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후보에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 심혜섭 변호사 선임 요구
차파트너스 “지배주주 될 한앤코 입장에서도 손해 아닐 것”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남양유업에 일반주주 지분 50%를 고가의 자기주식으로 매입할 것과 감사 선임 등을 제안하며 주주행동 캠페인에 나섰다.
업계에선 남양유업 지배주주가 될 가능성이 큰 한앤컴퍼니가 이 같은 행동주의 펀드 움직임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또 감사 선임 제안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을 압박할 것으로 보여 이 회사의 인수합병(M&A) 향방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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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남양유업에 대한 주주행동 캠페인을 시작했다 [비사이드 차파트너스 프레젠테이션 페이지 캡처] |
27일 차파트너스는 내달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남양유업에 주당 82만 원에 일반주주 지분 50% 공개매수를 제안했다. 이는 지난 24일 종가 61만 원보다 33%가량 높은 가치 책정이다. 총 취득금액은 1916억 원이다.
차파트너스는 이날 남양유업 주식 2만 447주(3%)를 이미 확보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남양유업의 기업가치 정상화와 전체 주주가치의 제고가 이번 주주제안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차파트너스는 “남양유업이 우수한 사업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대주주 리스크로 인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대주주 지분 양수도과정에서 일반주주가 소외됐다”며 “법적 분쟁 장기화로 기업가치가 오랜 기간 저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주주 권리·가치가 훼손됐다고 판단하고 지배주주만이 아닌 전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안건들을 내달 정기주총에 상정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앤컴퍼니는 홍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 소송 2심에서도 1심에 이어 승소했다. 이 회사가 남양유업 최대 주주가 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지난 2021년 5월 한앤컴퍼니는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53.08%)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1일 홍 회장 측이 계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남양유업 M&A는 난항에 빠졌다.
차파트너스는 이번 주주제안으로 ▲자기주식 매입 ▲감사 선임 ▲5대 1 액면분할 ▲현금배당 등을 요구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주주행동 캠페인이 한앤컴퍼니에게도 부담을 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제안에 따를 경우 인수 대상인 남양유업이 보통주·우선주 등 일반주주 지분 50%를 자기주식으로 고가에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차파트너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남양유업 순 자산의 시장 가치만 대략적으로 추산해 봐도 주당 110만 원이 넘어간다”며 “그런 관점에서 이 가격(82만 원)에 공개매수를 하거나 자사주 취득을 하는 게 한앤코 입장에서도 손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차파트너스는 감사 선임 후보에는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로 알려진 심혜섭 변호사를 제안하며 홍 회장을 압박했다.
선임된 감사는 상법상 권한이 많아 기존 오너 일가와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이 가능하다. 차파트너스는 이 같은 감사의 역할이 남양유업의 M&A를 더욱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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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5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진=연합뉴스] |
감사 후보로 제안된 심 변호사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서 언론홍보분과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지난해 3월 토비스에 주주권을 행사하며 심 변호사를 독립적인 감사 후보로 제안했으나 당시 표 대결에 밀려 무산됐다.
차파트너스는 “끊임없이 논란이 돼 온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문성·독립성을 갖춘 감사 선임이 필수적”이라며 “감사 선임안에는 이른바 ‘3% 룰’이 적용되기 때문에 일반주주들의 표결이 안건 통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3% 룰은 상장사의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차파트너스가 밝힌 현재 감사 선임 의결권 비율은 홍원식 회장 6.4%, 차파트너스 6.4%, 일반주주 87.2%다.
차파트너스는 “주주제안 안건의 통과를 위한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 양측의 대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행동주의 펀드는 일정한 지분을 확보해 주요 주주가 된 뒤 기업이 주식 가치를 높이도록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수익을 내는 펀드다. 차파트너스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2월 토비스, 같은 해 3월 사조오양을 상대로 주주행동을 진행한 바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번 주주제안에 대해 “부서별 주간 회의를 통해 내용을 공유하고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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