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100만대 수준 늘릴 수 있어...가격 경쟁력↑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방침에 따라 북미 시장에 진출해있는 현대차·기아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멕시코에 공장을 둔 제너럴모터스(GM)·포드, 일본 닛산 등의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대차·기아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증권가의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 시간) 행정명령을 통해 미 동부시간 4일 0시(한국 시간 4일 오후 2시)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중국에는 기존보다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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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
이로써 멕시코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 기업만 보더라도 기아는 멕시코 몬테레이에,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 현대트랜시스도 몬테레이 인근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몬테레이 공장은 연간 40만대 생산 능력을 갖췄고 지난해 약 25만대를 생산했다.
다만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은 멕시코 공장에서 훨씬 더 많은 생산량을 가동하고 있어 현대차·기아가 그 피해는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이는 곧 가격 상승을 부르게 되고 시장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의미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가 시행될 경우 약 600억달러의 추가 비용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으로 예측됐다. 울프리서치는 미국 신차 가격이 평균 3000달러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3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한국에 대한 잠재적 관세 위협은 우려 요인"이라면서도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25%) 문제로 한정했을 때, 글로벌 완성차 판매 업체 중에서는 현대차가 받는 타격이 가장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GM의 멕시코 생산량은 72만대다. 포드와 스텔란티스는 각각 36만대, 46만대다. 독일 폭스바겐도 멕시코서 35만 대를 생산했고, 일본 도요타와 닛산은 각각 25만대, 61만대를 생산했다. 폭스바겐은 미국 생산량의 두 배 이상을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닛산 역시 멕시코 생산량이 미국을 넘어선다. GM의 생산 비중도 42%에 달한다.
반면 현대차는 미국 판매 차량 중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비중이 0.4%에 불과하다. 현대차·기아의 2023년 미국 생산량은 61만대로 기아 멕시코 생산량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현대차·기아는 앨라배마(현대차), 조지아(기아)에 이어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지난해 10월 시범 가동하고 있다.
HMGMA는 올해 1분기 준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가는데 최대 50만대까지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다. 이 세 공장을 합하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생산량은 100만대 수준으로 늘어난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갑작스럽게 멕시코 생산을 대폭 줄이고 미국 생산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다. 일단 현대차·기아처럼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공장 확대와 건설부터 시행되야 한다. 현지 부품공장이 있어야 하고 네트워크와 노동력, 인건비, 운영 등 많은 상황이 달라진다. 멕시코 현지 공장이 있는 주정부와 멕시코 정부 차원과 기업 간 문제도 얽혀 있으면 매우 복잡한 일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차량을 수출하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모두 똑같은 상황인데 물량이 적은 현대차·기아가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미국 대량 생산 기반이 마련되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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