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Pick] 이 대통령·이재용·최태원 회장, '비친화기업 규제의 민주당' 넘어 산업 원팀 강조

박제성 기자 / 기사승인 : 2026-07-14 17: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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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피지컬 AI·데이터센터 공동 설계…정부는 전력·용수·인허가로 투자 리스크 분담
상법·노동개혁 병행한 ‘조건부 친기업’…회동보다 첫 삽·지역 일자리가 진짜 성적표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잇달아 만나 대규모 국내 투자를 조율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기업정책이 과거 민주당 정부와 다른 친기업적 성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노동권 강화를 앞세우며 대기업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던 기존 민주당 정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이 대통령이 직접 기업의 투자 장애물을 해결하는 ‘산업 프로젝트 매니저’를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이 실린다.

 

▲[사진=챗GPT4]

 

특히 이 대통령이 두 총수에게 공개적으로 감사의 뜻을 표하고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입지, 인허가 문제를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

 

대기업을 규제와 개혁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국가 산업전략을 공동 설계하고 실행하는 핵심 파트너로 대우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공통 분모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이재용·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들과 공개 간담회와 개별 회동을 이어가며 반도체와 AI, 지역투자, 통상 현안 등을 직접 논의해 왔다.

 

이 대통령은 취임 9일 만인 2025년 6월 13일 이 회장과 최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를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의 핵심은 경제이고, 경제의 핵심은 기업”이라며 정부가 기업의 글로벌 경쟁과 경제 영토 확대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불필요한 낡은 규제는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는 정부가 정책을 먼저 확정한 뒤 기업에 투자와 고용을 요청했던 기존 방식과 차이가 있다. 기업이 투자계획과 현장 애로를 제시하면 대통령실과 관계 부처가 이를 산업정책에 반영함과 동시에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직접 관리하는 구조로 변모한 것이다.

 

이후 대통령과 주요 총수의 만남은 일회성 상견례를 넘어 구체적인 산업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실무 회의로 발전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최태원 회장 등이 함께 만나 반도체와 제조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미 관세협상 이후에도 주요 기업인을 다시 불러 후속 대응을 점검해 ‘통상 원팀’을 강조했다.


◆ 이·최 회장과 '3대 메가프로젝트' 공동 설계…정부는 전력·용수·인허가로 투자 리스크 분담

 

올해 6월에는 이 대통령이 이재용‧최태원 회장을 차례로 비공개 면담한 뒤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발표된 사업은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구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이 생산시설과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면 정부가 전력망과 산업용수, 교통, 주거 등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대통령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대한민국의 향후 20~30년을 책임질 사업”으로 규정했다. 단순히 기업에 지방투자를 요구하거나 일방적인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가 기업의 투자 위험과 비용을 함께 나눠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기업이 수도권을 벗어나 새로운 생산시설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면 안정적인 전력과 용수 확보는 물론 부지 조성, 인허가, 교통망, 정주 여건 등의 문제가 동시에 해결돼야 한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이 같은 투자 장애물을 직접 해소해 기업이 손해 보지 않고 장기적인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재계도 정부의 지원 방침에 대규모 투자 구상으로 화답했다. 이재용 회장은 “기업과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모으면 대체 불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기업의 기술력과 투자 역량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인프라 지원이 더해져야 글로벌 반도체와 AI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태원 회장은 AI 데이터센터를 “대한민국 AI 인프라이자 피지컬 AI를 움직이는 심장”이라고 강조했다. AI 데이터센터가 단순히 서버를 모아 놓은 시설이 아니라 반도체와 에너지, 통신, 로봇, 제조업을 연결하는 국가 핵심 기반시설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발언은 정부와 기업의 관계가 투자 독려와 규제 완화 요구를 주고받는 수준을 넘어 국가 산업전략을 공동으로 설계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은 대규모 자본과 기술을 투입하고, 정부는 전력·용수·입지·인허가 등 민간이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기반시설을 책임지는 새로운 형태의 민관 협력 모델이다.

 

지난 6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보고회에서는 이 대통령이 이재용·최태원 회장을 향해 허리를 숙여 감사의 뜻을 표하는 장면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대규모 국내 투자를 결정한 기업인들을 “국가 영웅이자 국민 영웅”이라고 평가하고, 신규 투자지역의 주거·문화·보건 인프라까지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이는 민주당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재계가 경제민주화와 지배구조 개편, 노동정책 강화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과 대비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 역시 혁신성장과 기업투자를 추진했지만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에 정책적 무게를 두면서 재계에는 규제 중심 정부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총수 회동보다 중요한 건 '첫 삽'…인허가·전력망·지역 일자리가 진짜 성적표

 

다만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를 규제완화 일변도의 전통적인 친기업 정부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전략산업 투자에는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 보호 강화와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등 지배구조와 노사관계 분야의 개혁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를 ‘조건부 기업친화’ 또는 ‘전략산업형 기업친화’로 평가한다.

 

기업이 지방에 생산 시설을 짓고 청년 채용과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서면 정부가 인‧허가와 전력·용수·교통 등 투자 비용과 위험을 나눠 갖는 구조다. 기업 지원 자체보다 국가 성장전략에 부합하는 투자에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점에서 기존 보수 정부의 전면적인 규제 완화와도 차이가 있다.

 

관건은 대통령과 총수의 빈번한 회동이 실제 투자 집행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필요로 하는 만큼 송전망 건설과 지역 주민 수용성, 전문인력 확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천문학적인 투자계획도 지연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의 기업친화 기조에 대한 최종 평가는 회동 횟수나 투자 발표액이 아니라 공장 착공 시점과 인·허가 단축 실적, 지역 일자리 창출 규모로 결정될 전망"이라며 "총수들과의 만남을 ‘사진 정치’로 끝내지 않고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과거 민주당 정부와의 차별화를 입증할 첫 시험대가 된 셈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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