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집단소송 우려…일부 보홤사 소급적용 필요 입장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보험업계에 대한 IFRS-17 가이드라인 적용을 놓고 회계조작 논란이 일자 금융감독원과 업계가 전진법 적용으로 가닥을 잡았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사 선임 계리사·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등과 간담회를 열고 IFRS-17 가이드라인 적용에 대해 논의했다. 금감원은 ‘실적 부풀리기’ 논란에도 회계기준 변경 이후에만 새 기준을 적용하는 전진법 원칙을 내비쳤다. 전진법은 회계상 변경 효과를 당해년도와 그 이후 기간의 손익으로 전액 인식하는 방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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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에 대한 IFRS-17 가이드라인 적용을 놓고 회계조작 논란이 일자 금융감독원과 업계가 전진법 적용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감독원 석판 자료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
대부분 보험사가 이에 동의하면서 일단 가이드라인은 과거 재무제표에 영향을 주는 소급 적용은 하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보험사에서는 IFRS-17 계리적 가정 변경에 따른 손실 반영액이 너무 크다며 소급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업계는 FY(회계연도)를 매년 6월부터 시작하는 데 새 회계기준을 처음 적용한 실적에 대해 시장의 신뢰가 낮아 금융당국에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가이드라인은 IFRS-17의 계리적 가정에 대한 적정성을 보완해 회계처리의 실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정작 보험사들이 회계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게 만들면서 집단소송 등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구조적인 리스크를 대응하는 방식의 문제”라며 “가이드라인에 맞춰 계리적 가정을 보수적으로 잡아도 상당한 혼선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만일 소급 적용해 과거 재무제표까지 손을 댈 경우 자칫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 보면 (회계기준)변경 이후 가이드라인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전진법이 맞다”고 언급했다.
앞서 금감원은 자의적인 계리적 가정 때문에 CSM(서비스마진) 등을 부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실손보험 손해율과 무·저해지보험 해지율을 포함한 기초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는 올해 1분기에 새 기준을 처음 적용한 보험사들이 당기순익이 5조 2000여억원에 달하는 역대급 실적을 내면서 회계 처리의 자율성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보험사 당기순익은 ▲삼성생명 7068억원 ▲삼성화재 6133억원 ▲교보생명 5003억원 ▲한화생명 4225억원 ▲DB손해보험 4060억원 ▲메리츠화재 4047억원 등이었다. 또 ▲현대해상 3336억원 ▲KB손해보험 2538억원 ▲NH농협생명 1146억원 ▲신한라이프생명 1338억원 ▲롯데손해보험 794억원 순으로 좋은 실적을 냈다.
하지만 금감원에서 제시한 IFRS-17 가이드라인을 전진법으로 적용하면 대부분 보험사에서 올해 1분기 순이익 규모가 최대 수천억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과 보험사 대부분이 올해 1분기 실적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고 공감해 전진법 적용에 동의했다”면서도 “일부 보험사의 경우 회계조작 논란에도 손실 반영분이 급격히 늘어나는데 대해 여전히 소급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보험사라지만 소급법을 고집하게 되면 보험산업 전체적으로 회계 투명성과 시장의 신뢰 저하는 물론 투자자 보호라는 도덕성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보험사 재무제표의 불신 우려부터 소급법 용인에 따른 집단소송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금감원은 각 보험사의 자율적인 회계 처리부분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지만 가이드라인에 맞춰 회계 변경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당장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금감원이 전진법·소급법 적용 여부를 판단할 시점을 맞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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