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첫 대장' 백선엽 장군 육군장 영결식 엄수...전투복 수의 입고 대전현충원에 영면

이승선 / 기사승인 : 2020-07-15 11:12:03
  • -
  • +
  • 인쇄
연합사령관 "동맹의 창시자, 전우여 안녕" 추도사
다부동 전투 참전용사 등 묘역에 '8대 격전지 흙' 허토
국립묘지 안장 놓고 찬반 대립...운구차 진입 방해 시도도

[메가경제= 이승선 기자] '6·25 전쟁의 영웅'으로 불리면서도 친일 행적으로 사후까지도 평가가 엇갈린 고(故) 백선엽 장군(예비역 육군 대장)의 영결식과 안장식이 15일 엄수됐다.


백 장군은 6·25전쟁 당시 전투복과 같은 모양의 미군 전투복을 수의로 착용하고 유족의 눈물 속에 영면에 들었다. 1944년 미군 전투복은 유족 측이 골동품 시장에서 직접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욱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오전 7시 30분 서울아산병원에서 영결식을, 11시 30분 국립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에서 안장식을 각각 주관했다. 육군은 지난 11일 부고를 내고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육군장 영결식을 연다고 밝혔다.


영결식은 유가족과 정경두 국방부장관,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역대 육군참모총장, 보훈단체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국회 국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 등도 자리했다.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고(故) 백선엽 장군 영결식.[출처= 연합뉴스]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영결식. [출처= 연합뉴스]


장의위원장인 서 총장은 조사에서 "작년 5월 장군님을 예방했을 때 더 강한 육군을 만들어 달라시던 그 말씀은 아직도 제 귓가에 맴돌고 있다"며 "장군님이 사랑하는 전우들과 함께 피와 땀과 눈물로 지킨 대한민국을 굳건하게 지켜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1사단장을 지낸 송영근 예비역 중장은 추도사에서 6·25 전쟁 당시 다부동 전투 승리를 이끌었던 고인의 공로를 상기하며 "당시 패배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고 저나 여러분도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1사단은 고인이 6·25 당시 이끈 부대다.


송 중장은 추도사에서 "지금도 국가장으로 동작동 서울현충원에 모시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추도사를 한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고인을 "철통같은 동맹의 창시자 중 한 분"으로 평가하며 "한국전쟁 지상 전투의 가장 절망적이고 가장 암울한 순간에서 유엔군 전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군을 이끌었고, 한국군의 기초를 다진 분"이라고 추모했다.


미 국가안보회의(NSC)는 지난 12일 공식 트위터 계정에 백 장군 영문 회고록 표지 사진을 첨부하고 "한국은 1950년대 공산주의의 침략을 격퇴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백선엽과 다른 영웅들 덕분에 오늘날 번영한 민주공화국이 됐다"며 경의를 표했다.



고 백선엽 장군 빈소 조문하는 합참의장ㆍ주한미군 사령관.[출처= 연합뉴스]
고 백선엽 장군 빈소 조문하는 합참의장ㆍ주한미군 사령관.[출처= 연합뉴스]


이어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유엔군 사령관)은 한국시간 13일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백 장군은 한미동맹의 '심장'이자 영혼'이었다. 그의 복무에 깊이 감사한다"며 유족을 위로했다.


그는 "전우여, 안녕히 가시라(Farewell, friend)"는 인사와 함께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를 대표해 삼가 조의를 표했다.


역대 연합 사령관들도 추모 영상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존 틸러리 전 사령관은 고인이 "한미동맹을 지원하고 장병들을 사랑하는 군인 중의 군인이었다"며 "백선엽 대장의 전설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월터 샤프, 제임스 셔먼, 빈센트 브룩스 등 다른 전임 사령관들도 잇따라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부인 노인숙 여사를 시작으로 주요 참석자들의 헌화 및 분향이 끝난 뒤 영구차는 봉송대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안장식이 열리는 대전현충원으로 향했다.


이날 육군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영결식 참석 인원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한 보수단체 회원 등 200여명이 영결식장 주변에 모였고, 영결식을 생중계하려는 방송사와 언론사들이 몰렸다.



15일 오전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 백선엽 장군 안장식에서 고인의 위패와 영정사진, 시신이 장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5일 오전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 백선엽 장군 안장식에서 고인의 위패와 영정사진, 시신이 장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후 고 백선엽 장군의 안장식은 대전시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장군2묘역에서 엄수됐다.


