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 및 IRA우회 가능 노림수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중국이 고려아연을 인수할 것이란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저가 공세로 철강 시장을 장악하려 했던 중국이 이제는 고려아연과 같은 세계적인 제련 기술을 가진 기업에 눈을 돌리는 이유를 살펴봤다.
25일 관련 업계와 KB증권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철강과 제련업계는 지속적인 적자에도 정치적 요소에 따른 과잉 저가공급 기조를 이어가면서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중국은 정부지원, 원가경쟁력을 내세우며 철강·비철금속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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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아연 부스 [사진=고려아연] |
그러나 중국 건설업계가 침체되고, 중국 철강기업의 재무구조도 악화되면서 공급 감산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올 상반기 기준 중국 철강업계 75%가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철강 생산량 1위 기업 BAOSHAN도 ‘수익성’보단 ‘현금’을 우선시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철강업계 전반에 걸친 유동성 위기를 암시했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철강은 향후 5년간 수요가 연평균 0.9% 성장하는 반면 공급은 연평균 0.4%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중국은 저가 공세를 앞세워 세계 철강 시장을 석권하며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왔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철강업계가 광물 원석 생산보다는 제련으로 성장을 이뤘다는 점이다.
중국은 제련 강국이다. 중국은 리튬 채굴량 3위(13%)에만 이름을 올릴 뿐 나머지 광물 생산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오스트레일리아(리튬·52%), 콩고(코발트·73%), 인도네시아(니켈·36%), 남아프리카공화국(망간·39%)이 최대 생산 국가다. 그러나 배터리 4대 광물의 제련 공정 모두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진행된다. 리튬 68%, 코발트 84%, 니켈 76%, 망간 90%다.
중국이 제련 산업이 호황을 누린 데는 기술보다는 우선 값싼 노동력 그리고 탄소배출 등 환경에 대한 규제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환경 규제에서 느슨한 중국으로 주문이 몰리면서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점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인플레 감축법'(IRA)의 광물 조항 원산지 조건을 채굴 장소가 아니라 광물이 제련된 지역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중국은 직격탄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부터 미국의 견제를 받아온 중국은 IRA와 함께 수출 통제와 투자 제한 등 연타를 맞았다. 와중에 부동산 업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까지 고조됐다
일례로 중국 기업은 ‘하얀 석유’ 리튬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리튬 매장량 4위 국가이지만, 래피도라이트 광물을 통해 이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래피도라이트는 리튬 함량이 낮고, 불순물이 많아 제련 비용이 비싼 편이다. 그렇기에 해외 주문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은 필수였다. KB증권에 따르면 현재 중국 래피도라이트 채굴 산업은 원가가 판매가보다 높아,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타격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등 해외 기업들은 고려아연과 같은 세계적인 제련 기술을 가진 기업 인수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 이런 경우 첨단 기술 획득 뿐만 아니라 지역 세탁을 통해 IRA규제를 어느 정도 해소 가능하다.
특히 고려아연은 아연, 연 등 비철금속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경쟁력의 거점인 온산공장은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이자 세계 최다 생산 능력을 갖춘 제련소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고려아연은 전기차 폐배터리부터 전자기기 폐기물, 산업폐기물까지 재활용하는 ‘자원순환 밸류체인’에도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전기차 산업 성장에 따라 폐배터리 발생량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폐배터리에서 니켈과 코발트를 97~98%, 리튬을 80% 이상 회수 가능한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는 ‘건·습식융합 리사이클링’ 특허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단 고려아연은 현재까지 리튬 생산과 제련에 관계된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술적 문제보다는 리튬 제련이 환경오염을 동반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폐배터리 매립 시 발생할 환경오염이나 불안정한 원자재 가격의 대책을 생각했을 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기에, 관련 시장은 2050년 최대 6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게다가 2025년 1월까지 온산제련소에 698억 원을 투자해 아연과 연 제련공정 후 남은 부산물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설비 6기 중 1기를 ‘리사이클링 동 제련 설비’로 개조할 계획이다.
만약 중국 기업이 고려아연을 인수하게 된다면, 4대 핵심광물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국가 경제와 직결되는 핵심 기술 유출 가능성과 함께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해외 기업에 인수된다면 핵심 소재 산업의 해외 의존도를 심화시켜 국가경제 안보와 고용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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