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계열사에서 대표이사 맡고 있는 총수 절반도 안 돼
국내 55개 대기업 집단 중 총수 친인척이 그룹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인원이 6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가장 많은 친인척들이 주식을 보유한 회사는 셀트리온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는 ‘국내 55개 대기업 집단 총수 현황 분석’ 결과 6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 인척을 포함한 친인척이 그룹 계열사에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인원이 총 580명에 달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1개 그룹당 평균 10명 정도의 친인척이 해당 그룹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 |
▲ 자료=한국CXO연구소 |
특히, 셀트리온그룹은 서정진 명예회장의 친인척 52명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 대상인 그룹 총수 친인척 588명 중 9%에 달해 다른 그룹에 비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GS(41명), 두산(31명), LS(27명), 삼양(26명), KCC(23명) 등 그룹에서 20명 이상 친인척들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에 19개 그룹은 5명 미만으로 나타났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의 경우 친인척 중 단 한 명도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끌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회장도 친인척 중 주식 보유자가 없었다.
이외에도 이랜드·장금장선(각 1명), 현대중공업·신세계·아모레퍼시픽·현대백화점·IMM인베스트먼트(각 2명) 등 그룹들의 주식을 보유한 친인척은 1~2명 정도에 불과했다.
![]() |
▲ 자료=한국CXO연구소 |
또한 이번 조사 대상인 55개 그룹 총수 중 여성 총수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등 2명뿐이었다. 국내 그룹 대부분이 장자와 아들을 중심으로 경영 승계가 이뤄지다 보니 여성이 그룹 수장에 오를 수 있는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총수의 평균 연령은 67.9세로 파악됐다. 이중 60대가 21명으로 가장 많았고, 70대(13명), 50대(10명), 80대(9명) 순으로 나타났다. 조원태(47세) 한진 회장과 구광모(44세) LG 회장이 40대 총수로 가장 젊었다.
단일 출생년도 중에서는 1953년생이 6명으로 가장 많았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등이 올해 69세 동갑내기 그룹 총수에 속했다.
그 뒤로 1968년생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정주 NXC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이우현 OCI 부회장 등 총 4명이다.
55명 중 39명이 ‘회장’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어 명예회장(7명), 부회장(2명), 이사회 의장(2명) 등 직함을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룹 계열사 중 한 곳에서라도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총수는 27명으로 조사 대상 55명 기준 49%에 그쳤다. 대표이사이면서 회장 직위를 동시에 쓰고 있는 그룹 총수는 25명(45.5%)으로 나타났다. 각종 권한과 지위를 행사하면서도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그룹 총수가 평균 2명 중 1명꼴인 셈이다.
![]() |
▲ 자료=한국CXO연구소 |
경영 세대별로 살펴보면 창업 2세 경영자가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창업 1세대도 20명이나 됐다. 3세 및 4세 경영자는 각각 11명, 2명으로 파악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등은 대표적인 창업 2세 총수들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해진 네이버 GIO, 김정주 NXC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의장 등은 창업 1세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창업 4세 총수에 속했다.
그룹 총수들의 출신 대학(학부 기준)을 살펴보면 고려대가 13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대(11명), 연세대(4명), 건국대·한양대(각 2명) 순으로 나타났다. 전공은 경영학이 18명으로 최다였다. 이어 경제학(8명), 건축공학(3명) 순이다.
단일 학과별 대학 중에서는 ‘고려대 경영학과’가 10명으로 압도적이다. 허창수 GS건설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몽진 KCC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이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 동문이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넷마블을 비롯해 카카오·네이버·넥슨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IT그룹들은 친족들이 유의미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적다”며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을 맡는 경우도 다른 그룹에 비해 현저히 낮아 다른 전통 그룹들처럼 일률적으로 동일한 법을 적용하는 것이 시대 흐름에 부합되는 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중소기업 등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등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급격하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맞게 대기업 집단을 관리하는 기준들은 새롭게 재정비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심도 깊게 할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덧붙였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