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법 개정안 두고 정부와 정면충돌 양상...백신 접종차질 우려

류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1 23: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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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회 복지위 '금고 이상땐 의사면허 취소' 의료법 개정안 처리
최대집 "법사위 의결땐 총파업"vs 정총리 "불법 집단행동엔 단호대처"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교통사고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것에 맞서 대한의사협회가 집단행동을 예고하면서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계획 차질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의료법 개정안이 일부 중범죄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취지를 설명하는 동시에 만약 의협이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9일 살인, 성폭행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 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회의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서울= 연합뉴스]

 

개정안은 부정한 방법으로 면허를 발부받은 경우에도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규정을 소급 적용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다만 의사의 업무적 특수성을 반영해 의료행위 중에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등을 저질렀을 경우에는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더라도 면허 취소 대상에서 제외된다.

의료법 개정안은 성범죄를 비롯해 강력 범죄로 처벌받은 의사가 매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의사 면허는 그대로 유지돼 의료 활동을 이어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지적과 비판이 잇따른 데 나온 대책이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면허 취소 대상 범죄는 낙태와 의료비 부당 청구, 면허증 대여, 허위 진단서 작성 등 의료법 위반에만 한정돼 있어 살인, 강도, 성폭행으로 처벌받아도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또 의사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됐다고 하더라도 다른 병원에 재취업할 경우에 환자는 관련 정보를 알기 어렵다.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복지위를 통과하자 전국 16개 의협 시도의사회 회장은 20일 “의료인 면허에 대한 과도한 징벌적 규제 법안 전면 재검토하라”는 제하의 성명을 통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명한다"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이는 의료인 직종에 대해 법원 판결에 따른 처벌 이외에 무차별적으로 직업 수행의 자유를 박탈함으로써 가중 처벌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특히 금고이상의 형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고, 5년 동안 재교부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직무와 아무 관련 없는 범죄까지 광범위하게 배제하는 방법이 과도한 규제로서 최소침해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료인이 자동차 운전 중 과실로 인하여 사망사고를 일으켜 금고형과 집행유예 처분을 받더라도 수년간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그러면서 “국회의 무리한 의료법 개정 시도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해당 법안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 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회의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서울=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의협이 집단행동을 예고한 데 대해 강력한 대처 방침을 밝혔다.

정 총리는 “성공적인 백신 접종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 며칠 전 의사협회가 국회의료법 개정논의에 반발하여 총파업 가능성까지 표명하면서 많은 국민들께서 우려를 하시도록 만들었다”고 꺼냈다.

이어 “더구나 교통사고만 내도 의사면허가 무조건 취소되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있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특정 직역의 이익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만약 이를 빌미로 불법적인 집단행동이 현실화된다면 정부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와 의협 지도부는 21일 오후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 회의에서 만났지만,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한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이날 의정공동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이 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때 면허가 취소되고 형이 집행 종료돼도 5년 동안 면허를 갖지 못하게 하는 가혹한 법"이라며 "(법사위 의결시) 코로나19 진료와 백신 접종과 관련된 협력 체계가 모두 무너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현재 활동하는 의사 개개인의 면허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지난해 8월 의대 정원과 관련한 공공의대 어젠다 때보다 100배 이상 크게 다가온다"며 "이 법이 법사위를 통과한다면 전국 총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강경 기조를 고수했다.
반면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하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KBS 1TV '일요진단'에 출연해 이번 개정안에 대해 "다수의 의료인을 중범죄를 저지르는 극소수의 의료인으로부터 보호하고, 국민의 안전 문제(를 위한)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며 "의료계에 정확하게 (개정 내용 등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이날 의정공동위원회에서도 "정부는 11월 말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목표로 차질 없이 백신 접종을 진행하겠다"며 "의료계 대표인 의협과 병협(대한병원협회), 간협(대한간호협회)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오는 26일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의정 갈등 속에 백신 접종이 초반부터 흔들릴 경우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예상치 않은 변수가 발생하는 셈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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