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영역인 제3보험 데이터 선점...시장 장악 강화
주요 생보사 배타적사용권 신청 차별화 전략 앞 다퉈
일각에서 "불완전 판매 등 불법 과열 경쟁 주의해야"
[메가경제=노규호 기자] 최근 생명보험업계가 ‘제3보험’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목돈 마련이나 노후생활자금을 대비하는 저축성보험의 수요가 줄어든 데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보장성보험 상품의 중요성이 커진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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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
제3보험은 사람의 상해(재해)·질병·간병 등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통상 생명보험사는 생존·사망을, 손해보험사는 재산상의 손해를 보장하는 상품을 취급한다.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도입된 새회계제도(IFRS17)이후 보험계약마진(CSM)을 통해 수익 올리기가 중요해지면서 생보사가 손보사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제3보험' 시장 공략에 나서는 양상이다.
생명보험협회 월간생명보험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보장성보험 신계약(CSM) 건수를 살펴본 결과, 총 412만2244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4.4% 늘었다. 저축성보험 신계약 건수가 22만4816건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소폭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CSM은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서 보험사가 상품 계약을 통해 미래에 거둘 이익 규모를 추산한 값이다. 이 규모가 클수록 보험사는 향후 보험 사업을 통해 거둬들이는 이익이 늘어난단 의미다.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이달 두 차례나 건강보험 상품에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했다. 특히 삼성생명이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한 상품 가운데 지난 6월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바 있다. 연금보험 2종을 제외하곤 모두 '제3보험'에 쏠렸다.
매각 추진을 앞둔 동양생명은 최근 간병에 대한 부담을 완화해 줄 ‘수호천사 치매간병은동양생명보험’과 ‘수호천사 암치료는동양생명보험’을 출시했다.
업계에서는 생보사들이 제3보험 시장에 나서는 이유로 소비자 선호도 면에서 변화의 바람이 종신보험 가입보다 질병·상해·간병 건강보험인 ‘제3보험’에 관심을 두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즈음 소비자들은 목돈 마련이나 노후생활자금을 대비하는 저축성보험보다는 생존급부 보장을 필요로 해서 제3보험 가입이 늘고 있느 추세”라고 진단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2023년 1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장기 보장성보험을 운영하는 것이 회사 실적을 올리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제3보험’은 IFRS17의 새로운 계정 과목인 계약 서비스 마진(CSM)을 늘리는 데 유리하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IFRS17의 회계 기준서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결국 시가평가”라며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으로 돈을 받게 되면 그것이 수익으로 잡히는 것이 아닌 부채로 인식된다. 반면 보장성보험은 소비자 입장에서 소멸되는 돈이기에 부채로 인식하지 않고 수익으로 집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제3보험 영역에서 생보사 존재감은 미미하다. 현재 제3보험 시장점유율은 손보사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생보사들이 손보사에 밀리는 원인으로 제3보험 영역에서 축적한 ‘경험통계’가 부족하다는 점이 거론된다. 경험통계란 각 보험사에 집적된 질병 발생률·가입자 속성 등의 데이터를 의미한다. 생보사가 종신보험에 집중하는 동안 손보사는 제3보험 데이터를 수집해왔다는 것이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손보사들은 20년 이상 제3보험을 판매해 온 만큼 여러 데이터가 풍부하지만, 삼성생명을 포함한 생보사들은 제3보험에 전체적으로 쌓인 데이터가 많지 않다”라며 “보험개발원이나 개별 보험사들이 계속해서 경험통계 개발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신상품 출시를 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손보사와 생보사의 제3보험 판매 경쟁이 격화돼 자칫 불완전판매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건강보험은 소비자들의 선호도 면에서 결과적으로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그러나 보험사끼리 비슷한 상품을 내놓으며 지나친 과열 경쟁을 할 경우 불완전 판매 등 불법적인 행위로 이어질 수 있어 소비자들은 자세한 상품 파악후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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