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오너가 도덕적 해이, 우수인력 이탈 가능성 높다"우려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지난해 실적 악화에 시달린 유유제약이 전체 근로자 364명 중 무려 3분의 1에 해당하는 105명의 직원을 구조 조정하며 비상경영에 들어갔지만 정작 유원상 대표의 연봉만 큰 폭으로 올라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해 유원상 대표가 수령한 연봉은 6억 2500만 원이다. 직전 연도인 2022년 대표이사 연봉이 미공시 된 것으로 봤을 때 1년간 최소 1억 2500만 원 이상 연봉이 급등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보수 공시 대상은 연봉 총액 5억 원 이상 임직원에 대해 의무 공시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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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원상 유유제약 대표가 셀프 연봉 인상 논란에 휩쌓였다 [사진=연합] |
유유제약 공시에 따르면 대표이사 연봉은 직책, 근속기간, 리더십, 전문성, 회사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임원 연봉은 통상 이사회 규정에 따라 임원 급여와 상여 수준을 결정하는데, 유 대표가 이사회 의장인 만큼 사실상 '셀프 인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유유제약 관계자는 "대표 연봉 산정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유유제약 임직원의 평균연봉은 5000만원 대에 그치고 있으며, 평균 재직 연수도 약 5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 대표의 연봉 인상이 도마 위에 오른 건 경영악화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임직원들에게만 전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유유제약은 약국, 의원 영업 부서를 폐지하고, 일부 사업부를 영업대행사(CSO)로 전환하면서 전체 직원의 4분의 1 가량이 직장을 떠났다.
구조조정 효과에 힘입은 유유제약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3억6400만원을 기록하며 2022년 5억9200만원 적자에서 1년 만에 흑자 전환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인건비를 줄여 억지 흑자를 만든 셈이다. 하지만 연간 매출액은 13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은 55억 원을 기록해 적자 폭은 전년보다 커졌다.
제약업계가 실적 악화로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원들의 연봉을 삭감하는 것과 달리 유 대표는 오히려 연봉을 인상해 임직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오일선 기업분석전문업체 CXO 연구소장은 "경영 악화로 회사 사정이 어려우면 우선 오너는 물론 임원 연봉부터 줄인 후 직원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게 바람직한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너 일가만 많은 보수를 챙긴다면 도덕적 해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소장은 "이럴 경우 당연히 직원과 경영자 간 불신의 폭은 더욱 커져 회사를 정상화하는데 많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결국 배신감을 느낀 우수 인력들이 이탈해 기업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유제약의 문제는 이 뿐만 아니다. 유유제약이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지난해 7월 흡수·합병한 유유생활건강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유생활건강은 유 대표가 2013년 설립한 가족 회사다. 회사지분 100%를 유 대표의 아내인 송정윤 씨, 자녀 유제현, 유현호 씨가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유생활건강은 유유제약에 합병되기 전까지 3년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기도 했다.
유유생활건강의 2020~2022년 영업이익은 각각 마이너스 10억, 마이너스 9억, 마이너스 12억 원이었으며, 매출도 각각 65억, 42억, 37억 원으로 해마다 급감했다.
유유제약은 유유생활건강이 보유한 온라인 유통 채널을 추가해 신규 매출을 늘려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유 대표가 운영하던 부실기업을 떠안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유유제약은 지난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노용 각자 대표를 사내이사에 재선임하는 등 이사선임 안건을 처리했다. 정관변경과 이사보수 한도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지난 1994년부터 매년 실시하던 결산 배당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유원상 대표는 지난해 말 기준 유유제약 보통주 13.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유유제약 창업자인 고 유특한 회장의 손자로 지난 2020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고 있다. 고 유특한 회장은 유한양행을 창업한 유일한 박사의 동생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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