1462억원으로, 금융자산이 52억원, 부동산이 66억원, 주식이 1344억원에 달했다. 근무로 꾸민 사주일가는 전업주부 6명, 해외유학 4명, 고연령·장기입원자 3명, 타인 차명으로 우회지급 2명이었다.


조사대상자 9명이 법인 명의로 보유한 고가 슈퍼카는 모두 41대로 총 102억원 상당이나 됐다. 1명은 7대나 보유하고 있었고, 6대 보유자는 3명, 5대 보유자는 1명, 3대 보유자는 3명, 2대 보유자는 1명이었다.


사례들을 보면 정말 기가 막힌다.


첫 번째는, 고령의 부모 등 근무사실 없는 가족에게 고액 급여를 지속적으로 거짓 지급하고, 해외 현지법인에 외환을 송금해 자녀 유학비용으로 변칙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례다.


유명 프랜차이즈 회사 사주 A씨는 가맹본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재를 비싼 가격으로 가맹점에 납품하는 방법으로 회사의 규모를 계속 키워온 것으로 알려져 더욱 어이없게 만든다.


A씨는 80대 후반의 부모와 배우자, 자녀를 임직원으로 명의만 허위 등재해 놓고 5년 동안 약 45억원 상당의 급여를 지급했으며, 사주자녀의 해외 유학지역 인근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다음 사주자녀를 임원으로 명의만 올려놓고 이 현지법인에 외환을 송금해 자녀의 유학비용과 고급주택 임차비용 등 해외 체재비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주 자녀 귀국 이후에도 계열사를 통해 2년 동안 약 4억원 상당의 거짓 급여 및 용역비를 지급했으며, 그 외에도 주식 명의신탁, 거래 중간에 서류상 회사 끼워넣기를 통한 회사자금 부당유출 등 다수의 탈루 혐의를 받고 있다.



[출처= 국세청]
회사 명의로 고가 슈퍼카 구입 후 가족들이 각자의 자가용으로 사용. [출처= 국세청]


두 번째는 회사 명의로 고가 슈퍼카 6대를 취득해 사주 가족 각자의 자가용으로 사용하는 등 호화사치를 일삼으며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일명 ‘무늬만 회사차’ 사례다.


별다른 경력이 없음에도 창업주인 부친으로부터 국내 유수의 알짜 회사를 물려받은 사주 B씨는회사 명의로 총 16억원 상당의 고가 슈퍼카 6대를 구입해 본인과 전업주부인 배우자, 대학생인 자녀 2명 등 일가족 자가용으로 사용했다.


사주 B씨는 또한, 회사 명의로 27억원 상당의 고급 콘도를 취득해 가족 전용별장으로 사용하고 법인카드로 가족 명품구입과 해외여행 등 호화로운 사치생활을 영위했다.


그 외에도 임원 명의 위장계열사를 설립해 부당 통행세 이익 제공 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회사자금 유출 등 다수에 걸쳐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출처= 국세청]
회사 명의로 초고가 스포츠카와 최고급 아파트를 취득한 후 사주 가족이 사용한 사례. [출처= 국세청]


세 번째는 회사 명의로 초고가 스포츠카를 취득해 전업주부인 사주의 아내와 학생인 자녀에게 제공하고, 최고급 아파트를 구입해 가족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등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례다.


최근 친환경 소재 제품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회사를 운영 중인 사주 C씨는 회사 명의로 약 13억원 상당의 초고가 스포츠카 2대를 구입한 뒤 전업주부인 배우자와 대학생 자녀에게 개인 자가용으로 사용토록 제공했다.


C씨는 또한회사 명의로 강남 소재 80억원 상당의 최고급 아파트를 사들여 가족 주거용으로 사용했다.


또한, 배우자와 자녀는 법인카드로 명품백을 구입하고 고급 유흥업소를 출입하면서 스포츠카와 명품백 사진 등 후기를 수시로 SNS에 올리며 이를 과시하기도 했다고 국세청은 전했다.


이 사례는 그 외에도 주식 명의신탁, 우회증여, 가공원가 계상 등을 통한 회사자금 유출 등 다수의 탈루 혐의를 받고 있다.



[출처= 국세청]
서류상 회사를 통해 빼돌린 회사자금으로 사주 처에게 거짓 고액급여 지급. [출처= 국세청]


네 번째는 계열사 간 거래 중간에 사주 부인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끼워 넣어 회사자금을 빼낸 후, 전업주부인 배우자에게 거짓 고액급여를 지급하고, 사주 자녀의 부동산과 주식 취득에 사용한 사례다.


생필품으로 유명한 회사를 운영하는 사주 D씨는 계열사로부터 원재료를 직접 매입해 오던 중 배우자 명의의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이 페이퍼컴퍼니를 원재료 매입거래 중간에 끼워 넣고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수하는 수법으로 회사의 이익을 빼돌렸다.


D씨는 빼돌린 이익 중 40억 원 상당액을 전업주부인 배우자에게 거짓 급여 명목으로 지급해 개인주택의 최고급 인테리어와 고가슈퍼카 구입 등에 사용했다. 또 25억 원 상당액을 거짓 원가 명목으로 빼돌려 자녀 부동산과 주식 취득에 썼다.


이 불법 탈루 사례는 그 외에도 주식 명의신탁, 사주 자녀회사에 지급수수료 부당지급, 해외현지법인을 이용한 자녀 유학비 대납 등 다수 혐의가 적발됐다고 국세청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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