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인터뷰] 젊은 운동재활 치료사 정지웅을 만나다 "강한 신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오죠"

연보영 기자 / 기사승인 : 2021-01-30 10: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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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치료사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는 여정서 함께하는 조력자"
"희망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 상황에서 시작돼야"

[메가경제= ·사진 연보영 기자] 내 아이가 살아온 시간의 몇십 배에 이르는 인생의 남은 시간 동안, 장애를 새기고 살아야 한다는 선고를 받을 때 부모의 세계는 붕괴한다. 자식을 낳을 때까지 차곡차곡 쌓아왔던 평범한 세상 경험의 구조물은 이 순간 머리 꼭대기에서부터 해체되어 무너져 내린다. 


그러나 모든 재난 영화에서 지겹도록 되풀이해서 경험했던 다음의 장면은, 이 절망적 현실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된다. 채 가시지 않은 절망과 공포를 안으로 누르거나 혹은 밖으로 터트리며 한편으로는 탈출구를 모색하는 것이다.

처음 겪는 이 재난이지만, 나와 내 아이의 경우만큼은 남과 다르게 ‘특별히 극복’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스스로 계속 주입하며 ‘치료’라는 전략적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또한 그 믿음을 실현해줄 전문가를 열정적으로 찾으며 충격과 공포를 이기려 한다.
 

▲ 운동재활 치료사인 정지웅 씨는 발달장애 아동 치료사로서 확고한 신념과 철학 아래 부단한 연구와 열정을 쏟아왔다. "때로는 힘들지만, 아이들이 더욱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선한 웃음 속에서 발달장애 아동들의 진정한 조력자임을 느끼게 한다.

 

시간이 가며 기대, 열정, 믿음은 현실에 마모되어가고, 그 틈새로 실망과 절망, 분노가 스며든다. 또 다른 가능성의 출현과 그에 따라 되살아나는 기대, 그러나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실망과 절망이 반복되며, 달라지는 것은 분노가 무력한 허탈과 냉소로 변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아이의 성장 과정과 함께 업과 다운이 반복되며 부모는 적절히 현실과 타협하는 지점을 냉정하게, 또는 메마르게 치료의 의미를 재구성한다.

이 지난한 과정을 옆에서 바라보고 함께 수행하는 치료사의 시각은 어떤지, 당사자인 장애 아이와 부모와 달리 조력자로서의 그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원하는 방향과 목표는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성남시 분당구 아이무브 센터에서 장애아동의 운동 재활을 돕는 정지웅 치료사(소아 청소년 전문 물리치료사, 통합의학 박사과정)에게 그가 치료 조력자로서 겪고 느낀 것을 함께 들어본다.


― 코로나 비상상황에서도 치료 스케쥴은 빡빡한 것 같습니다.

▲ 작년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초기에 치료를 잠시 중단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중 대다수가 1주일~2주일 후 다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자폐 증세인 상동행동(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이 두드러지게 발현되었기 때문이었죠.

비일상적 상황에 놓일 때, 발달장애 아동들은 일반 아동들보다 더 심한 타격을 받는다고 보면 됩니다. 신체, 인지, 심리적인 면에서 퇴행과 이상행동이 가속화되는 것이 보이기에 부모 입장에서는 코로나의 위험에도 치료를 중지하는 게 어려운 듯합니다. 코로나 시기에 발달장애아들은 이중의 위험에 노출된 셈이지요.

▲ 정지웅 치료사가 아이들의 신발 밑창을 눈으로 체크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보행상태를 가늠해 볼 수 있다고 한다. .

 

“인간의 행동은 감정·인지·운동회로가 결합된 종합적 결과”

― 장애아동, 특히 발달장애아를 치료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 저도 제가 이쪽 분야로 들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웃음) 우연이었을까요 필연이었을까요. 계기라고 한다면 몇 년 전 한 보호자가 자폐로 진단받은 아이를 데리고 운동 상담을 받으러 온 적이 있습니다. 아이가 움직이는 게 서툴다는 이유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발달장애 아이들은 운동치료보다는 인지나 언어치료를 주 치료로 많이 받습니다. 정신의학적 진단에 따른 치료를 받아왔기에 그렇다고는 하지만, 자세나 움직임이 어색한 아이들이 너무도 많은 경우를 제 눈으로 보아왔습니다.

―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운동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일각에서는 ‘아이가 걷고 뛰는데 당장 운동이 필요하냐?’ 는 회의론을 말씀하는 치료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이라는 것은 감정, 인지, 운동회로가 결합한 종합적 결과입니다. 그리고 상호보완적이며 통합적입니다. 

