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계, 3년 만에 흑자 전환…‘포용금융’ 회복 시험대

이상원 기자 / 기사승인 : 2026-05-21 16:41:39
중앙회, 건전성 관리 속 서민금융·디지털 기반 정비
정부 기조 맞춰‘포용금융’ 힘쏟아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2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실적 개선의 상당 부분이 부실여신 정리와 대손비용 감소에 따른 효과라는 점에서, 업권의 본격적인 체질 개선 여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흑자 전환 이후 저축은행 본연의 기능인 중·저신용자 대상 금융 공급과 지역 기반 서민금융 역할을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가 업권 신뢰 회복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흑자전환한 저축은행들이 정부 정책에 맞춰 중·저신용자 금융 공급 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17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4232억원 순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선 수치다. 저축은행업계는 2023년부터 이어진 적자 흐름을 끊고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 저축은행중앙회 CI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실적 회복 배경으로는 부실여신 감축과 대손비용 감소가 꼽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와 충당금 적립 확대 등 건전성 관리가 이어지면서 손실 부담이 완화됐고, 연체율도 전년보다 개선됐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흑자 전환을 이자이익 확대에 따른 본격적인 성장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부실 정리 이후 비용 부담이 줄어든 영향이 컸던 만큼, 안정적인 수익 기반과 자산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작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분석이다.

저축은행업계의 다음 과제로는 중·저신용자 금융 공급 회복이 꼽힌다. 그동안 PF 리스크 관리와 건전성 강화 과정에서 저축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우량 차주 중심 영업에 집중하면서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위축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저축은행중앙회도 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 포용금융 확대를 업권 신뢰 회복의 주요 방향으로 보고 있다. 건전성 관리 기조를 유지하되, 정책서민금융 공급 기반과 디지털 인프라를 정비해 중·저신용자 금융 지원 기능을 되살리는 데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신년사에서 PF대출과 NPL 자회사 등을 통한 부실채권 정리를 지원하고, 배드뱅크와 새출발기금 대상 확대 등 정책 과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책무구조도의 안정적 도입을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제시했다.

지난 2월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건전 발전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도 업권의 자금중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이 논의됐다. 당시 간담회에서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저축은행의 자금 지원 관련 규제를 개선하고, 실물경제 지원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구체적으로는 유가증권 보유 한도 합리화, 중견기업 대출 활성화 유도, 개인사업자대출 확대 기반 마련, 예대율 산정 시 비수도권 대출 우대 등이 추진 과제로 거론됐다.

저축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을 부동산 중심에서 벗어나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등 실물경제 전반으로 넓히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겠다는 취지다.

오 회장은 당시 “저축은행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시의적절한 제도적 발판이 마련됐다”며 “이번 조치들이 원활하게 추진되고 안착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성심껏 협력해 회원사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저축은행중앙회가 직접 대출을 취급하거나 개별 저축은행의 영업 전략을 일괄적으로 조정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당장 눈에 띄는 포용금융 성과를 내기보다는 회원사들이 서민금융 공급을 지속할 수 있는 제도적·전산적 기반을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개별 저축은행들도 포용금융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업권 전반의 건전성 부담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흑자 전환을 계기로 중금리대출과 정책서민금융 취급 여력을 점진적으로 회복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일부 저축은행은 성실 상환 고객에 대한 금리 우대, 연체 차주 부담 완화, 금융취약계층 대상 상담 지원 등 상생 금융 프로그램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금융교육과 금융사기 예방 활동도 강화 대상이다. 고령층과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낮아질 경우 비대면 금융 확대가 오히려 새로운 금융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모바일 금융서비스 개선과 상담 채널 보완 등을 통해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취약계층이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소상공인과 지역경제 지원 역시 저축은행업계가 회복해야 할 기능으로 꼽힌다. 저축은행은 은행권 이용이 쉽지 않은 개인사업자와 지역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몇 년간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면서 적극적인 공급 확대에는 한계가 있었다.

업계는 향후 부실 리스크를 관리하면서도 지역 기반 실물경제 지원 기능을 회복하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대출 규모를 늘리기보다 차주의 상환 능력과 지역 산업 여건을 함께 고려한 자금 공급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은행권 문턱을 넘기 어려운 중·저신용자에게 제도권 금융 접근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흑자 전환 이후에는 건전성 관리와 포용금융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업권 신뢰 회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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