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극대화 전략에 소비자 안전 뒷전, 팔리는 쪽 택할 수 밖에
[메가경제=정호 기자] A씨는 더위에 지쳐 시원한 음료와 단백질 바를 사러 서울 시내 한 GS25 편의점을 방문했다. 냉장고 진열대를 살피다가, 한 켠에 놓인 채소를 살펴봤지만 이내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건강한 식탁에 어울리지 않는 꼭지에 곰팡이가 핀 오이, 윤기 없이 말라버린 대파가 '신선식품'으로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야심 차게 도입한 전략 브랜드가 '신선특별시'다. 2020년 론칭 이후,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채소 및 육류 판매 확대를 통해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취재 결과, 이 신선특별시 매대에서 부패된 채소가 버젓이 진열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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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가 된 제품들 오이는 꼭지에 공팡이가 슬고, 파는 변색이 된 상태.[사진=메가경제] |
8일 메가경제에 이 소식을 알린 제보자에 따르면 GS25 매장에서 오이와 대파가 변질된 상태로 진열된 것을 목격했다. 오이는 꼭지 부분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대파는 노랗게 변색된 채 진열대에 놓여 있었다. 특히 이 진열대는 외부와 개방된 구조로 냉기가 빠져나가기 쉬운 '개방형 냉장고'였다.
해당 제품들은 생식 가능 식품이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생채소는 식중독 유발 가능성이 높은 품목이다. 실제로 병원성 대장균 식중독 환자의 70%가 생채소 섭취와 관련돼 있다.
GS25 측은 "본사에서 선별해 납품하며 폐기 직전 점주가 진열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품질관리 책임을 점주에게 떠넘기는 이 같은 입장은 전략사업인 '신선특별시'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 판매 독려는 본사, 폐기는 점주가 구조적인 '허점'
신선특별시는 본사 주도로 운영되는 전략사업이다. 본사는 신선식품 매출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점주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반면, 판매되지 않은 식품의 폐기 비용은 전액 점주가 부담해야 한다.
이 같은 구조는 '팔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진열해야 한다'는 유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진열대에 내놓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며 "폐기 부담이 너무 커 차라리 팔리는 쪽을 택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GS25의 현장 점검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본사 측은 "영업 담당자가 수시로 점검 중"이라고 밝혔지만 부패된 채소가 매장에 버젓이 진열되고 있는 사실이 이를 무색하게 한다.
메가경제 취재 결과, 경쟁 유통업체들은 여름철을 맞아 신선식품 관리에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다. 한 대형마트는 품질 점검 횟수를 하루 2회 이상으로 늘리고, 당일 판매 원칙을 운영 중이다. 한 이커머스 업체는 유통 전 과정에 온도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폐기율을 1% 미만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반면 GS25는 '개방형 냉장 진열대'를 채택하고 온도 관리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소비자 접근성은 높지만, 냉기가 쉽게 빠져나가 외부 온도와 수분에 쉽게 노출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신선식품에 불리한 진열 구조"라고 지적한다.
GS25의 신선특별시는 그간 편의점 신선식품 시장을 선도해왔다. 2022년에는 31.8%, 2023년에는 23.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소비자 신뢰에 금이 가면서 브랜드 전반에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유통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며 "전국 단위로 확대된 전략사업이라면 더욱 철저한 본사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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