행사는 개식사, 고인에 대한 경례, 추도사, 헌화 및 분향, 하관, 허토(흙을 관 위에 뿌리는 절차), 조포 및 묵념, 참모총장 인사말, 폐식사 순으로 최고 예우를 갖춰 거행됐다.


백 장군 유족을 비롯해 서욱 육군참모총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예비역 장성단체(성우회) 회장단, 역대 참모총장 등이 참석했다.


김판규 전 육군참모총장은 추도사에서 "장군님은 위기마다 대한민국을 구해 세상 사람들이 '살아 있는 전설'로 부른다"며 "조국의 별로 이 땅을 지키시다 하늘의 별이 되신 장군님께서 더 영롱한 별빛을 뿌려주는 호국의 큰 별이 돼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북 다부동 전투 참전용사와 장병 등 8명은 백 장군 묘에 허토했다. 육군은 허토용 흙과 관련해 고인이 생전에 '의미 있다'고 생각한 다부동 등 6·25 격전지 8곳에서 퍼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15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고(故) 백선엽 장군 안장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5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고(故) 백선엽 장군 안장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10일 100세 일기로 별세한 백 장군은 불과 33세 나이에 1953년 1월 육군 대장으로 진급, 국군 역사상 최초의 4성 장군이자 '6·25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 독립군 토벌대로 악명 높은 간도특설대에서 2년 남짓 복무한 이력으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 논란이 됐다.


이런 이유로 별세 소식이 전해진 후 국내외에서 추모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동시에 그의 친일 행적 논란이 국립묘지 안장 문제로까지 번지면서 5일장 기간에 논쟁의 대상이 됐다.


안장식이 열리기 전 대전현충원 입구에서는 백 장군 안장 찬반 단체 간 대치로 긴장감이 조성됐다.



15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국립현충원에서 고 백선엽 장군의 대전 국립현충원 안장을 반대하는 진보단체 집회(왼쪽)와 길을 막고 있는 한 보수 단체의 차량 사이로 경찰이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5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국립현충원에 고 백선엽 장군 운구차량이 들어오는 순간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도로에 뛰어들자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광복회 대전충남지부·독립유공자유족회 대전지부·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는 이날 오전 10시께 대전현충원 입구 왕복 4차로 한쪽 인도(공주 방향)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 대전현충원 안장 반대' 시민대회를 열어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으로 민간인 학살의 주범인 백선엽은 현충원이 아닌 일본 야스쿠니로 가라"고 주장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 유족회와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도 기자회견과 피케팅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반대편 인도(유성 방향)에 모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측은 "백선엽 장군이 독립군을 참살하거나 동족에게 해악을 끼쳤다는 실체가 없는 데도 구국의 영웅을 욕되게 하고 있다"며 "국민 모두에게 추앙받아야 할 분을 매도하는 건 군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어 "호국영령을 파묘하자는 등의 입법 추진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420명의 인력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집회 시작 전 격앙된 반응을 보인 일부 참가자를 제지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승선
이승선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최신기사

1

컴투스, ‘더 스타라이트’ 구글 플레이 스토어 인기 1위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컴투스는 ‘더 스타라이트’가 정식 서비스 시작 후 하루 만에 국내 구글 플레이 스토어 인기 게임 1위를 기록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18일 오전 11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더 스타라이트’는 19일 오후 구글 플레이 스토어 인기 순위 정상,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출시와 동시에 인기 게임 순위 3위에 오르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2

하나은행, '지수플러스 정기예금' 출시
[메가경제=최정환 기자] 하나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대응해 원금은 보장하면서도 정기예금 이상의 높은 수익실현 기회를 제공하는 '지수플러스 정기예금'을 출시한다고 19일 밝혔다.지수플러스 정기예금(ELD, Equity Linked Deposit)은 주가지수연동 예금으로 상품의 수익률이 기초자산의 변동에 따라서 결정된다. 중도해지를 하지 않

3

항공보안학회, 2025년도 제2차 항공보안포럼 개최
[메가경제=문기환 기자] 한국항공보안학회는 19일 ‘항공안전보안 R&D 추진전략 및 항공기내보안 강화방안’을 주제로 2025년도 제2차 항공보안포럼을 일산 킨텍스 컨퍼런스룸에서 개최했다. 포럼 시작에 앞서 학회는 종합미디어 산업분야 선도기업인 엠트리홀딩스와 항공보안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제1부 개회식은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 박종

HEADLINE

더보기

트렌드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