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정부 백기 투항 "사이공 함락 속편"...탈레반 20년만에 정권 재장악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8-16 0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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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정권 잃은 탈레반 카불 진입...미군 철수에 정부 항복
아프간 정부 대표단, 탈레반 협상위해 카타르행…”미국도 개입“
‘최후의 날' 카불은 공황상태…주민 패닉·공항엔 탈출 인파 러시
바이든, 미국 대사관 철수 지원 미군 증원…“사이공 함락 속편”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20년만에 다시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지배하게 됐다.

연합뉴스가 AFP통신, 로이터통신, 스푸트니크 통신 등 외신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15일 압둘 사타르 미르자크왈 아프간 내무부 장관은 이날 ”과도 정부에 평화적인 권력 이양이 있을 것“이라며 탈레반에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다.

파죽지세로 아프간 전역을 장악한 탈레반은 전날 카불 남쪽 11㎞ 지점 로가르주 지역까지 진격한 데 이어 이날 마침내 카불로 들어섰다.
 

▲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함락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15일(현지시간) 철수작전에서 나선 미군의 치누크 헬기가 카불 주재 미 대사관 상공을 날고 있다. [카불 AP=연합뉴스]

탈레반이 카불을 무력으로 점령할 계획이 없다며 '평화적 투항'을 촉구하자 결국 아프간 정부는 백기 투항하고 만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은 병력과 장비면에서 우세했지만 부패한데다 사기마저 크게 저하하면서 곳곳에서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곧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가니스탄 정부 대표단은 이날 탈레반 대표단과의 협상을 위해 카타르로 갈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은 또 “아프간 정부 대표단이 탈레반 대표단과 만나 권력 이양에 대해 논의할 것이고, 미국 관리들도 개입할 것”이라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카타르행 정부 대표팀에는 그동안 아프간 정부 대표단 수장을 맡아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 대표단과 여러 차례 평화협상을 이끌었던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점령 주요 도시. [그래픽=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사실상 백기 투항하면서 탈레반은 2001년 미국 공습으로 정권을 잃은 지 20년만에 재집권에 성공하게 됐다.

이슬람 이상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탈레반은 1994년 남부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결성됐으며, 파키스탄 등의 지원을 등에 업고 1996년 정권을 장악했다.

하지만 2001년 9·11테러 직후 이 범행의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었다.

정부군 등과 20년 전쟁을 벌이며 차츰 세력을 회복해온 탈레반은 올봄 미군 철수 본격화를 계기로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총공세를 펼쳐왔다.

▲ 아프가니스탄 전쟁 주요 일지. [그래픽=연합뉴스]

탈레반이 미군 철수를 공식화한 이후 빠르게 점령지를 확장하는 형국은, 베트남전 막바지인 1975년 베트콩의 입성으로 사이공이 함락 당하던 당시와 비슷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했던 조 바이든 정부에 대한 동맹국들의 신뢰도 추락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의 많은 나라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다시 국제문제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구축할 것을 기대해왔기 때문이다.

미군이 철수한 후 무능한 정부가 순식간에 무너졌고 민간인과 외교관의 탈출 과정에서 아수라장이 빚어졌다는 점이 베트남 전 당시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날부터 곧바로 권력 인수 준비에 들어간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군에 귀향이 허용될 것이라며 군대 해산을 요구했다. 공항과 병원은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불 최후의 날’이 다가오면서 아프가니스탄 주민은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고, 국외로 탈출하려는 이들이 국제공항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인 카불은 서울 면적(605㎢)의 두 배가량 크기(1028㎢) 도시로, 주민은 약 460만 명이다.

예상보다 빠른 탈레반의 카불 진입과 정부의 백기 투항에 카불 주재 각국 대사관도 혼비백산한 채 탈출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이달 말로 철군 시한을 제시한 미국은 현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이날 카불 주재 대사관 외교관들의 철수를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아프간 내 미국요원의 안전한 감축 등을 위해 기존 계획보다 1천 명 늘린 5천 명의 미군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들 미군은 현지 미국대사관 직원과 동맹국 요원들의 안전한 감축, 그리고 아프간전 때 미국을 도운 현지인의 대피를 돕는 임무를 수행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요원과 임무를 위험에 빠뜨리는 어떤 행동도 신속하고 강력한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를 탈레반 측에 전달했다.

영국 정부도 로리 브리스토 아프간 주재 자국 대사를 16일 저녁 전까지 아프간에서 탈출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외무부는 브리스토 대사를 비롯한 일부 관계자를 공항에 남겨 이달 말까지 대피 작전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상황이 악화하면서 기존 계획을 바꿨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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