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오름세 주춤했지만 농축수산물·외식비 고공행진
농산물·석유류 제외 근원물가 4.5%↑...생활물가지수 7.9%↑
신선식품물가 13.0%↑,,,전기·가스·수도 15.7% 급등 “조사 이래 최고”
7월 농산물 물가 8.5%↑...폭염-장마로 생산량 줄며 가격 상승
물가가 상승률을 더 키우며 두 달 연속 6%대의 고공행진을 했다. 유가 하락에 기름값 오름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농·축·수산물과 외식비의 가파른 상승세가 물가를 세게 밀어올렸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했다.
6.3% 상승은 환율 급등으로 물가가 가파르게 올랐던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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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 [통계청 제공] |
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6.0%) 2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7월에 더 높아졌다. 2개월 연속 6%대 이상 상승률은 1998년 10월(7.2%)과 11월(6.8%) 이후 무려 23년 8개월 만의 일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대에 진입한 뒤 올해 3월(4.1%)과 4월(4.8%) 4%대에 이어 지난 5월(5.4%) 5%대로 뛰더니 6월에 6%대로 치솟은 뒤 가파른 기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상승률 추이는 현재 물가 상승이 얼마나 엄중한 상황인지를 방증한다. 물가 상승은 실질소득의 감소를 의미하는 만큼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은 날로 심화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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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물가지수 등락률 추이. [통계청 제공] |
전년 동월 대비 7월 물가는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가 주도했다.
품목성질별 기여도를 보면, 공업제품(3.11%p)과 개인서비스(1.85%p) 두 품목이 4.96%포인트(p)를 기록했다. 두 품목이 7월 물가 상승률 6.34%의 80% 가까이 차지한 것이다.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이외 품목의 물가 기여도를 보면 농·축·수산물(0.62%p), 전기·가스·수도(0.49%p), 집세(0.19%p), 공공서비스(0.09%p) 순이었다.
공업제품은 가공식품이 8.2%, 석유류가 35.1% 각각 오르면서 8.9% 상승했다.
석유류 중에는 경유(47.0%), 휘발유(25.5%), 등유(80.0%), 자동차용LPG(21.4%)가 일제히 올랐고 가공식품 중에는 빵(12.6%)의 상승 폭이 컸다.
다만 글로벌 경기둔화 가능성이 커지며 원유 수요 감소로 국제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석유류 가격 오름세는 6월 39.6%에서 35.1%로 둔화했다. 석유류가 전달보다 상승 폭이 둔화한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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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물가지수 주요 등락률 추이. [통계청 제공] |
개인서비스는 외식이 8.4%, ‘외식 외’가 4.3% 각각 오르면서 6.0% 상승했다.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외식 중에서는 치킨(11.4%), 생선회(10.7%) 등이 상승했고 ‘외식 외’ 중에서는 보험서비스료(14.8%), 공동주택관리비(4.2%) 등이 올랐다.
개인서비스의 경우, 원재료비 상승 영향 등으로 외식 오름세가 전월(8.0%)보다 확대됐고, ‘외식 외’도 수요 회복 영향 등으로 대면업종 중심으로 전월(4.2%)보다 조금 더 상승세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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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목성질별 등락률 및 기여도. [통계청 제공] |
농·축·수산물은 폭염과 장마철 등 생육조건 악화에 따라 채소와 과실 중심으로 전월(4.8%)보다 오름세를 확대하며 7.1% 상승했다. 지난해 12월(7.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채소류가 25.9% 급등했다. 오이(73.0%), 배추(72.7%), 시금치(70.6%), 상추(63.1%), 파(48.5%) 등이 크게 오른 영향이 컸다.
축산물은 6.5% 상승했다. 수입 쇠고기는 24.7%, 돼지고기는 9.9%가 올랐다. 수산물은 3.5% 올랐다.
지난달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반영되면서 ‘전기·가스·수도’도 전년 동월 대비 15.7% 오르며 전월(9.6%)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상승률은 조사 시작(2010년 1월) 이래 가장 높았다.
전기료는 18.2%, 도시가스는 18.3%, 지역난방비는 12.5%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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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목성질별 등락률. [통계청 제공] |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5% 상승했다. 2009년 3월(4.5%) 이후 가장 높았다.
근원물가는 계절적인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한 기조적인 물가상승률로, 전체 458개 품목 중 곡물 외의 농산물과 석유류 관련 품목을 제외한 401개 품목으로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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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년 동월 대비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 [기획재정부 제공] |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9% 상승해 1998년 11월(10.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지수로, 전체 458개 품목 중 구입 빈도가 많고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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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등락품목. [통계청 제공] |
농·축·수산물 상승에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0% 올랐다. 지난해 4월(14.1%)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신선식품지수는 신선어개(생선・해산물), 신선채소, 신선과실 등 계절 및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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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와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 [기획재정부 제공] |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9% 올랐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의 범위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기준의 식료품과 에너지 관련 품목을 제외한 309개 품목으로 작성한다.
‘자가주거비 포함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5% 상승했다.
‘자가주거비 포함 지수’는 자신의 소유주택을 주거 목적으로 사용해 얻는 서비스에 대해 지불한 비용(자가주거비)을 포함해 작성한다.
◆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 2개월째 둔화...가을 정점 가능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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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년 동월 대비와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기획재정부 제공] |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로는 0.5%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에 또 다시 최근 고점을 경신했지만 전월 대비 상승률은 2개월째 둔화하는 모습을 보여 가을을 기점으로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주목된다.
올해 1월과 2월에 0.6%, 3~5월에 0.7%를 기록하던 전월 대비 상승률은 6월에 0.6%, 7월에 0.5%로 약하게나마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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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목별 전년 동월 대비와 전월 대비 상승률. [기획재정부 제공] |
이는 올들어 소비자물가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국제유가가 다소 하락하는 등 대외변수가 최근 들어 잠시 안정을 찾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국내 유류세 인하 등의 영향도 더해졌다.
이에 따라 7월 중 석유류가 물가 상승에서 차지하는 기여도는 1.59%포인트(p)로 전월(1.74%p)보다 낮아졌다.
품목별 전월 대비 상승률을 보면, 농·축·수산물이 2.3%, 공업제품이 0.2%, 개인서비스가 0.7%, 집세와 공공서비스가 각각 0.1% 올랐다. 반면 전기‧가스‧수도는 전월 대비로는 1.1% 내렸다.
세부품목별 전월 대비 상승률을 보면, 농·축·수산물 중 농산물은 6.8% 상승했으나,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2.4%와 0.8% 하락했다.
공업제품 중 가공식품은 0.5% 올랐으나 석유류는 0.1% 내렸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과 외식 외 모두 0.7% 올랐다.
전월 대비로 보면, 근원물가 상승률은 0.1%, 생활물가지수는 0.4%, 신선식품지수는 6.9%,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와 ‘자가주거비 포함 지수’는 각각 0.4% 상승했다.
◆ 한은 “당분간 6% 상회”…통계청 “6%대 이어지지만 7%는 아닐 듯”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그동안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대외 요인들이 다소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다음 달은) 6%대 이하로 가진 않겠지만 7%대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진 가운데 고유가 지속, 수요측 물가 압력 증대 등으로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에 대해 통계청은 5%가 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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