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48분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언론 브리핑에 참석해 발언하던 중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의 호위를 받으며 돌연 브리핑장을 자리를 급히 떠났다고 CNN방송 등 미 언론들이 서둘러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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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0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을 떠나고 있다.[사진= AP/연합뉴스] |
현장상황은 기자들이 휴대전화로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 같다'고 일제히 자사에 보고할 정도로 긴박하게 전개됐다.
갑자기 연단으로 나온 한 경호요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가가 귀엣말처럼 나즈막하게 "자리를 떠야 한다"고 알렸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읽던 문장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황급히 브리핑룸을 떴다.
브리핑룸 밖에 있던 또 다른 경호요원은 문을 잠갔으며, 브리핑룸 안에 있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도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급하게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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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언론 브리핑장을 떠나기에 앞서 비밀경호국 요원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사진= 워싱턴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이 브리핑룸을 떠난 시점은 브리핑을 시작한 지 3분이 좀 지나고 였다. 대통령은 오후 6시께 돌아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행정부 대책에 대해 브리핑을 다시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밀경호국이 짧은 시간동안 매우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데 대해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실제 총격이 있었고 SS의 총격을 받아 (총격 낸 사람은) 다친 채 체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나는 그 사람의 상태는 알지 못한다"며 "총격 낸 사람은 비밀경호국에 의해 총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어 "상황은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벙커로 이동했었는가'라는 질문에 "아니다. 우리는 그저 집무실로 대피했다"고 답변했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총격사건에 당황했느냐는 물음에 트럼프 대통령은 "모르겠는데 내가 당황한 것처럼 보이느냐"고 되물었고, 이어 "세상이 이래서 유감"이라며 "세상은 항상 위험한 곳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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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백악관 밖 총격사건 발생지점. [사진= 연합뉴스] |
백악관은 펜실베이니아 1600번지이다. 미 언론이 전한 총격 지점과 백악관 브리핑룸 간 직선거리는 220여m로 근거리였다. 따라서 총격은 백악관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17번가와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주변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후 늦게 발표된 비밀경호국의 성명에 따르면 체포된 남성은 요원에게 접근해 무기가 있다며 총을 쏘려는 시늉을 하다가 대응사격을 당했다.
비밀경호국과 워싱턴DC 경찰은 규정된 절차에 따라 사건 경위 조사에 들어갔으며 이 남성에게 정신병력이 있는지도 확인 중이다.
비밀경호국은 백악관 경내 침범이나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경호대상자에 대한 위협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태와 관련, 시위대가 백악관 주변에까지 몰려왔던 지난 5월 29일 밤 지하 벙커로 피신한 바 있다. 두 달만에 또 피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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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악관 브리핑을 멈춘 총격사건이 발생한 펜실베이니아 에비뉴. [사진= AFP연합뉴스] |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백악관 내 신변 안전에 대해 다르게 느끼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나는 비밀경호국으로 인해 매우 안전하게 느낀다. 그들은 환상적인 사람들로, 고도로 훈련된 최고 중의 최고"라며 "바로 이 구역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그들은 모든 바깥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내가 잠시 피해있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경호요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낀 첫 번째 사건은 아니지만, 브리핑이 생중계되는 와중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두드러졌다고 더힐이 전했다.
미국에서는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둘러싼 여론의 분열이 심각한 수준으로 격화한 상태다. 이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이 백악관 근처에 오는 것에 경계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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