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의장, 주식평가액 3조 넘어 ‘벼락 재벌’...청약 불패 신화는 깨져
우여곡절 끝에 코스피에 입성한 크래프톤이 상장 첫날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3N’을 제치고 게임업계 ‘대장주’ 자리를 꿰찼지만, 공모가를 밑돌면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최근 대형 공모주들이 상장 후 ‘불패 신화’를 이어가면서 열풍을 일으켜왔지만, 이번 결과로 대세가 한풀 꺾일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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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래프톤 유가증권시장 상장 [서울=연합뉴스] |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사 크래프톤은 10일 코스피 시장에서 공모가 49만 8000원보다 8.84% 내린 45만 4000원에 장을 마쳤다.
시초가부터 하한선에 걸쳐 불안한 시작을 알렸다. 시초가는 공모가 90% 수준인 44만 8500원으로 결정돼 사실상 고평가 논란을 시장이 인정하는 셈이 됐다.
장 초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한때 10% 이상 내리며 40만 원대 붕괴 직전인 40만 500원까지 급락했다.
장중 약세를 보이던 주가는 장 막판 반등에 성공하면서 시초가보다 1.23% 오른 채 마감했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2조 1997억 원으로 삼성전자 우선주를 제외한 코스피 19위에 올라섰다.
이는 크래프톤 상장 전까지 국내 게임사 대장주 자리에 올랐던 엔씨소프트(17조 8925억 원)를 단숨에 밀어내고, 2위 넷마블(11조 5607억 원)과는 무려 10조 원 이상 시총 격차를 벌리는 결과다. 일본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넥슨(약 19조 8000억 원)보다도 주가가 높게 평가받았다.
하지만 상장 첫날 종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주식이라는 ‘불명예’를 피할 수는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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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
크래프톤은 상장 과정에서 각종 논란에 시달리며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금융감독원에 처음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공모가 산정 기준이 되는 비교회사로 국내외 게임사 외 월트 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 업체를 추가하자 ‘공모가 부풀리기’ 의혹이 곧장 불거졌다.
이후 금감원이 정정을 요구하자 크래프톤은 문제가 된 기업들을 제외하고, 희망 공모가 범위도 기존 45만 8000원~55만 7000원에서 40만 원~49만 8000원으로 크게 낮췄다.
‘원 게임 리스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분기 영업수익 중 96.7%가 ‘배틀 그라운드’ IP로 발생해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반 공모 청약 마지막 날에는 때마침 중국발 게임 산업 규제 이슈가 터져 나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높였다. 한 중국 관영 매체에서 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고 비판하는 보도가 전해진 것이다.
크래프톤은 중국 내에서 텐센트를 통해 ‘배틀그라운드’를 서비스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향후 게임 규제 리스크가 높아질 경우 타격이 불가피한 구조다.
이 같은 불안요소가 확대되면서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공모 청약에서도 연이은 부진을 겪으며 상장 후 주가 추이의 불확실성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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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사진=크래프톤 제공] |
한편, 크래프톤 최대주주인 장병규 의장은 주식평가액이 3조 원을 넘기며 ‘벼락 재벌’이 됐다. 장 의장은 크래프톤 지분 14.37%를 보유하고 있어 이날 종가 기준 주식평가액이 3조 1906억 원에 달한다.
구주 매출로 지분 전량을 팔아치운 3대주주 벨리즈원유한회사에 장 의장도 일부 출자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상장을 통해 현금화 가능한 자금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텐센트도 대박을 터트렸다. 텐센트의 자회사인 이미지프레임인베스트먼트는 크래프톤 지분 13.58%를 보유한 2대주주다. 김창한 대표, 김강석 전 대표 등 크래프톤 전·현직 경영진들도 주머니가 두둑해질 전망이다.
반면에 이번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당장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크래프톤의 공모 규모는 4조 398억 원으로 삼성생명에 이어 역대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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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래프톤 제공 |
하지만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사상 최고의 흥행을 거둔 배틀그라운드 IP의 독보적인 영향력과 곧 출시될 신작 ‘배틀그라운드 : 뉴 스테이트’의 성공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각종 이슈와 수급 문제로 당장 주가가 부진할 수 있지만 하이브처럼 고평가 논란을 잠재우고 높은 성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면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게임업계가 인기 IP를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 사업으로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면서 향후 크래프톤의 성장 잠재력이 더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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