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유보 등 한국 시장 누적된 문제 지적과 희망도 엿봐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중국 개별 기업들의 약진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약진, 범용 D램 시장서 중국업체는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신영증권이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나의 실수' 보고서를 30일 발간해 주목받고 있다. 신영증권은 메모리 반도체와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약진을 간과한 것을 가장 큰 실수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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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신영증권] |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보고서에서 “올해 가장 큰 실수는 중국 기업들의 약진을 간과했다는 점”이라며 “전기차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놀라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시작된 대중 규제가 중국과 경합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는 나름의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는데, 그 시효가 거의 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센터장은 중국은 기술 혁신뿐 아니라 덤핑(저가 밀어내기) 공세로도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그는 “철강과 석유화학·태양광·디스플레이·2차전지 등 분양에서 중국발 공급과잉이 감지되고 있다”며 “여기에 트럼프의 관세 부과 협박에 맞서기 위해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용인하고 있는 듯한 위안화 약세도 한국 경제에는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개별 기업들의 약진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 혼다와 닛산의 합병 추진과 독일 폭스바겐의 공격적 구조조정은 중국차의 부상에 대한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며 "삼성전자에 대한 걱정 역시 꼭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뒤쳐진 데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범용 D램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존재감을 높인 탓"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주식시장의 만성적인 문제를 과소평가했다고 반성한 의견도 나왔다.
박소연 연구원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선진국과 달리 지주사와 계열사가 중복 상장 돼 있고, 신생 자회사를 모회사가 지원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배당보다는 유보와 재투자를 선호한다"며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켜켜이 누적돼 있음에도, 이러한 문제들을 몇가지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정도로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 점이 올해의 가장 큰 실수"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은 연초부터 빠르게 달아올랐지만, 그만큼 식는 속도도 빨랐다"며 "다만 시계는 거꾸로 흐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기업과 투자자, 대주주와 소액주주, 유보와 분배의 균형추를 잡기 위한 노력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전망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을 간과했던 것이 문제"라며 "연말 반도체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중국 공급 증가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고 성찰했다.
그는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캐파가 전체 D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 하반기께나 D램 가격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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