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상반기 영업이익 16조원에도 노사 갈등 '격상'

황성완 기자 / 기사승인 : 2025-08-18 1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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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산정 두고 노조·회사 간 극한 대립…이천포럼 앞 피켓 시위 농성
"성과급 확대시 투자 위축…반도체 경쟁력 흔들릴 수도"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SK하이닉스가 올 상반기에만 16조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와의 갈등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2021년 임금·단체협약에서 합의한 ‘영업이익의 10% 성과급 지급’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는 기본급의 1700%만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 노조 "약속한 보상 이행" vs 회사 "투자 여력 위한 일부 적립 필요"

 

1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조는 SK그룹의 연례행사인 이천포럼 개막식이 열린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앞에서 대규모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천포럼은 2017년 최태원 회장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할 변화추진 플랫폼의 필요성을 제안하며 시작된 SK그룹의 대표적인 행사다. 국내외 석학과 사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해 글로벌 산업 트렌드와 혁신 기술, 미래 사업 방향을 집중 토론한다.

 

이천포럼에는 최태원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하며, 이날부터 오는 20일까지 사흘간 개최된다. 노조가 이 행사장을 시위 장소로 선택한 것은 경영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회사가 기록적인 흑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노사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성과급 재원 산정 방식을 명문화한 2021년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사상 최대 실적에 걸맞은 보상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의 계산대로라면, 상반기 영업이익 16조6000억원을 기준으로 직원 1인당 1억원이 넘는 성과급이 산출된다.

 

실제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연봉은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SK하이닉스가 공시한 6월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기준 직원 3만3625명의 총 보수는 3조8232억원으로, 1인 평균 1억1700만원 수준이다. 이는 전년(1조6235억원) 대비 135.5% 늘어난 수치로, 1인 평균 급여액도 전년(5200만원) 대비 125% 급증했다.

 

사측이 말하는 성과급 상한선을 1700%을 적용할 경우 성과급 재원이 약 2조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며, 노조 측의 입장대로 영업이익의 10%를 적용할 경우 약 3조원 가량이다.

 

반면 회사 측은 "영업이익의 10%를 전액 지급할 경우 불황 대비 재원과 미래 투자를 위한 여력이 사라진다"고 반박했다. 회사는 기본급의 1700%만 지급하고, 나머지 재원은 절반은 직원 적립금, 절반은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에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 업계 파장…"성과급 문제, 반도체 업계 전반에 영향 우려"

 

노조는 이에 반발해 지난 6일 충북 청주3캠퍼스에서 조합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며 첫 파업을 단행했다. 이후 12일 이천을 거쳐, 이천포럼 개막일인 이날도 현장에서 피켓 시위를 이어가며 갈등 수위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을 넘어, 반도체 산업 전반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이 필수적인데, 과도한 성과급 지급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인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은 직원 사기 진작 효과가 크지만, 기업의 투자 재원을 갉아먹으면 장기적으로 주주와 직원 모두에게 불리하다”며 “노사가 지속 가능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SK하이닉스의 초호황 실적과 맞물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회사와 노조의 협상 결과에 따라 파장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는 과거에도 성과급 문제로 노사 갈등이 반복적으로 불거진 바 있다. 2021년 ‘영업이익의 10%’ 규칙이 도입된 것도 당시 노사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절충안이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삼성전자 등 경쟁사 노사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이같은 주장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관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 건설을 준비 중이지만, 메모리 생산시설은 현재 미국에 있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은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니라 노사 신뢰의 상징적 사안"이라며 "SK하이닉스, 노조간의 극적인 타협이 이뤄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오는 1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일에는 최태원 회장이 간담회에 참석하는 종로구 서린빌딩에서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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