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심화, 한미 금리차 확대 부담 높아져
[메가경제=황동현 기자] 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동결이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4% 초반대로 하락하고 경기하락, 금융불안 등을 고려해 동결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동결을 사실상의 금리 인상 종료로 보는 분위기도 있다.
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전문가 설문에서 100명 중 83명 이상이 동결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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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한은 금통위는 무엇보다 물가상승률 하락이 이번 금리동결에 주요 배경이 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 1월 5.2%에서 2월 4.8%, 3월 4.2%로 2개월 연속 둔화했다. 지난해 3월 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불안한 경기 상황도 동결에 한몫했다.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통관기준 무역수지도 3월(-46억 2000달러)까지 13개월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직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 역성장 탈출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 국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부동산 시장 경착륙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환율도 다시 1300선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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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기준금리 [이미지=한국은행] |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 확대가 우려되는 부문이지만 한은은 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로 현재 연 4.75~5.00%인 미국과의 금리차가 1.25~1.5%p로 벌어지게 됐다.
만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5.00~5.25%로 인상한다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75%p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게 된다. 미국과의 금리차가 벌어질수록 더 높은 수익률을 따라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향후 한은 금통위와 이창용 총재가 추가 인상 여지를 남기거나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지난 2월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를 동결하면서 "이번 동결을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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