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프랜차이즈 상장사, 증시에서 처참한 성적표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가 IPO(기업공개)를 본격 추진한다. 지난 2018년 IPO 추진이 무산된 이후 6년 만에 재추진인 가운데 흥행 가능성을 놓고 관측이 무성하다.
시장에서는 더본코리아가 방송인으로 맹활약하는 백 대표를 앞세운 만큼,회사 인지도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이 많다는 시각이다. 다만 지난 2007년 태창파로스의 주식시장 입성 이후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마다 실패를 거듭한 만큼, 주식시장 도전이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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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종원 대표가 운영 중인 더본코리아가 상장을 준비 중이다 [사진=연합] |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연내 한국거래소 코스피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달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공동 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주들을 대상으로 회사 주식 수를 3배 늘리는 무상증자와 주식 1주를 10주로 나누는 10대 1 액면분할을 추진한다.
더본코리아의 주식 수 증액은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 요건인 주식 분산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목적이다. 회사는 76.79%의 지분을 보유한 백 대표가 최대 주주로, 21.09%를 보유한 강석원 전무가 2대 주주로 올라와 있다. 그동안 외부 투자가 없는 관계로 백 대표 지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2대 주주인 강 전무는 백 대표의 대학 동문이자 사업 파트너로 전해진다.
더본코리아의 최근 3년간 실적을 보면 상승세가 뚜렷하다. 2020~2022년까지 매출은 각각 1507억원, 1941억원, 282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3억원, 195억원, 258억원을 거두었다.
지난해 매출은 3000억원 이상에 영업이익도 300억 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실적 증대는 백 대표의 '후광효과'에 힘입은 신규 브랜드의 가맹점 증대가 첫손에 꼽힌다.
더본코리아는 '다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다. 보유한 브랜드는 총 25개며, 2016년에는 이보다 많은 35개를 운영한 바 있다.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20개 이상의 다 브랜드를 보유해 실적 증대를 이어가는 곳은 더본코리아가 유일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다 브랜드 전략이 IPO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가맹사업 정보에 따르면 더본코리아의 실적을 견인하는 브랜드는 소수에 국한된다. 가맹점 수가 가장 많은 브랜드는 커피 브랜드 '빽다방'이다. 2020년 가맹점 수는 721개에서 2022년 1228개로 2년 사이 70.3% 증가했다. 빽다방만 1000개 이상의 가맹점을 보유했다. 나머지 브랜드는 100개 안팎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더본코리아의 오래된 브랜드는 가맹점 수가 모두 떨어지고 있다. 한식 브랜드 '새마을식당'은 2020년 116개에서 2022년 109개, 같은 기간 주점 브랜드 '한신포차'는 140개에서 129개로 오래된 브랜드마다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반면 '연돈볼카츠', '빽보이피자', '백스비어' 등 최근 신규 공개한 브랜드는 가맹점 모집에 탄력을 받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외식 프랜차이즈마다 주식시장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인 것이 더본코리아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00년대 이후 직상장 내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우회 상장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는 태창파로스를 시작으로 할리스에프앤비, MP대산, 해마로푸드, 디딤이앤에프, 교촌에프앤비 등 총 6개 업체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시장에 남아있는 업체는 3개이며, 직상장은 교촌에프앤비가 유일할 정도로 대다수 업체가 상장 예비 심사 관문을 넘지 못했다.
2020년에 상장에 성공한 교촌에프엔비는 상장초기 3만원대를 찍은 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현재 7000원대에 머물러있다.
어렵사리 주식시장에 들어오더라도 오너리스크, 적자 지속, 법적 분쟁, 가맹점 이슈,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한 자진 상장폐지 의혹 등 각종 논란으로 얼룩졌다.
최근 국내 외식 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는 점도 더본코리아에게 악재로 작용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산업 경기 동향지수는 지난해 1분기부터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 업계 일각에서는 더본코리아가 백 대표의 스타성을 앞세우더라도 주식시장에서 원하는 몸값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뿐만 아니라 식음료 프랜차이즈 산업이 성장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투심 확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가 커피 브랜드 메가커피가 가맹점 2000개를 돌파한 만큼, 더본코리아가 빽다방을 핵심 브랜드로 내세우긴 힘들다"며 "신규 브랜드의 가맹점 수가 늘고 있어도 해당 브랜드들이 적어도 5년 정도의 지속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더본코리아의 실적을 지속 견인할 메가 브랜드가 부족한 형편"이라며 "기존 브랜드의 철수와 신규 브랜드 공개가 지속해서 이뤄지는 다 브랜드 전략이 성공한 사례는 글로벌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편, 더본코리아 측은 IPO와 관련 "현재 상장과 관련해 구체적 답변이 어렵다"며 "서두르지 않고 상장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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