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 실패로 이커머스시장 뒤처져...'엔지켐' 인수설 돌아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롯데그룹이 최근 주력 사업인 유통 분야에서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뒤늦게 바이오 산업에 진출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게 될 전망이다.
23일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를 통해 “현재 바이오 사업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면서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입장을 밝혀 신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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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재계 등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바이오 사업 진출과 관련해 신사업·M&A 관련 부서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오너들의 강력한 의지로 바이오 신사업 육성에 일찌감치 나서 공을 들여온 반면 롯데그룹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외면해 왔다.
특히, 혁신 신약이나 바이오시밀러 개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등 바이오 산업은 불확실성이 높고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분야로 오너의 결단과 지원 없이 사업을 계속해서 끌고 가기가 어려운 분야다.
최근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K-바이오’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장기 전략 로드맵에 따라 차근차근 사업을 추진해오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다가 이제야 결실을 거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자본시장에서 지난해 SK바이오팜에 이어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전례 없는 흥행을 일으키는 등 바이오 공룡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모습도 롯데그룹의 잰걸음을 재촉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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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지주 CI |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20년 전 유통업체 중 가장 먼저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도 최근 야심차게 출범한 ‘롯데온(롯데ON)’마저 1년 만에 실패를 자인할 정도로 온라인 유통 분야에서 크게 뒤처진 상황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겪으면서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으며, 신흥 유통 공룡이 된 쿠팡과 네이버는 압도적인 자금력과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면서 시장 장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추세다.
롯데그룹은 이 같은 위기 의식과 함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 중인 바이오 산업에 뒤늦게라도 진출해 유통, 화학과 함께 세 축을 중심으로 성장을 추진한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유통업을 기반으로 재계에서 우뚝 선 신격호 전 롯데그룹 명예회장에 이어 오너십을 발휘해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등 화학 계열사들의 성장을 이끈 경험이 있다.
신 회장이 기울어가는 기존 유통업이 아닌 바이오 사업에서 승부수를 띄우고 화학업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왔던 경험을 살려 통큰 M&A 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다면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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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지켐생명과학 CI |
한편, 롯데그룹의 바이오 사업 진출 발판으로 코스닥 상장사인 신약개발기업 엔지켐생명과학(대표 손기영)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1999년 설립된 원료의약품·글로벌 신약개발 기업으로 천연물(녹용) 유래 물질인 ‘EC-18’을 이용한 호중구감소증, 항암, 자가면역질환 등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도 나서 바이오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지주 측은 엔지켐생명과학과 접촉해 지분 인수 등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김혜경 엔지켐생명과학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브리짓라이프사이언스(11.59%)이며, 손기영 엔지켐생명과학 대표(6.97%), 노르웨이중앙은행(NORGES BANK, 2.97%)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3일 국내 증시에 따르면, 오후 12시 40분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엔지켐생명과학 주가는 20% 가까이 상승하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약 1조 1000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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