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실적 부진에 책임 씌우기, 사측 "일신상 사유"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유가증권(코스피)시장 상장사인 락앤락이 두 달 만에 대표를 재선임하며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총 4명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대주주인 사모펀드가 이 회사의 실적 부진에 조바심을 내면서 락앤락이 'CEO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락앤락은 신임 사장으로 이영상 전 투썸플레이스 대표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신임 사장은 이달 열릴 주주총회를 거쳐 새 대표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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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상 락앤락 신임 대표(사장) [사진=락앤락] |
이 사장은 보루네오 가구와 AIG손해보험, 오비맥주 등에서 일했다. 지난 2019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는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 대표를 지냈다.
특히 그는 오비맥주 최고재무책임자(CFO) 시절 락앤락 대주주인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협력해 성과를 낸 경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이 사장의 선임으로 지난 7월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던 천해우 부사장은 두 달 만에 수장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천 부사장은 동남아 영업을 총괄하며 락앤락의 글로벌 성장을 이끈 인물로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었다.
이번 대표 재선임으로 인해 천 부사장은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새로 임명됐다.
업계는 최근 락앤락의 수장 교체가 너무 잦다는 점을 지적한다. 회사 내부는 물론이고 시장에도 혼란을 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약 1년 7개월 새 락앤락의 대표 교체는 총 5번에 달한다. 최장기 대표직 유지 기간이 9개월로 1년도 되지 않는다.
락앤락은 지난해 1월 김성훈 대표 체제에서 김성훈·김성태 각자 대표 체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말에는 김성태 단독 대표 체제로 바꿨다. 이어 보름여 만인 같은 해 10월 중순에는 이재호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이후 9개월 만인 지난 7월 천 부사장이 선임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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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소비재 박람회 ‘2023 암비엔테’에 참가한 락앤락 부스 [사진=락앤락] |
사모펀드인 어피너티는 지난 2017년 락앤락 창업주인 김준일 전 회장 일가로부터 락앤락의 지분 62.5%를 사들이며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때 투자된 자금은 약 63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인수 이듬해인 2018년 김성훈 전 대표가 수장을 맡아 이 회사를 이끌어 왔으나 지난해부터 유독 잦은 인사교체가 거듭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수 후 락앤락의 연이은 실적 부진에 기업가치 하락을 우려한 어피너티가 조급함을 내비친 영향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락앤락의 영업이익은 23억원에 그쳐 전년도 대비 92.9%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성적도 좋지 않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2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26.3% 하락했다.
이러한 락앤락의 실적 감소세는 어피너티의 인수 후 지속돼왔다. 인수 당시인 지난 2017년 영업이익이 516억원을 기록했으나 이듬해 2018년에는 365억원, 2019년 243억원, 2020년 289억원, 2021년 325억원으로 매해 꾸준히 축소됐다.
통상 기업 인수 후 5년 이내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모펀드 특유의 '엑시트 전략'을 감안할 때, 어피너티는 락앤락 기업가치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경영자 자리가 빈번하게 교체되고 있는 실정 역시 그 결과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 어피너티는 대표 교체를 발표한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일부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락앤락의 유상감자 안건을 의결했다. 감자비율은 13.69%이다. 유상감자가 진행 되면 발행주식은 기존 5020만 444주에서 4332만 6411주로 줄어든다. 또한 자본금은 12.5% 축소된다.
해당 유상감자를 통해 어피너티는 투자금 중 약 278억원을 회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잦은 대표 재선임이 대주주 어피너티의 영향이라는 시각에 락앤락 측은 각 전 대표 일신상의 사유였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락앤락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표 등 수장 교체는 회사와 대주주의 일방적인 결정이 될 수 없고 일신상의 사유나 회사 상황 등에 따라 협의해 이뤄진다"며 "지난 7월 이 전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갑자기 사임하게 돼 천 부사장이 경영 공백 없이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집중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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