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반 실적 개선 기대 속 독과점 우려도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가상자산 시장 호황이 한 달 남짓 이어지는 동안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친(親) 가상자산 성향으로 잘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시장 기대감 속에 주요 수혜자로 떠올랐다.
10일 가상자산 정보 제공업체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업비트의 가상자산 원화 시장 점유율은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달 5일 56.5%에서 이달 7일 78.2%로 21.7%포인트(p)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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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업비트 라운지 [사진=연합뉴스] |
1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처음 10만달러 돌파를 목전에 뒀던 지난 4일에는 업비트의 점유율이 80%를 넘어서기도 했다.
같은 기간 2위 거래소인 빗썸의 점유율은 41.2%에서 19.3%로 쪼그라들었다. 나머지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의 점유율은 0~1%대로 큰 변동이 없었다.
업비트 쏠림 현상의 원인은 복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업비트의 유동성이 다른 거래소보다 풍부한 만큼 코인 매수·매도도 더 원활하게 이뤄진다"며 구조적으로 거래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거래소 간의 수수료 경쟁도 변수로 떠오른다. 빗썸이 지난 10월 초부터 개시한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지난달 17일 종료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빗썸 이용자 일부가 업비트로 이동했을 거라는 관측이다.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독과점' 논란이 다시 불거질 여지도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코인 수나 예수금, 매출액, 수수료 등의 측면에서 업비트가 독과점 상태라며 이를 해소하는 방안을 촉구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하나의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면 독과점으로 간주해 규제한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시장 구조적 문제나 독과점 이슈는 가상자산위원회를 구성해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답변했다.
거래소들은 저마다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내년 1월 취임하는 트럼프 마국 대통령 당선인이 가상자산 산업 육성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친비트코인 성향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거래소 간의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상자산 투자 심리가 위축됐던 지난해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낮은 거래소일수록 부진한 실적을 나타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8050억원으로 전년 대비 515.4% 증가했다. 반면 업계 2위 빗썸은 순이익이 243억원으로 74.5% 감소했다. 코인원(-67억원), 코빗(-142억원),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514억원) 등은 나란히 순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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