 

하나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다른 쪽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이쪽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로는 힘들지만, 아이들이 더욱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렵고 생소한 분야입니다. 아이들의 감정과 인지를 다뤄야 하며 뇌과학과 신체를 연결지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더욱 많은 치료사들이 이쪽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걷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바르게 걷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지체 장애와 비교할 때 그 비율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정신장애를 케어하는 치료계 또한 양적, 질적 변화가 상당할 것 같습니다. 발달장애 치료 시스템(시장)의 현 상황은 어떻습니까?

▲ 소아 청소년 재활 병·의원 부족, 걸음마 단계의 재활 시스템, 신체 치료 필요성 결여, 뇌성마비 아동이나 운동의 장애가 눈으로 보이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정해왔습니다. 발달장애 진단에 따른 특성들도 한 요인이었다고 생각하구요.

보통 물리치료실에는 대다수 뇌성마비 아동들이 있고 발달장애 아동들을 보기가 어려운 반면, 감각통합실에서는 뇌성마비 아이들을 보기가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 치료계에서의 시스템과 인적 구성이 어떤 추세로 변하고 있는지요. 발달장애 치료에 있어 오랫동안 주류였던 인지, 행동교정, 언어치료에 비해 중요성이 다소 늦게 인식된 신체 부문 치료 쪽에 대한 현 상황은 어떻습니까.

▲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있어 신체 부분의 치료라고 한다면 감각통합과 특수체육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Posture)나 움직임의 효율성과 정교함 및 예후를 볼 수 있는 운동재활센터는 현재도 드뭅니다.

외국에서는 자세-움직임에 관련된 발달장애 연구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체 부분 치료에 관해서는 태동기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고, 계속 연구해야할 영역입니다.

▲ 정지웅 치료사의 일과는 치료시간을 제외한 개인 시간 대부분이 공부와 자료 분석으로 채워진다. 끊임없는 공부만이 경쟁력 있는 치료사로서의 생존이라고 믿는다.

◆ “신체 훈련은 뇌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

― 아직 신체 훈련은 주 치료로 인식되는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발달장애인에 있어 신체 훈련과 체형 교정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 먼저 ‘건강하다’는 정의와 긍정적 '뇌 가소성'(neuro-plasticity·뇌 신경계의 변화능력)을 다뤄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건강은 세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신체’ ‘영양’ ‘심리’입니다.

영양 때문에 신체나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신체가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각각 제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일원적입니다. 뇌가 건강하지 않은 데, 몸이 건강한 경우는 없습니다.

어깨가 긴장되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말끔해지는 경우를 경험해 보았을 겁니다. 뇌가 긴장하면 보통 몸에서도 긴장이 나타나게 됩니다. 대부분 몸이 긴장돼 있는 전형적인 발달장애 아이들 특징이지요. 

―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신체 훈련이 가져다주는 변화는 어떤 게 있을까요.

▲ 긍정적인 뇌 가소성을 만드는 방법은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좋은 음식, 두 번째로 운동과 호흡, 세 번째 수면, 네 번째 목표 세우기입니다.

신체 훈련은 뇌를 건강하게 만드는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그에 따른 연구 결과도 상당히 많이 진행된 상태입니다.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달린 후 상동행동이 줄었으며 아이들의 차분함과 주의집중에 많은 영향을 가져왔다는 연구들이 많습니다.

또한 장과 뇌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장의 순환을 도와서 뇌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도 있구요. 여기서 분비되는 세로토닌은 밤에 멜라토닌으로 바뀌어 수면에 또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강한 신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옵니다.

― 발달장애의 의학적 차원에서의 원인과 기전(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진전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부모들의 간절한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치료계의 상황도 십 년, 이십 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구요. 치료계에 대한 어머니들의 불신과 염증은 오해일까요?

▲ 가장 큰 원인은 발달장애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므로 원인질환에 따른 근원적인 치료가 힘들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각각의 다양한 발생 원인 또한 뚜렷한 확신보다는 추정에 가깝습니다. 그만큼 연구가 체계적으로 완성되지 못했다는 거지요. 결국 의학적으로 객관적 체계성을 갖추며 발전해 나가는 분야와는 다르게 치료 시스템도 미완의 형태로 가게 됩니다.

각종 대체 치료의 진입도 쉬워지게 되고, 검증받지 못한 사이드 치료도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택권이 많다는 장점은 있으나 치료의 가이드 라인이 없어 무분별한 치료가 난립하게 되어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 정지웅 치료사는 "이제 발달장애 치료계도 각 분야의 치료사들과 함께 하는 팀 접근(team approach) 방식이 체계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른쪽은 천유진 치료사.

 

― 독일과 미국의 치료시스템의 다른 점은 무엇이고, 우리 정부가 강화해 나가야할 방향은 어딜까요.

▲ 독일의 발달장애 치료는 의학적인 근거를 내세우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운동치료가 활성화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에 반해 철저하게 근거 의학 중심을 지향하는 미국은 치료 성과를 입증하기 어려운 치료는 배제하며 검증된 치료 위주로 시스템을 강화합니다.

