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 거머쥔 정 회장, 현대모비스 지분매입 ‘실탄’ 확보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 중 10%를 ‘백기사’인 칼라일 그룹에 넘겨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했다.
정 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쓰일 실탄도 확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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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이 각각 보유한 123만 2299주(3.29%)와 251만 7701주(6.71%)를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처분했다고 5일 공시했다.
거래 상대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 그룹이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인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PROJECT GUARDIAN HOLDINGS LIMITED)다.
매매 규모는 6112억 5000만 원이다. 공시에 따르면, 칼라일 그룹 측은 자기자금(4138억 3000만 원)과 차입금(1974억 2000만 원)으로 매입 대금을 조달했다.
처분 단가는 1주당 16만 3000원으로,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이 각각 2009억 원, 4104억 원가량(세전)을 거머쥐게 됐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 종가는 17만 3000원이다.
이번 거래로 칼라일 그룹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확보하면서 단숨에 3대 주주로 올라섰다.
반면에 정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23.29%에서 19.99%로 낮아졌고, 정 명예회장은 전량 매도로 특별관계자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는 정 회장과 공동보유 계약을 체결하면서 백기사로서 경영권 안정을 위한 우호적인 역할을 맡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과 체결한 주주 간 계약(Shareholders’ Agreement)에 따라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는 이사 1인을 지명할 수 있으며, 보고자가 대상회사 주식을 매각할 경우 동반매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Tag-along)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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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그룹 정몽구 명예회장 [사진=현대차·기아PR센터 제공] |
정 회장 일가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을 19.99%로 낮춰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사익편취 규제대상과 관련해 상장사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율을 기존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낮추면서 기준을 강화했다.
현대차·기아의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완성차 운송의 특성상 그룹 내 매출 의존도가 높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정 회장 일가는 앞서 2015년에도 지분 정리를 통해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을 43.39%에서 29.99%까지 낮춰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된 잠재적 규제를 회피할 수 있고, 소액주주들이 우려했던 대주주 지분매각 오버행 이슈를 완전히 해소시켰다”며 “지분 인수자가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현대글로비스의 장기 비전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정 회장은 이번 거래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정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 회장은 올해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IPO)에서도 구주 매출로 추가 자금을 마련할 전망이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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