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사 한화에너지와 제때, 후계 핵심고리 공통분모
[메가경제=장익창 대기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김동환 빙그레 경영기획·마케팅본부장, 두 동갑 사촌의 유사한듯하면서 다른 속도의 경영권 승계과정에 재계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식품 대기업 빙그레의 승계과정은 재계 7위인 한화처럼 회장 2세들의 개인 회사를 핵심 고리로 진행된다는 점에서는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사실상 지분 승계 완성을 제외하면 큰 틀의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한 한화와 달리 빙그레의 속도는 아직 걸음마 단계를 면치 못해 차이도 분명하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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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 빙그레는 김동환 본부장의 공식 사진을 공개하지 않고 있음. [사진=한화그룹, 픽사베이] |
김동환 본부장과 김동관 부회장은 모두 1983년생으로 생월은 김 본부장이 7월로 10월인 김 부회장에 비해 3개월 빠르다. 김 본부장이 사촌 형이다. 김 부회장은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이며 김 본부장은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장남이다.
고 김종희 한화 창업주의 아들들인 부친 세대는 1952년생인 김승연 회장이 김호연 회장보다 세 살 위의 형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한화를 지주회사로 7개의 상장사와 61개 비상장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으로 ㈜한화 연결기준 자산층액은 211조원에 달한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등 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지난해 말 연결기준 자산총액은 7692억 원 규모로 한화그룹과 외형상 차이가 크다.
빙그레는 한화그룹으로부터 1992년 계열분리됐다. 이 과정에서 김승연 회장과 김호연 회장은 선친으로부터 재산 상속 문제를 놓고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형제는 1995년 어머니 칠순 잔치를 전후로 법적 분쟁을 마무리하고 화해했지만 지금까지 여전히 서먹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례로 지난해 11월 고 김종희 창업주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김승연 회장은 물론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등 아들 3형제가 함께 참석했다.
하지만 김호연 회장은 당시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 김호연 회장의 자녀들인 김동환 본부장, 김정화 씨, 김동만 해태아이스크림 부장 참석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빙그레 측은 행사 주최측의 초대여부를 알 수 없어 김 회장 세 자녀의 참석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동환 본부장의 임원 승진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상에는 그가 올해 1월부터 임원이 됐다고 공시돼 있다. 하지만 빙그레 안팎에서는 그가 사실상 지난해 승진했지만 외부 공개를 꺼렸다는 예기도 흘러 나온다.
지난해 8월 김동관 사장이 한화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을 의식해 빙그레 측이 외부에 김동환 본부장의 임원 승진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빙그레 측은 김 본부장의 정확한 직위와 승진 시점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2010년 입사 후 뚜렷한 경영 성과를 보이며 초고속 승진을 거쳐 그룹 지주회사인 ㈜한화의 사내이사를 맡는 등 지분 확보를 제외하면 큰 틀의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다.
이달 현재 ㈜한화 최대주주는 22.65% 지분을 보유한 김승연 회장이지만 김 회장은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한화 지분은 4.91%인데 앞으로 최대주주로 올라서야 하는 작업은 숙제다.
한화의 승계구도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에게 금융과 유통을 제외한 그룹 전반을,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에게 금융을,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에게 백화점 등 유통을 맡는 것으로 일찌감치 정해졌다.
삼형제가 향후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를 위한 실탄 마련과 관련한 핵심은 한화에너지다. 한화에너지는 현재 ㈜한화 지분 9.7%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2021년 삼형제의 다른 개인회사였던 에이치솔루션을 흡수합병하면서 ㈜한화에 대한 지분을 10%에 육박하는 수준만큼 끌어올렸다.
한화에너지는 현재 김동관 부회장이 50%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본부장이 25%씩을 갖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이 한화에너지에 유리한 조건으로 ㈜한화에 흡수합병시켜 삼형제에게 지분 확보를 위한 실탄 확보를 위한 창구로 활용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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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한화그룹 사옥(왼쪽)과 빙그레 본사. [사진=한화, 빙그레] |
반면 김동환 본부장은 2014년 빙그레 입사 후 최근 임원에 승진했다. 따라서 아직까지 괄목할만한 경영실적을 보여주지 못한 상태다. 동생인 김동만 부장도 지난해에 해태아이스크림에 입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빙그레는 김호연 회장이 보통주 36.75%를 가진 최대주주다. 김승연 한화 회장 아들 삼형제와 달리 김호연 빙그레 회장 자녀 삼남매는 빙그레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다. 다만 김호연 회장 자녀 삼남매는 100% 지분을 보유한 제때를 통해 빙그레 지분 1.99%를 간접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제때 지분은 김동환 본부장이 33.34%, 김동만 부장과 김정화 씨가 각각 33.33% 갖고 있다. 제때는 빙그레가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아 관계사로 분류되며 물류대행과 3자물류를 주사업으로 한다.
제때는 한화 삼형제의 한화에너지처럼 빙그레 승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된다. 빙그레는 제때에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매출과 수익성을 높이고 배당확대를 통해 김동환 본부장 등 승계용 현금 실탄을 확보하게 하려는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빙그레는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했지만 물류와 관련 해태아이스크림은 한동안 독자적인 운영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제때는 해태아이스크림의 물류업무까지 본격적으로 맡아 전년에 비해 매출 등 외형이 급성장했다.
제때는 2021년 매출 2292억원, 영업이익 47억원, 당기순이익 35억원을 거두었다. 지난해에는 매출 2846억원, 영업이익 73억원, 당기순이익 57억원을 달성했다. 각각 매출은 24%, 영업이익 55%, 63%나 급증했다.
제때의 매출에서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 등의 일감몰아주기에 따른 내부거래 비중은 2021년 29.2%에서 지난해 32.4%로 30%대를 넘어섰다.
제때는 배당을 늘려가며 삼남매의 돈줄 역할도 하고 있다. 순이익에서 얼마나 배당을 실시하느냐를 의미하는 배당성향과 관련 제때의 배당성향은 2020년까지 불과 20%대 안팎에 그쳤었다.
하지만 2021년 45.24%, 2022년에는 42.44%에 달하며 삼남매에게 두둑하게 현금을 챙겨줬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배당성향이 30%를 넘으면 고배당으로 간주한다. 제때의 배당성향 추이는 빙그레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해석을 내놓게 하고 있다.
한화와 빙그레 승계과정은 이래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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