정부에서 공적으로 지원하는 ABA(응용행동분석)는 많은 연구 결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지만,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운동치료나 감각 치료는 점수가 낮습니다. 시스템의 구성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정부 지원이 되지 않으면 시장에서도 선택되기 어렵지요.

다만, 체계성이 강화된 시스템은 치료 당사자의 선택권의 폭이 좁아지는 단점은 있습니다.

◆ "현대의학과 대체의학의 상호 교류가 원활해지기를 고대"

― 공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대체 치료에 대해 회의적인가요?

▲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재 발달장애 아동들을 둘러싼 치료법들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며 종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트렌드에 이끌리기도 하고, 쉽게 사라지기도 합니다.

저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으며 그에 따른 위험성과 부담의 선택은 보호자의 몫이 되어 버렸습니다. 현대 의학의 FMRI(자기공명영상검사)라고 하는 정밀진단뿐 아니라 공인된 치료들도 있지만, 이 또한 실제 효과에 있어서 한계가 있기에 대체의학의 효과성에도 주목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근거의 부족함이 치료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검증과정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과학적 검증 없이 무분별하게 난립하는 치료는 물론 절대 반대입니다. 그러나 검증과정을 계속 거쳐가며 현대의학과 대체의학의 상호교류가 원활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정부 지원 서비스 제공 자격 기준이 엄격해지는 것은 좋은 방향 같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치료 지원금이 현실에 맞지 않게 적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만 18세 이후이면 지원조차 중지되는 실정이구요. 지속되어야 할 치료가 성인기가 가까워질수록 중단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국가 보조가 치료 비용에 있어 감당하는 몫도 현실적으로 굉장히 적습니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요.

▲ 발달재활 서비스가 시작된 건 2008년도이며, 그에 따라서 2010년 교육청의 치료지원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때 당시에 치료 회기당 2만7500원이라는 가격대에서 시장가격을 형성하였지만, 그 이후로 바우처 지원액은 동결되어진 상태입니다.

지금까지도 현 시장가격를 반영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2020년 장애아동 가족지원 사업안내’에도 치료 가격 기준을 2만7500원으로 잡아놓은 상태예요.

 

서비스 공급 기관의 비용 적절성, 공급자 중심의 시장 형성 및 건강보험의 재정적 문제도 한몫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 미사용액이 많습니다.

2017년도 뉴스에는 미사용액이 약 390억에 이르는데, 보호자분들의 비용부담을 줄이고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이전같이 소득수준에 따른 지원액을 정하는 것이 아닌, 아이의 상태와 지출액에 맞는 차등지원이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 “장애라는 현실을 과학적·사실적으로 바라보고 장기적인 호흡이 필요”

― 부모들 역시 이전과 달리 점차 현실적인 문제에 냉정한 시각으로 장애와 치료를 바라보는 경향이 짙어진 것 같습니다. 성인기가 가까워질수록 부모가 지지하는 치료의 범위가 좁아지는 데 있어 경제적인 비용도 한 원인이지만, 투자한 만큼의 치료 성과를 얻지 못하는 반복된 실망과 좌절 경험이 치료 포기의 한 형태인 ‘치료 방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이는데요.

▲ 맞습니다. 치료는 ‘봉사와 희생의 영역’에서가 아닌, ‘전문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입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친절할 필요는 없다. 정확한 진단만 하면 된다.' 저는 거짓된 희망을 주면 안된다는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와 장애아동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현재 나온 과학적 예후를 정확히 인지하고 인정하는 지점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불분명하고 단기적인 희망을 주입하는 것으로 연장되는 치료 행위도 있습니다. 치료계가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희망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 상황에서 시작돼야 합니다.

― 양쪽 모두, 희망과 사실관계 사이에서의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겠군요. 아이가 진단을 받고 병원을 나서면서부터 부모가 해야할 일은 ‘이성과 과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유명한 말은 바로 그런 뜻인가 보네요.

▲ 맞습니다. 치료사뿐만 아니라 부모 쪽에서도 객관적이고 냉철한 치료 목표 설정과 장기 계획이 필요합니다. 희망을 가지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장애라는 현실을 과학적이고 사실적으로 바라보고 장기적인 호흡으로 가는 것에 초점을 둬야 진정한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 정지웅 치료사가 운동치료에 집중하면 15제곱미터의 공간은 40분 동안 아이와 조력자가 함께 가능성을 확장하는 작은 우주가 된다.

◆ “인풋과 아웃풋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는 치료사는 도태되는 시기”

― 양적으로 확장된 발달장애 치료계에 있어 치료 전문가들도 사업성이나 시장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 발달장애인 등록 수가 가파르게 증가한 데는, 신경 발달장애 아동수가 절대적으로 증가한 것도 원인이지만 제도의 변동이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2013년 진단 기준이 포괄적으로 바뀌며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진단명으로 바뀌게 됩니다. 치료계 시장도 양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아까 언급했지만, 프랙티스 가이드(practice guide·진료지침)가 미국처럼 엄격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치료계 상황도 또 다른 이유입니다. 많은 치료센터가 폐업하고 있고, 폐업 위기에 있습니다.

