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삼청동, 가로수길, 연남동, 경리단길까지... 몇년 전까지만 해도 독창적인 감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서울의 핫플레이스들이다. 하지만 지금 해당 지역의 상권은 과거에 비해 활력을 잃었다. 건물마다 공실이 산재해 있고, 개성 넘치던 점포는 프랜차이즈에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인한 결과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들어와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심화됐다. 이 무렵까지 홍익대학교 인근(홍대 앞)이나 경리단길, 경복궁 근처의 서촌, 상수동 등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엔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나 공방, 갤러리 등이 들어섰고, 입소문을 타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났다.
![북촌 한옥마을 [사진 = 연합뉴스]](/news/data/20190304/p179565870458205_936.jpg)
상권이 활성화되자 자본이 유입됐다. 결국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기존의 소규모 상인들이 떠나게 됐고, 유동인구마저 감소했다. 활성화된 상권은 금세 침체됐다.
그동안 정부는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4일 서울시는 '민선 7기(2019∼2022) 서울시 소상공인 지원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강남, 홍대 등 서울 주요 상권 150곳의 적정 임대료와 권리금이 올해 말 민간에 공개된다.
서울시는 150개 상권 1층 점포 1만5000개의 3년치 임대료, 권리금 시세 등을 조사해 권역별 적정 금액을 산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시도는 민·관을 통틀어 처음이다.
적정 임대료가 공개되는 만큼 건물주·부동산과 예비 임차인의 '갑을 관계'가 일부 개선되고, 임대료 안정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한다.
터무니없이 높아진 건물 임대료는 임대인-임차인 간의 갈등을 유발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두른 '궁중족발' 점주 역시 임대료 급등으로 인해 앙심을 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상가임대차 분쟁의 80% 이상은 권리금과 임대료 때문에 발생한다"라며 "통상임대료가 분쟁 해결을 위한 객관적 지표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판도 있다. 서울시가 시장이 결정할 부분까지 과도한 개입을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건물주는 부자이며 이기적이며, 소상공인만 대접받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호도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과도한 정부의 개입은 오히려 시장의 자정능력마저 훼손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을 고려해야 할 만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심각하다. 충분한 검토와 사전조사를 통해 산출된 통상임대료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모두 상생한다면 상권 역시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운용방식이다. 그간 중앙정부나 서울시가 선보인 정책들 다수가 그랬던 것처럼 일방통행식으로 운용된다면 본래의 선한 취지가 살아나지 못할 수 있다. 시가 열린 마음으로 운용의 묘를 발휘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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