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무산...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4개국 정상회담 가능성도 희박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9∼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7일 출국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가는 이번이 처음으로, 일본·호주·뉴질랜드와 함께 아시아 태평양 파트너국으로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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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9∼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7일 출국한다. 사진은 2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초청 오찬에서 격려의 인사말을 하고 있는 윤 대통령 모습. [서울=연합뉴스] |
윤 대통령은 이번 참석 기간 동안 연쇄적인 양자회담과 함께 본행사인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담, 나토 사무총장 및 스페인 국왕 면담, 스페인 경제인 오찬간담회 등 총 14건의 외교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29일 오후 2시30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전임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린 뒤 4년9개월만에 이뤄지는 3국 정상 대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6일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3국 정상회담에서는 역내 안보 정세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미일 3국간 북핵 공조 강화와 경제 안보 전략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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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나토정상회의가 열리는 오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한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26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이 자리에는 3개국 정상 이외에 일부 수행인사들이 배석한다. 다만 촉박한 일정으로 30분 이상 회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상견례’ 성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 기간 중에 약 9개국과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28일(이하 현지시간) 핀란드를 시작으로, 29일엔 네덜란드·폴란드·덴마크, 30일엔 체코·영국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루마니아와의 정상 간 대화는 ‘풀 어사이드’(pull aside·약식 회동) 형태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양자회담 가능성도 열려 있다.
양국 정상회담에선 원자력 수출(체코·폴란드·네덜란드), 반도체(네덜란드), 방위산업(폴란드), 재생에너지(덴마크) 등 경제안보 의제들도 테이블에 오른다. 아울러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서방진영의 광범위한 지지를 재확인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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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개요. [그래픽=연합뉴스] |
이번 순방 기간 한미정상회담이나 한일정상회담은 마련되지 않았다. 특히 당초 예상됐던 한일 정상의 약식 회동(풀어사이드)도 무산됐다.
한일정상회담 무산은 다음 달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 등 일본 국내 이슈와 맞물린 측면이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다만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스페인 국왕 주최 만찬, 나토 정상회의, 한미일 정상회담 등으로 최소 세 차례 만나게 된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나토 파트너국 정상과의 4자 회담도 현재로선 "열릴 확률이 희박하다"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의 전언이다.
여기에는 대중 강경노선을 견지해온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의 ‘밀착’이 자칫 윤 대통령의 반중(反中) 기조를 드러내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29일 오후 3시 개최되는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서 복합적인 국제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적극적 역할을 부각하는 동시에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당부할 예정이다. 연설은 3분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순방에는 김건희 여사도 동행해 배우자 세션에 참석, 배우자로서 외교 무대 데뷔전에 나선다.
왕궁에서 개최되는 스페인 국왕 내외 주최 만찬(28일)을 시작으로, 스페인 왕궁 투어·왕궁 유리공장·소피아 왕립미술관 방문(29일) 일정을 소화한다. 29일 저녁 스페인 교포 만찬 간담회에도 윤 대통령과 부부 동반으로 참석한다.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왕립 오페라 극장을 찾아 리허설을 관람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출국을 앞둔 26일 별도의 외부 일정 없이 ‘외교 데뷔전’ 준비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사실을 밝히며 그 의미를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가치 연대 강화 ▲포괄적 안보기반 구축 ▲신흥 안보위협에 대한 효과적 대응 모색 등 3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가치연대 강화’와 관련해선 “나토 동맹 30개국은 자유민주주의·법치·인권 등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는 우리의 전통 우방국”이라며 “이번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북한·북핵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고 참석국의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괄적 안보기반 구축’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 예측 불가능한 국제 정세 속에서 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포괄적 안보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라며 “한국은 나토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집단안보가 아닌 포괄 안보협력을 나토와 함께 도모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또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국제사회 내에 최대 안보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논의가 비중 있게 다뤄질 것이 예상되는 만큼 우리 정부 역시 글로벌 리더로서 역할을 한다는 차원에서 이미 공여된 지원 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 지원 추가 공여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흥 안보위협 대응’ 측면에서는 “기후변화·신흥기술·해양안보 등 신흥안보 분야에서 이미 오랜 연구를 거듭해온 나토와 정보 공유, 합동 훈련,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러한 활동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나토 본부가 소재한 벨기에 브뤼셀에 주나토 대표부를 신설해 정보 공유를 확대하고 네트워크 강화 등 우리 위상에 걸맞는 대유럽 외교 플랫폼을 마련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지난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나토 회원국가가 아닌데 대표부를 설치하는 이유’에 대해 “파트너국들 대다수가 이미 대표부를 개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장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아태 지역 내 나토의 파트너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총 4개 국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되겠지만, 현재 우리나라를 제외한 나머지 3개국은 모두 이미 대표부를 개설하고 주벨기에대사가 주나토대사를 겸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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