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종노릇’ 작심 비판에 은행권 쫄았나

송현섭 / 기사승인 : 2023-11-02 15: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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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손위험은 늘고 있는데 상생금융 확대 나설까
3분기 실적 하락에 정치적 눈치 보기도 심화돼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상생·정책금융을 강조하며 작심한 듯 ‘종노릇’, ‘갑질’ 등 강력한 비판에 나서자 은행권에는 심상치 않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초 윤 대통령의 은행 성과급 비판 때문에 대출금리 인하 등 수조원에 달하는 상생 금융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은행들이 ‘좌불안석’하는 모양새다. ‘소상공인들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 ‘은행 갑질이 심각하고 너무나 강한 기득권층이 돼있다’는 강경 발언이 나오자 또 상생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견이 분분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회사원·소상공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세계적인 시장금리의 상승기류 속에서 일방적으로 고금리에 따라 늘어난 국내 대출자들의 금융이자 부담 문제를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또 기업의 본질적 목적이 이윤 추구와 생존을 위한 혁신이라는 점에서 소상공인의 이익을 위해 금융사와 금융업 종사들만 매도돼야 하느냐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의 하부 기관도 아닌 민영화된 금융사들을 상대로 대통령이 수위를 넘는 비판을 하는 것 아니냐”며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책임보다 당장 인기에 영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시장 매커니즘의 원칙을 벗어나 정부나 정책금융기관에서 담당해야 할 부분까지 은행 등 민간 금융사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며 “과거 은행들을 정부가 소유했던 시절에도 기득권세력을 운운한 적은 없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한 금융권 인사는 “현재도 주요 금융그룹과 시중은행이 정부를 대신해서 상생금융과 사회적 책임을 나눠 지고 있는데 무엇을 더 요구하는지 모르겠다”며 “(윤 대통령이) 정부의 책임과 의무, 민간 기업의 목적과 기능, 책임을 이상하게 왜곡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 전반에서는 당장 대통령과 정부 정책, 금융당국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차라리 먼저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편이 나을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그간 상생금융으로 현 정부에 협조해준 공로를 무시당하고 있으나 어쩔 수 없다는 인식도 많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인식이 은행들을 마치 고리대금업자로 취급하는 것 같아 불쾌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며 “정부의 요구가 그동안 사회공헌과 상생금융 노력이 부족하다면 더 확대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산업이 어려워 그나마 리스크를 잘 분산하고 관리해온 금융부문이 취약 부분을 지원해야 한다고 유도하면 좋은데 (대통령에게) 직접 비난을 받으니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은행권은 정부의 압박으로 수익성 하락을 감내하면서 대대적인 상생금융을 또 다시 진행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나라 은행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은 또 “(은행들이) 앉아서 돈을 벌고 그 안에서 출세하는 것이 문제”이며 “너무 강한 기득권층”이라고 발언했다. 심지어 “기업대출에 비해 가계대출이나 소상공인 대출이 더 부도율이 낮고 대출 채권이 안정적”이며 “도대체 이런 자세로 영업을 하면 되겠나. 이런 독과점 행태는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는 고금리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애로 청취라는 취지와 달리 은행들을 약탈자로 보는 시각을 보여줘 논란거리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전해졌다.

한편 올해 3분기 주요 시중은행은 경기침체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증가하는 가운데 수익이 2분기보다 대부분 급감했다. 당장 재무 건전성에 문제는 없으나 향후 국내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그동안 쌓아뒀던 대손충당금을 더 써야만 하는 처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굉장히 규제가 많은데도 은행이 수익을 내는 이유 중 하나는 유동성 위험에 대비한 리스크 헷징이 다른 산업보다 강력하고 안정적이란 점”이며 “편향된 이데올로기 성향과 편협한 리걸 마인드로 시장 메커니즘에 역행하는 정부 당국자들의 시각 교정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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