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재무 건전성 개선, 매장 수 확대 목적" 선 긋기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동원그룹과 매각을 논의 중인 한국맥도날드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맥도날드가 인수 협상을 의식해 증자를 통해 몸값을 부풀리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2016년 매일유업 컨소시엄과의 매각 협상 도중에 증자로 자본금을 늘렸지만 당시 계약은 매각가에 대한 양측 입장 차로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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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의 한 맥도날드 매장 [사진=메가경제 김형규 기자] |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는 최근 자본금을 2억 1338만원 가량 늘린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기존 한국맥도날드 자본금은 699억 1512만원으로 이번 증자를 통해 701억 2850만원까지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금 증액 규모는 크지 않지만 600억원대에서 700억원대로 상징적인 의미가 강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맥도날드가 제시한 매각가는 5000억원 내외로 전해진다.
한국맥도날드는 1986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두 차례 증자를 단행했다. CJ그룹과 매각을 논의하던 2016년 9월, 매일유업과 매각 협상 중이던 같은 해 10월에 각각 한 번씩이었다.
당시 CJ그룹과 매일유업 모두 한국맥도날드와의 인수 조건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대해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매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증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다만 협상에서 유리한 우선권을 갖기 위해서는 버틸 힘이 필요하므로 이 자금을 위해 유상증자를 한 것으로 유추해 볼 수는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맥도날드 측은 재무 건전성과 투자를 위한 증자였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재무 건전성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한 건 사실"이라며 "또한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500호 매장까지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고 신규 매장들은 모두 드라이브스루가 적용된 단독 매장으로 추진 중이라 적극적으로 증자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확한 증자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된 바 없어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한국맥도날드와 매각을 협상 중인 동원그룹은 이 같은 소식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검토 중이나 추가로 진전되거나 결정된 부분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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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의 한 맥도날드 매장 전경 [사진=메가경제 김형규 기자] |
한국맥도날드는 1986년 미국 본사와의 합작사 방식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 후 2006년 미국 본사가 한국맥도날드 지분을 전량 인수해 독자 경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불어온 '웰빙' 열풍에 패스트푸드 산업 성장은 정체됐고 2010년대부터 다양한 수제버거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맥도날드는 경영난을 겪었다. 한국맥도날드의 영업손실은 지난 2020년 484억원, 2021년 278억원 등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이 회사 미처리결손금은 약 2905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6년 9월에는 CJ그룹과 KG그룹, NHN엔터테인먼트 등이 인수를 검토했었고 같은 해 10월에는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과 매일유업의 컨소시엄이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미국 맥도날드 본사는 지난해 6월 지분 100%와 국내 사업권을 포함한 한국맥도날드를 다시 매물로 내놨다. 이에 동원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원산업이 관심을 보이며 예비입찰에 참여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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