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혐의서 조국 전 장관의 일부 공모 관계도 인정
정경심 측 변호사 “당혹스럽다...즉각 항소할 것”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기소된지 1년 4개월여만에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8월 장관으로 내정되고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된 지 1년 4개월여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23일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등과 관련해 모두 15개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1억4천만원의 추징금도 부과했다.
재판부는 입시비리 혐의와 관련해서는 정 교수의 모든 혐의를 인정했고, 사모펀드 의혹과 증거인멸에 대해서는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15개 혐의 가운데 11개 혐의가 유죄로 판단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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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재판부는 판결 이유를 설명하며 "피고인이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받기로 조국과 공모한 것이 인정된다"고 밝히는 등 일부 혐의에서 조 전 장관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교수는 지난 5월 10일 6개월의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된 이래 줄곧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지난해 9월 6일 정 교수에 대해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같은해 11월 11일에는 총 14개 혐의를 적용해 추가 구속기소했다.
정 교수가 받은 혐의는 자녀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사문서위조, 위계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사기 등 7가지,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업무상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금융실명법 위반 등 4가지,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은닉·위조 교사 3가지 등 모두 15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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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심 주요 일지. [그래픽= 연합뉴스] |
정 교수는 2013∼2014년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비롯한 서류를 위조하거나 허위로 발급받아 딸의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제출해 입학전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 교수는 또한,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취임하자 공직자 윤리 규정을 피하려고 사모펀드 운용사를 통해 차명으로 투자하고, 허위 컨설팅 계약을 통해 1억5천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이외에도,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를 시켜 자택과 동양대 연구실 PC를 숨기거나 코링크PE 직원에게 사모펀드 관련 자료를 인멸하게 한 혐의도 받았다.
자녀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동양대 표창장을 직접 위조했는지 여부,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서는 차명투자인지 여부와 동생·지인에게 빌려준 돈인가 여부,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서는 김경록씨에게 증거은닉·인멸을 지시했는지와 같이 했는지 여부가 재판의 쟁점으로 여겨졌다.
정 교수는 재판 과정에서 표창장 등을 위조한 적도 없고 딸의 경력 내용도 일부 과장이 있을 뿐 조작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사모펀드 관련해서도 차명으로 투자한 게 아니라거나 단순한 자금대여일 뿐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반면 검찰은 표창장 위조 시연과 핵심 인물에 대한 증인 신문 등을 통해 정 교수의 주장을 반박해왔다.
이날 1심 재판부는 선고공판에서 "단국대의과학연구소 체험활동 등 모든 확인서가 허위"라며 "피고인은 자기소개서와 표창장을 의학전문대학원 등에 제출하는 데 적극 가담했고 입시비리 관련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라고 밝혔다.
특히 쟁점이 됐던 동양대 표창장과 관련해서는 "위조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컴퓨터를 할 줄 몰라 위조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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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사모펀드와 관련해서는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가 투자한 2차 전지업체 WFM과 관련된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해 이익을 봤다는 혐의와, 재산내역을 은폐할 의도로 차명계좌를 개설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취임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 의무가 생기자 주식 등을 은폐하고 제출 의무를 면탈하려 차명계좌를 사용했다"고도 봤다.
그러나 정 교수가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어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로부터 돈을 받아 횡령에 가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피고인에게 받은 10억원은 모두 투자금"이라면서도 "코링크PE 자금을 횡령을 주선하거나 종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정 교수가 조씨와 공모해 금융위원회에 출자약정 금액을 부풀려 거짓 변경 보고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증거인멸·위조·은닉 등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사실별로 다른 판단을 내놨다.
정 교수가 코링크PE 직원들에게 펀드 운용보고서를 위조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에는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산관리인 김경록씨를 시켜 동양대 사무실 자료 등을 은닉하도록 했다는 부분도 "정 교수는 김씨와 반출 행위를 함께해 공동정범에 해당한다"며 "증거은닉교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코링크PE가 보관하던 정 교수의 동생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은 코링크PE 측과 공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입시비리와 관련해 "과감해진 범행 방법에 비춰볼 때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우리 사회가 입시 시스템에 갖고 있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게 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해 비난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질타했다.
이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신고 등에 성실하게 임할 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늘리려 타인 계좌를 빌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며 "시장 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라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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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 교수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정경심 교수의 혐의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되고 실형이 선고되자 정 교수의 변론을 맡아온 김칠준 변호사는 공판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판결선고를 듣고 당혹스럽다"면서 "고등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전체 판결에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특히 입시비리 관련 부분에 대해 수사 과정부터 저희가 싸우고자 했던 예단과 추측들이 선고에서도 선입견과 함께 반복됐다"며 "검찰 논리 그대로 모두 유죄가 인정되는 걸 보면서 적잖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압도적인 여론의 공격에 대해 방어하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려 했던 노력이 오히려 피고인의 형량에 불리한 사유로 언급되면서 마치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 아닌가"라는 불만도 내비쳤다.
다만 김 변호사는 아직 판결문을 보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고,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와 일부 공모 관계가 인정된 점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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