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지원 위해 "6개월간 지구 한 바퀴 반 돌아"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지난 6개월 동안 출장 다닌 기억밖에 없습니다. 계산해보니 지구 한 바퀴 반을 돌았네요. 현장에 직접 가봐야 누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 수 있다는 할아버지(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말씀이 저를 쉼 없이 움직이게 한 것 같아요."
메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장혜선 롯데재단 이사장이 처음 꺼낸 말이다. 장 이사장은 올해 상반기 동안 현장을 직접 챙긴 경험을 소상히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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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혜선 롯데재단 이사장이 롯데그룹의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정신을 알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롯데재단] |
그는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이자 명예회장의 외손녀다. 지난해 8월부터 롯데삼동복지재단을 진두지휘했고, 4개월 후에는 롯데장학재단으로 반경을 넓혔다.
장 이사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근 20년 만이다.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즐겨하는 성향이 아니지만, 인생의 롤모델이자 자신의 가치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외할아버지를 널리 알릴 수 있다는 확신 가운데 불철주야 현장을 누비고 있다.
장 이사장은 "할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어려운 환경에 놓인 소외계층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 제 삶의 목표가 됐다"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일할 준비가 돼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취임 후 장 이사장의 행보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으로 요약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소외계층이 있는 자리에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한겨울 연탄 봉사부터 베트남 하노이·다낭·호찌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일본 등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지난 반년 동안 이동거리가 약 5만8000Km니 지구 한 바퀴 반을 돈 셈이다. 건강 체질이 아니라 출장 한 번 다녀오면 병원 신세를 지는 '약골'이지만, 무언가 그를 강하게 붙잡는 소명의식이 작용하고 있다.
장 이사장은 "저개발국의 소외계층 아이들부터 외국인 근로자나 장애인 등을 만날 때는 한 사람이라도 더 안아주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한다"며 "그들의 숨결을 느껴야 비로소 재단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진정성이 담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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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혜선 이사장이 해외 소외계층 아동 지원사업 현장을 방문했다. [사진=롯데재단] |
그는 지난 6월에 열린 시각장애인 축구대회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했다. 굵은 빗방울이 내리는 날이었지만, 앞을 볼 수 없는 선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한다. 자신이 왜 이 일에 진심을 다하는지 알 수 있었다는 확신이다. 장 이사장은 그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면서 내년엔 더 많은 분이 운동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지원도 늘릴 계획이다.
장 이사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 있을 때 임원들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자네, 직접 가 봤어?'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회상한다. 현장 경영을 중시한 신 회장의 피가 나눔의 현장에서도 흐르는 장면이다.
특히 장 이사장은 재단의 모든 활동이 할아버지의 창업 정신과 경영 철학을 알리는데 크게 공헌할 것으로 확신했다. 이른바 ‘신격호 정신’을 널리 알리면 많은 이가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성공 경험을 쌓은 이들이 다시 누군가에게 기여할 수 있는 '착한 선순환' 구조로 정립된다는 설명이다.
장 이사장이 취임 후 대부분의 재단 사업에 신격호 명예회장의 이름을 붙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롯데장학재단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에는 ▲신격호 멘토링 장학금 ▲신격호 롯데 나라사랑 장학금 ▲신격호 롯데 희망나눔 장학금 ▲신격호 롯데 글로벌 인재 장학금 ▲신격호 롯데 재능장학금 ▲희망멘토링 장학금 등이 있다.
복지사업에는 ▲신격호 롯데 사랑의 희망 물품나눔 ▲신격호 롯데 미래인재 지원사업 ▲신격호 롯데 희망의 환경개선 지원사업 ▲신격호 롯데 사랑의 장애인지원사업 ▲롯데 플레저박스 지원사업 등이 꼽힌다. 지난 40년 동안 국내·외 롯데 장학생들에게 2000억원을 지원해 왔다.
롯데복지재단은 국내 거주 외국인 근로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신 명예회장이 1994년 설립한 재단이다. '소외이웃 행복나눔', 'Glocal나눔' 등 두 분야를 주축으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생필품, 문화체험, 중증장애인 보조기기, 긴급복지 둥 각종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아울러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무료 의약품 지원, 다문화가정 교육, 문화 프로그램 지원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롯데삼동복지재단은 지난 2009년 신 명예회장의 고향인 울산 지역 발전과 복지에 기여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지난 10여 년간 180억 원 상당의 기부를 통해 지역의 소외계층 학생들을 지원해 왔다.
신 명예회장의 고향을 기반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신격호 롯데 사랑의 행복 나눔 ▲신격호 롯데 김장 나눔 대잔치 ▲신격호 효사랑 어르신 효도잔치 ▲신격호 회장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신격호 고향사랑 음악회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장 이사장이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 중 하나는 할아버지가 잠들어 있는 울산 선영 인근의 생가와 별장 부지를 신격호 기념관과 추모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별장을 리모델링해 기념관으로 운영하고, 별장 부지는 수변공원으로 조성해 지역의 명소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장 이사장은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물론 누구든지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지역의 명소로 만들면, 할아버지가 쌓아 올린 롯데의 기적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았다. 현재 울산 생가의 소유권은 신 명예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형제가 보유 중이다. 이들이 지분을 포기해야 개발이 가능하다.
신동주 회장 측은 "롯데 재단이 공원화 사업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확인한 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역 시의회도 지역발전을 위해 공원화 사업에 긍정적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홍성우 울산시의회 의원은 지역 정주 여건 개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암댐 수변공원 조성 사업'을 공론화하고 나섰다. 이 사업은 대암댐 주변 둘레길 조성과 함께 신격호 기념관과 공원 조성을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장 이사장은 "롯데그룹의 근간을 만드신 할아버지의 업적은 한 기업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세대를 이어가는 철학이 될 것이라 믿는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가들이 후대에도 좋은 선례로 남은 것처럼, 할아버지가 일궈낸 소중한 가치가 잊히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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