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강화·가족화합 '황금비율'로 합의한 삼성家
삼성 일가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상속 재산 중 재계의 관심이 쏠렸던 계열사 지분배분이 지배구조 강화와 가족 화합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방식으로 정리하면서 이재용 시대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SDS 등 삼성그룹 계열사 4곳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던 지분을 지난 29일 삼성 일가가 상속하면서 변경된 소유 주식 변동 현황을 30일 공시했다.
![]() |
▲ 서울=연합뉴스 |
이 회장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6%, 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 0.01% 등 19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28일 12조 원이 넘는 상속세 규모와 함께 의료 공헌, 예술품 기증 등 사회 환원 내용을 발표했지만 이 회장의 보유 지분 상속 비율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삼성그룹이 이재용 시대로 전환하기 위한 최종 단계가 이 회장 지분 상속에 따른 지배구조 완성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삼성 계열사들이 각각 공시한 지분 변동 내역에 따르면, 삼성 일가 상속 지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가족간 재산권을 원만하게 분할하는 방향으로 최종 정리됐다.
![]() |
▲ 그래픽=연합뉴스 |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최대주주인 삼성생명 지분을 50% 상속 받았다. 나머지 지분은 이 회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33.33%,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16.66%씩 돌아갔다.
이로써 삼성생명 지분 10.44%를 보유하게 돼 본인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에 이어 2대주주에 오른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공고하게 다질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S 등 나머지 3곳의 지분은 법정 상속비율에 따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에게 33.33%가 돌아갔으며, 세 자녀가 각각 22.22%씩 나눠 받게 됐다. 이는 각자 재산권을 균등하게 가져가면서 상속세 부담도 나눠지는 모습이다.
삼성 일가는 지배구조의 핵심 연결고리인 삼성생명 지분을 이 부회장에게 몰아줘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면서도 삼성전자 등 나머지 상속 재산은 각자 몫을 정해진 비율로 나눠 받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황금비율’을 찾아 합의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상속세 신고 기한 마지막 날이기도 한 이날 삼성 일가는 세무대리인인 김앤장을 통해 1회차로 약 2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용산세무서에 신고·납부했다. 이번 상속세는 각자 보유한 현금 외에 금융권 신용대출로 나머지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삼성 일가가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10조 원으로 연부연납을 통해 오는 2026년까지 5년간 2조 원씩 낼 전망이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저작권자ⓒ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