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부회장, 주총서 지더라도 "지분 매각 고려하지 않아"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차남 조현범 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달 주주총회에서 이뤄질 표 대결을 앞두고 주주들과 소통 행보에 적극 나섰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부회장은 19일부터 소액 주주들로부터 의결권 행사를 위임 받기 위한 활동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며 지지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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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부회장 |
조 부회장은 이날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케이엘파트너스(KL파트너스)를 통해 주주제안에 대한 공개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주총에서 표 대결이 이뤄지는 안건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이다. 조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를 분리선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제안을 통해 상정한다.
이한상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될 당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감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삼성 거버넌스를 강하게 비판했던 소신파로, DL(구 대림산업), 동아쏘시오홀딩스 등 대기업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앤컴퍼니 측은 김혜경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를 앞세웠다. 김 교수는 지구촌나눔운동 이사, 포스코청암재단 이사, 자유통일문화원 이사, 밀알복지재단 고문 등을 역임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여성가족 비서관을 지낸 이력이 있어 조 부회장 측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조현범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막내 사위로 인척 관계다.
조 부회장도 이날 입장문에서 "회사가 추천한 김혜경 후보는 여러 면에서 훌륭한 역량을 갖춘 분이라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주요 주주 인척과의 관계 및 정부 관련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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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이처럼 조 부회장이 한국앤컴퍼니의 거버넌스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은 지분율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명분을 먼저 챙기려는 전략으로 보여진다.
지난해 6월 조 사장은 조 회장으로부터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를 넘겨 받으면서 최대주주(42.9%)로 올라서 형제간 지분 확보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 조 부회장은 19.32%를 보유하고 있어 조 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0.83%)과 차녀 조희원 씨(10.82%) 지분을 모두 합쳐도 조 사장과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공정경제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주총 시 분리선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최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특수관계인까지 합쳐 3%로 제한하는 '3%룰'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만약에 이 제도를 활용해 조 부회장이 이번 주총 표결에서 이기게 된다면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회 위원을 통해 거버넌스 강화라는 명분으로 조 사장의 경영권 행사를 합법적으로 견제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실패한다면 조 부회장 측은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더욱 패색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 조 회장은 "대표이사직에 대한 사임 의사는 이미 분명히 했다"며 직을 걸고 벼랑 끝에서 명분 싸움에 임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조 부회장은 "대표이사를 비롯한 부회장, 이사회의장, 사내이사 등은 개인의 의사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므로 주총이후 회사의 미래를 위한 결정을 할 예정"이라며 "거취에 대해 실질적인 변화가 생긴다면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말해 자신의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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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연합뉴스 |
한편, 이날 국내 증시에서는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1% 이상 하락하다가 형제간 지분 확보 경쟁에 대한 기대감으로 20% 이상 급등하는 등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결국 종가는 전날보다 5.88% 상승한 채 장을 마쳤다.
조 부회장은 주총을 마친 이후 계획에 대해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으나 지분 매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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