― 다른 사업 영역과 다르지 않게 생존을 위한 시장의 트렌드 분석이 중요하겠네요.

▲ 의료기관도 망해가는 시대니까요.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분야이고, 자식과 관련된 절박함을 이용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의도가 통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봅니다.

더 열린 정보화 사회로 인해 부모님들도 현명한 분석과 선택의 기회가 더 많아졌고요. 치료계도 실력이 없거나 인풋과 아웃풋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시기에 접어든 건 확실합니다. 강화된 사회 경제 시스템이 이쪽이라고 피해 갈 수는 없어 보입니다.

― 치료사로서 생각하는 치료계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발달장애 아동들도 재활 교과서에 기술된 것처럼 '팀 접근(team approach)'이 필요합니다.지금 문제점은 자기가 그 분야의 권위자라고 해서 아이들이나 보호자들에게 그쪽만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치료 방법도 다양하고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다보니 이러한 상황이 주로 발생하게 됩니다. 소통할 수 있는 체계와 페이퍼가 필요합니다. 절전지훈(折箭之訓·여러 개의 화살은 꺾기 힘듦)의 자세로 훌륭한 팀워크가 이루어지길 소망합니다.

우리 아이에게 이 치료가 꼭 필요한지에 대한 객관화된 경과 페이퍼와 타 영역을 인정하는 교류 문화가 필요합니다.


“보호자도 스스로 돌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 힘들고 긴 여정에서의 전문적 조력자로서 부모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요.

▲ 아이들에게 온 힘을 쏟지 마십시오.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먼저 보호자도 스스로 돌볼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영양이든, 신체든, 심리든지요. 보호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몸과 마음의 부담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낍니다.

사람 마음은 누구도 알 수 없기에 제가 온전히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발달장애는 한 번의 재활 치료로 해결되는 질병이 아니며 기나긴 싸움입니다. 이 싸움을 이겨 나가려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합니다. 기운도 옮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 아이들의 뇌 발달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요.

▲ 현대 의료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만, 현재 발달장애 아동들을 위한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고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뇌발달은 가장 핵심적인 과제이며 이를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네 가지는 꼭 체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잠을 잘 자는가?
두 번째, 식이는 잘 실천하고 있는가?
세 번째, 규칙적으로 주 3회 이상의 운동을 하는가?
네 번째, 아이에게 목적성 있는 단기 목표가 세워져 있는가?

한 개만 어긋나도 안됩니다. 평소 치료실이나 학교를 가기 전 꼭 체크해 주시고, 우리 아이들이 좋은 컨디션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건강하게 성장하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인터뷰 후기> “우리에게서 돈을 뺏어가는 건 너무도 쉬워요. 어떤 단어에든 뒤에 치료라는 글자만 붙이면 되니까요.”


발달장애아의 치료계를 다룬 공중파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한 어머니가 절규하듯 외쳤던 이 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자식에 대한 절박함, 발달장애에 대한 불충분한 연구 성과. 그 결과로 장애에 관해 정리되지 않은 인식, 체계가 잡히지 않은 치료 시스템 등 많은 문제점들을 함축적으로 보여준 말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 안에는 치료계에 대한 불신과 염증도 녹아 있다. 

 

성공 경험이 없다면 치료 비용이 비싸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사실, 치료를 받으려다 보면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울 정도의 비용인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지금의 부모는 전통 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로 변한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올인하기보다는 미래의 생존을 위해 경제적인 비용도 고려하는 현실적인 분들도 많아졌다.

 

치료사에게 자신의 장애아 자식에 대한 헌신과 봉사를 요구하기보다는, 좀 더 전문적이고 유능한 치료 행위를 통해 분명한 성과를 원하는 성향이 강해졌다.


정지웅 운동재활 치료사에게서는 헌신과 성과, 두 가지 다 느껴진다. 객관적인 연구와 노력으로 차곡차곡 쌓아올린 전문성에 뚜렷한 신념과 배려가 뒷받침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언제나 진심과 정성은 통하는 법이다. 아이도 한 동작 한 동작 진지하게 응한다. 
 

40분 동안, 치료사와 아이는 역동적이고 집중된 우주 속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필시 어느 곳이 어긋나 있는 작은 몸을 최대한 뻗고 오므리고 움직였던 아이의 머리카락은 땀에 흠뻑 젖어 있고, 뺨은 열기로 붉다. 

 

짧지만 온전한 시간 속에서, 아이는 최선을 다했다. 그의 조력자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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