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연동 시스템 뚫고 범행 "맘 먹고 덤비면 문제 생길 수밖에"
[메가경제=정호 기자] "은행이나 정부도 그렇고 어느 조직에서나 이런 사고가 나면 시스템이나 조직이 문제가 아니고 한 사람이 문제다. 마음먹고 덤비면 어디든지 문제가 생긴다."
CJ 사정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가 남긴 말이다. 최근 CJ 라이브시티와 CJ CGV 재무팀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총 153회, 총 13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내부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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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횡령 혐의를 받은 전 직원은 CJ CGV에서부터 CJ라이브시티까지 법인 계좌 시재금을 관리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퇴사했으며 횡령 정황은 지난해 초 CJ그룹 내부 감사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CJ라이브시티와 CJ CGV는 횡령 사실을 확인한 후 지난해 3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해당 전 직원은 CJ라이브시티 측에 8400만원을 변제했지만 발생한 손실을 충당하지 못해 12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4월 26일 경찰로 송치된 해당 사건은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제1형사부로부터 판결을 받았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징역 4년 6개월을 받았으며 같은날 전 직원은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돌연 5월 7일 항소취하서를 제출했다. 양형 사유는 취득한 금액이 크며 회계 전표를 위조하고 행사하는 등 죄질과 경위가 좋지 않은 점, 일부 변제했지만 피해 복구를 해주지 못한 점 등이다.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2010년 2월 26일 CJ CGV 법인 계좌서 160만원을 자신 명의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부터 범행이 시작됐으며 금액도 커졌다. 같은해 3월 8일 1000만원을 추가로 횡령한 이후 2012년 1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횡령을 이어갔다. 144회에 걸쳐 6억82만원을 유용했다.
범행은 법인을 CJ라이브시티로 옮긴 이후에도 이어졌다. 근무를 시작한지 8개월만인 2018년 11월 법인 계좌에서 3000만원을 빼돌리며 다시 횡령을 시작한 이후 2022년 8월까지 6억7600만원을 횡령했다. 횡령한 금액은 범행마다 2255만원에서 2억989억원 사이를 오갔다.
CJ CGV와 CJ라이브시티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공시 규정에 따라 직원의 횡령 금액이 자기 자본의 5% 미만이기에 모두 공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주기적으로 불거지는 횡령 사건을 두고 재발 방치 대책에 대한 회의감이 불거지고 있다.
CJ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출금 루트는 모두 은행과 직결되는 등 횡령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무리 보안망을 잘 짜놓아도 마음먹고 횡령하면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라이브시티와 CGV 관계자의 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라이브시티 관계자는 "해당 사고는 직원이 거래처에 대금을 지급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해 벌어진 사건"이라며 "내부적인 감사 기준에 따라 입출금 시스템을 다시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CGV 관계자는 "개인의 일탈로 해당 사건이 벌어지게 된 이후 입출금 장부부터 내부 시스템을 전면 점검했다"며 "하지만 회사 내부 사정상 어떤 형식의 개선이 이뤄졌는지는 대답이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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